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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펌- (90) 샤페이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09-12-02 조회수379 추천수1 반대(0) 신고
 
작성자   이순의 (leejeano)          번  호  6773           작성일    2004-03-31 오후 4:16:15
 
 
 

 

      (90) 샤페이

                                 이순의 

 

볼 일이 있어서 성당에 가는 길에 곱창을 뒤집어 쓴 개를 만났다.

얼매나 희한하게 생겼는지 가던 길을 멈추고 자리를 잡고 앉았다.

두 마리나 되는 개를 묶어서 줄을 잡고 있는 주인은 계속 주의사항을 일렀다.

"얼굴이 더러워지잖아.

 흙 묻어.

 가만히 좀 있어.

 까불면 혼낸다."

그러나 그 목소리에는 사랑스러움과 자랑스러움이 몽실몽실 우러나고 있었다.

 

내가 본 개의 모습은 가죽은 세퍼트 가죽이요. 알맹이는 여지없는 치와와 몸통이다.

그러니까 보지 않아도 상상만으로 가늠이 충분하다.

아주 작은 개가 가죽 담요를 뒤집어쓰고 있는 것 같은데

움직일 때 마다 그 주름이 물결이 되기도 하고 파도가 되기도 하는 꼴이 재미가 있다.

낯선 아주머니인 내가 가던 길을 멈추고 앉아 있는 게 개들도 구경거리였는지

나를 바라보며 계속 짖다가 침 흘리다가 핥다가 요란이다.

그러나 내 마음이 선뜻 손을 내밀어 만져 주기는 싫었다.

너무 징그러웠다. 쪼그만 개가 털도 없는 곱창을 칭칭 감고 있는 모양새라니....

그냥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 주름이 목에 걸쳐지면 목도리가 되고,

등에 걸쳐지면 외투가 되고, 앞다리로 주루룩 흘러 내리면 발 토시 같고,

뒷다리에 걸쳐 꼬리랑 연결되면 손잡이가 부러진 대걸레 같고,

꼬리 쪽으로 몽땅 밀리면 마치 정육점에 걸린 고기랑 곱창 같고........  으흐흐!!!!

 

매번 움직일 때 마다 개들은 치와와 몸통에 세퍼트 가죽을 걸치고 다니느라고

얼굴은 또 가죽이 밀릴 때마다 얼마나 이상하게 변형 되는지!

그래도 나는 나 어릴 적에 내가 싸 놓은 변을 먹고도 나만 좋다고 꼬리치던 거시기개가

 더 좋다.

토종 거시기개는 죽어서까지 육질을 봉헌하는 충실한 우리나라 대표개가 아니던가?!

쪼매 멍청해서 아무나 좋아하고 어디든지 따라가서 좀 그렇지.

우리네 거시기개는 안아주고 만져주라 하면 지금도 안아주고 만져주겠는데 곱창을

뒤집어 쓴 저 개는 도무지 징그러워서 만지고 싶지가 않다.

 

"개 종류가 뭐예요?"라고 물었다.

개 주인은 아주 자랑스럽게 사랑스런 개들을 어루만지면서 대답했다.

"샤페이"

귀가 어두운 나는 한 번에 그 소리를 알아듣지 못 하고 여러 번 만에 제대로 알아들을

가 있었다.

"샤페이요오?"

"네. 맞았어요. 샤페이요." 개 주인은 답답했나 보다.

"개 이름은 뭐예요?"

나는 개 이름에서 주인의 성향이 나타날 거라는 기대감으로 질문을 했다.

"얘는 휴아이, 얘는 리밍이요."

전혀 어느 것도 짐작이 어려웠다.

주인은 묻지도 않은 대답을 했다.

"얘들은 중국태생이에요. 그래서 이름도 중국어예요."

어쩐지 순수 토종 국산인 나랑은 전혀 안 맞더라. 으잉?!

나는 아직 까지 대한민국이 아닌 땅덩어리는 발도 밟아 본 적이 없으니 중국씩이나 낯이

설은 데서 온 치와와 몸통에 세퍼트 가죽을 뒤집어 쓴 곱창개가 만지기도 싫고 그저

신기한 구경거리일 뿐인 것은 당연한 기호였다.

 

사람들은 참으로 별스런 걸 다 좋아하는 것 같다.

그 사람들을 위해 하느님은 얼마나 6일간의 작업이 바쁘셨을까?!

우리한테는 머시기를 잘 먹는 거시기개를 만들어 주시고, 중국 사람에게는 치와와 몸통

에 세퍼트 가죽을 칭칭 감은 곱창 개를 만들어 주신 걸 보면 세상에는 이름도 다양한

개와 모양도 희한한 개가 얼마나 많을까?!

개만 그렇겠는가?

돼지 소 고양이 말 닭 양........

하늘을 나는 새는 또 얼마나 많고, 곤충과 식물은 또 얼마나 많은가?

 

사람은 축복 받은 존재임에 틀림이 없다.

저렇게 징그럽게 생긴 걸 좋다고 키울 수 있으니 얼마나 축복받은 존재인가?!

하느님께서는 창조 때 6일간만 바쁘신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지금이 더 바쁘실 것이다.

중국에 있어야 할 것이 한국에 있고, 한국에 있어야 할 것이 일본에 있고,

시계방방곡곡이 뒤죽박죽이니 얼마나 정신없이 바쁘실 것인가?!

그러나 축복의 선물을 그렇게 많이 받고 사는 현대의 우리는 생명윤리에 관하여 성찰 할

일들이 너무나 많이 늘어나고 있다.

곱창을 뒤집어 쓴 것 같은 모양새를 하고 먼데서 온 샤페이라는 개를 보며 성당에서

돌아오는 나의 마음이 꼭 가볍지만은 않았다.

무엇을 성찰해야 할지?

"휴아이. 리밍. 먼데로 와서 이질감 있게 살려면 목숨 다 하는 날까지 꼬옥 사랑 받으세

요. 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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