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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2월13일 야곱의 우물- 루카3,10-18 /렉시오 디비나에 따른 복음묵상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9-12-13 조회수431 추천수3 반대(0) 신고
렉시오 디비나에 따른 복음 묵상

그때에 군중이 요한에게 물었다. “그러면 저희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 요한이 그들에게 대답하였다. “옷을 두 벌 가진 사람은 못 가진 이에게 나누어 주어라. 먹을 것을 가진 사람도 그렇게 하여라.” 세리들도 세례를 받으러 와서 그에게, “스승님,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 하자, 요한은 그들에게 “정해진 것보다 더 요구하지 마라.” 하고 일렀다.
 
군사들도 그에게 “저희는 또 어떻게 해야 합니까 ?” 하고 묻자, 요한은 그들에게 “아무도 강탈하거나 갈취하지 말고 너희 봉급으로 만족하여라.” 하고 일렀다. 백성은 기대에 차 있었으므로, 모두 마음속으로 요한이 메시아가 아닐까 하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요한은 모든 사람에게 말하였다. “나는 너희에게 물로 세례를 준다. 그러나 나보다 더 큰 능력을 지니신 분이 오신다. 나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드릴 자격조차 없다.
 
그분께서는 너희에게 성령과 불로 세례를 주실 것이다. 또 손에 키를 드시고 당신의 타작마당을 깨끗이 치우시어, 알곡은 당신의 곳간에 모아들이시고 쭉정이는 꺼지지 않는 불에 태워버리실 것이다.” 요한은 그 밖에도 여러 가지로 권고하면서 백성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였다.
 
 
 
 
요한의 말은 천둥과도 같았습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 죄를 용서받으라고 질타하며 회개를 권고하고 세례를 베푸는 그의 모습에 사람들은 두려워하면서도 존경합니다. 자신에게 “동생의 아내를 차지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마르 6, 18)라고 당당하게 지적하던 요한을 헤로데가 의롭고 거룩한 사람으로 알고 두려워하며 보호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그의 말을 들을 때에 당황해하면서도 기꺼이 듣곤 하였다는(6, 20) 것을 보면, 당시 사람들이 요한을 어떻게 생각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회개는 나를 돌아보게 합니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 라는 물음을 던지게 합니다. 군중이 요한에게 와서 묻습니다. 구원받으려면 “저희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 (루카 3, 10) 그의 대답은 간단합니다. 많이 가진 사람이 적게 가진 사람에게 자기 것을 나누어 주라는 것입니다. 이는 부자 청년이 영원한 생명을 얻으려면 무슨 일을 해야 하느냐고 물었을 때, 예수님께서 주신 답과 같습니다.(마르 10, 17 – 27과 병행구절) 가진 사람과 갖지 못한 사람 사이에서 벌어지는 부의 불균형으로 인한 문제를 무엇보다도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결국 ‘나누는 것’ 을 강조하며 이웃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라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사람들 전체를 대상으로 한 문제에서 세리와 군인들로 당시 지배계층의 문제를 암시하며 구체적 사안으로 넘어갑니다.
구원의 길은 세리들한테도 열려 있습니다. 그들은 회개를 요구하는 요한의 말을 받아들이고 삶의 태도를 바꾸고자 합니다. 세리들이 와서 묻습니다. “스승님,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 (루카 3, 12) 요한을 ‘스승님’ 이라고 부르는 이 물음에서 요한에 대한 그들의 존경심을 알 수 있습니다. “정해진 것보다 더 요구하지 마라.” (13절) 그들은 때로 지배 세력의 앞잡이 노릇을 하며 동족에게 부당한 세금을 부과하는 것 때문에 사람들의 원성을 사고 질시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이를 잘 알고 있던 요한은 그들이 직업을 이용해 사람들을 착취하는 일을 더 이상 하지 말고 정직하게 살라고 합니다.

이제 군인들이 요한에게 옵니다. “저희는 또 어떻게 해야 합니까 ?” “아무도 강탈하거나 갈취하지 말고 너희 봉급으로 만족하여라.” (14절) 곧 폭력을 사용해 사람들을 강탈하거나 허위 명목으로 갈취하지 말고, 할당된 임금에 만족하라는 것이지요. 세리들에게 주어진 대답과 일맥상통합니다. 지위와 힘을 악용해 힘없는 백성을 괴롭히지 말고 주어진 정당한 대가에 만족하라는 것입니다.

세리와 군인들에 대한 요한의 대답에는 기존제도를 인정하면서 직권남용에 따른 부정과 착취를 금지하는 공통점이 엿보입니다. 이 요한의 대답에는 또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부르짖던 ‘정의와 공평’ 사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하느님의 심판이 가까웠음에도(9절), 요한은 사람들에게 특별한 것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세리와 군인들에게 그들의 직업을 버리라고 하지 않고, 특별한 금욕을 실천하라고 요구하지도 않습니다. “내가 무엇을 가지고 주님 앞에 나아가고 무엇을 가지고 높으신 하느님께 예배드려야 합니까 ? … 내 죄를 벗으려면 내 맏아들을, 내 죄악을 갚으려면 이 몸의 소생을 내놓아야 합니까 ?” (미카 6, 6 – 7) 하고 묻는 백성에게 미카 예언자도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아, … 공정을 실천하고 신의를 사랑하며 겸손하게 네 하느님과 함께 걷는 것이 아니냐 ?” (6, 8)

이야기는 이제 이스라엘 ‘백성’ 으로 넘어갑니다. 나라가 멸망하고 팔레스티나 지역의 외국 통치세력 밑에서 살아가던 이스라엘 백성들은 조국을 재건하고 다윗 왕국의 영화를 회복시켜 줄 ‘메시아(기름부음받은이)’ 를 오랫동안 기다려 왔습니다. 요한의 선포는 사람들의 이러한 희망을 더욱 강화했고, 어떤 이들은 이 사람이 혹시 우리가 기다려 온 메시아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요한은 자신의 위치와 역할을 잘 알고 있었고, 결코 그 선을 뛰어넘는 분수에 넘치는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요한복음(1, 20)에서처럼 “나는 메시아가 아니다.” 라고 부인하는 표현이 이곳에는 나오지 않지만, 그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메시아가 아님을 분명하게 알려줍니다. 그리고 그분을 ‘나보다 더 큰 능력을 지니신 분’, ‘너희에게 성령과 불로 세례를 주실 분’, 그리고 ‘알곡과 가라지를 심판하실 분’ 이라고 묘사하며 자신과 메시아의 모습을 대조시켜 설명합니다. 요한은 ‘그분보다 작고’, ‘물로 세례를 주며’, ‘심판을 예고하는’ 사람일 뿐입니다. 사람들의 기대에 맞추어 자신이 메시아인 양 행세거나 아니면 사람들이 생각하는 대로 그대로 놔둘 수도 있었겠지만 그러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요한을 두고 예수님은 “여자에게서 태어난 이들 가운데 요한보다 더 큰 인물은 없다.” 고 칭송하셨습니다.(루카 7, 28) 자신이 해야 할 바를 알고 그대로 실천한 사람 요한 ! 자신의 위치를 넘어서지 않고 주어진 역할을 정확하게 수행한 사람, 요한 ! ‘세례자’ 이면서 ‘선구자’ 인 요한은 사람들에게 회개를 촉구하고 세례를 베풀면서 오실 메시아인 예수님의 길을 준비하며 그분에 관한 ‘기쁜 소식’ 을 전했습니다.(루카 3, 18)

“딸 시온아, 환성을 올려라. 이스라엘아, 크게 소리쳐라. 딸 예루살렘아, 마음껏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이스라엘 임금 주님께서 네 한가운데에 계시니 다시는 네가 불행을 두려워하지 않으리라.”(스바 3, 14 – 15)
강선남(서강대학교 신학대학원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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