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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펌 - (94) 잠이 오지 않는 밤에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09-12-09 조회수528 추천수3 반대(0) 신고
 
작성자   이순의 (leejeano)           번  호  6799          작성일    2004-04-07 오전 3:13:30
 
 

   (94) 잠이 오지 않는 밤에

                                                이순의

  

재건축으로 매일이 곤혹스러운 골목안도

농사준비로 분주한 짝꿍의 고단함도

밤이 있어서 축복입니다.

좋으신 아버지 하느님!

낮에 찾아 온 손님의 근심도

축복이면 좋겠습니다.

더 행복할 날을 위한

잠깐의 시련이면 좋겠습니다.

갑자기 찾아와

쌀사러 나왔다고,

쌀사러 나왔다가

생각나서 들렀다는 손님이

쌀은 사지 않고 돌아섰습니다.

쌀 사라고 해도 쌀 사가지고 가라고 해도

다음에 산다고 돌아섭니다.

얼른 구겨진 지폐 두 장

주머니에 쑤셔 줬더니

그때서야 쌀 사러 갔습니다.

꿈 질을 하러 들렀다가

목구멍에 걸린 가시가

차마 말을 가두었습니다.

그래도 제가 허물없었던가 봅니다.

왜 나한테는 이렇게 아픈 사람만 올까요? 라고

푸념을 했다가

아직

주님의 은총으로 굶지 않았음에

감사하고

급하게 꺼내서 줄 것이 있었음에

감사하고

손님의 마음을 볼 수 있었음에

더욱 감사합니다.

좋으신 아버지 하느님!

친히 손님을 보내시어

그 가족이 오늘 밤

굶지 않았음에 위로이십니다.

남편 몰래

자식 몰래

서러운 쌀을 마련한

그 아낙의 시름을 어루만져 주십시오.

그들의 시련이

행복을 위한 잠깐이기를

아주 잠깐이기를

성자 우리주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비나이다.ㅡ아멘ㅡ

<산다는 게 어쩐지 너무 슬퍼서 눈물이 납니다. 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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