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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앙의 이유
작성자지요하 쪽지 캡슐 작성일2009-12-13 조회수445 추천수3 반대(0) 신고
지요하와
함께 보는
믿음살이 풍경 ⑪
 
    

                                                          신앙의 이유
 


 묵주기도를 하면서 23년 전에 선종하신 선친을 떠올리는 때가 많습니다. 선친은 간경화라는 병을 이기지 못하고 66세라는 아까운 연세로 운명하셨지요. 선친은 운명하시기 하루 전 내 손을 잡으시고 '주님의 기도'를 노래로 해달라고 청하셨습니다. 선친의 손을 잡고 혼자 '주님의 기도'를 노래하면서 울음을 참느라 애를 썼지요. 선친은 운명하실 때까지 한 번도 손에서 묵주를 놓지 않으셨습니다. 선친의 오른손에 내내 쥐어져 있던 묵주는 그분의 강한 신앙 표현이기도 하면서, 그분을 하느님께로 이끌어 가는 '지팡이'이기도 할 터였습니다.

2001년 대장암 수술을 받고 병상생활을 하신 모친의 손에서도 묵주는 한 시 반 시도 떠나지 않았습니다. 1949년 젖먹이인 나를 안고 전주 전동성당에서 영세를 하신 이후 60년 이상을 올곧게 신앙생활을 해오신 어머니의 손에 오늘도 들려져 있는 묵주는 평생의 삶 자체일 것도 같습니다.        

2005년 서른 아홉 젊은 나이로 병상에서 운명한 가운데 제수씨의 손에도 내내 묵주가 쥐어져 있었습니다. 나는 중환자실 제수씨의 손에 쥐어진 묵주를 보면서 한 순간 '모세의 지팡이'를 떠올리기도 했지요.

그리고 2008년 5월과 6월, 이번에는 내가 병상생활을 하면서 묵주를 손에 쥘 때마다 선친과 모친은 물론이고 가운데 제수씨의 병상 모습을 자주 떠올리곤 했습니다. 그러면서 누님 집 생질녀의 말도 상기하곤 했습니다. 공부를 많이 한 인텔리 생질녀인데 엄마에게 "우리 외갓집은 열심히 하느님을 믿고 사는데, 왜 그렇게 우환이 많대요?"라는 말을 했다더군요.

그 말을 누님에게서 전해 듣고 내가 그 생질녀에게 이런 말을 했지요.

"그게 바로 하느님께서 베푸시는 은총이란다. 내가 하느님을 믿는 이유는 이승의 복된 삶을 위해서가 아니라 영원한 생명의 나라를 위해서야. 그리고, 내 삶의 갈피 갈피에 얼마나 많은 하느님의 은총이 스며 있는지 아니?"

똑똑한 생질녀는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으로 미묘한 미소를 지었지만, 언젠가는 이해하는 날이 오리라는 것을 믿으며 너그럽게 웃어 주었지요.

                                                    지요하 (소설가·태안성당)  

  

*천주교 대전교구 <대전주보> 2007호
  2009년 12월 13일(대림 제3주일 / 자선주일) |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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