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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펌 - (98) 지옥이 따로 없다.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09-12-17 조회수583 추천수0 반대(0) 신고

작성자   이순의 (leejeano)           번  호  6839             작성일    2004-04-13 오전 10:23:59

 

        (98) 지옥이 따로 없다.

                                          이순의

 

바로 옆집이 재건축을 위해 부시는 작업에 들어갔다.

어제 하루는 지옥이 이런 것인가 하는 생각과 스트레스로 내가 보아도 내 자신이 제

정신이 아닌 하루를 보냈다. 먼지와 소음으로 열수 없는 유리창을 꼭꼭 닫았는데도 시

멘트 먼지의 미세한 입자는 어디로 들어오는지 모든 가재도구 위에 수북수북 쌓이고

있었다. 사람이 숨을 쉬고 산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는 걸 누구나 알고 있는 사

실이다. 그러나 자동조절 장치가 아주 완벽한 시설(?) 덕분에 우리는 숨 쉬는 역할에

대하여 그 중요성을 망각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망각하고 사는 것 같은 그 자동 조절

장치가 감당 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스트레스를 받고 괴로워한다. 사람이 호흡을 할

권리는 태초에 창조의 순간부터 친히 입김 불어 살려주신 특별한 은총이다.

 

피난삼아 영화라도 보러 가려다가 저놈의 무지막지한 굴삭기가 마치 이 작은 내 집의

세간 살이 마저 물어 뜯어버릴 것 같은 불안한 마음에 버티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장

난이 아니었다. 그래도 내 자식은 학교에 가고 없으니 다행이지만 어린 아기를 둘씩이

나 품은 새댁의 고초는 또 다르지 않는가?! 참을성에는 이골이 난 나라고 생각했는데

숨을 틀어막는 먼지에는 온갖 정신질환적인 이상증후군을 동원하고 있지를 않는가?!

그런 나에게 새댁이 위안 삼아서 말을 건넸다.

"언니 지하실 사람들 생각 해 보세요.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라서 학교에서도 일

찍 돌아올 텐데 제가 다 걱정되네요."

그래서 한번 들여다보려고 계단을 내려가는데 도무지 눈을 뜰 수도 숨을 쉴 수도 없

다. 그들이 어디론가 피난을 가지 않았다면 질식사 할 지경이다.

다시 올라와 유리창을 열고 물을 좀 더 많이 뿌리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지만 기계

소리와 무너지는 콘크리트 벽돌 소리에 폭삭 묻혀버리고 만다. 공연히 화풀이를 유리

창에 하느라고 창문만 꽝 닫아버렸다. 쌓이고 쌓인 먼지에 방바닥은 써그럭써그럭

하고, 책상 위는 허옇고, 잡히지도 않는 뿌연 먼지에 눈알은 따갑고........ 오후가 되어

스트레스의 농도가 짙어진 탓인지 등짝이 아파오고 머리가 쪼개지는 것 같았다.

어두워지면서 무지막지한 이빨로 철근콘크리트를 물어뜯던 굴삭기는 가고 창공에 먼

지만 떠돌 무렵 청소를 시작했다. 참! 대단하다. 내 살림이라도 내가 손을 뻗쳐보지 못

한 곳 까지 위대하신 먼지수령 동지들께서는 구석구석 잘도 박혀있다. 손은 불편하고,

짝꿍도 없는데, 허연 먼지는 안 들어간데 없이 촘촘히 박혀 눈에 거슬리고, 진짜 울고

싶다. 다리 뻗고 울고 싶다. 닦고 닦고 또 닦아도 공기 중에 섞인 먼지들로 인해 또 쌓

이고 쌓이고 또 쌓이고. 기침을 하는 환자라서 그런지 숨이 컥컥 막힌다. 늦은 잠자리에

도 숨구멍에 모래가 쌓인 것 같아서 잠들지 못했다. 결국 다시 일어나 스프레이 병에 

물을 담아 온 방안의 허공을 향해 펌프질을 했다. 그리고 잠시 후 다시 걸레질을 하고!

스프레이 물방울 탓에 공기 중의 미세먼지들이 내려앉아 조금 나은 것 같았다. 그러나

잠자리에만 들면 죽을 것 같았으니....... 자리에서 일어나 가래를 토하려고 몸부림을

보아도 종일 뱉어낸 탓인지 목구멍만 아프고 별로 나오는 게 없다.

 

결국은 누워서 얼굴 위를 향해 스프레이 펌프질을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차가운 작은

물방울 입자들이 고스란히 내 얼굴위로 내려앉았다. 작은 입자들이 촉촉하게 볼에 내려

앉을 때마다 기분이 상큼했다. 누워서 침 뱉는 게 아니라 누워서 물 뿌리니 숨구멍이 살

것 같다고 한다. 그걸 몇 번을 했는지 모르지만 모닝콜 소리에 깨어보니 아침이다.

스트레스성 긴장 탓인지는 모르지만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몸이 천근에 만근이 되어

무거웠다. 그래도 어제의 공사먼지로 인해 국을 끓여 놓지 않은 생각이 나서 아들의

아침밥이 걱정 되었다. 발딱 일어나 꼬마김밥을 쌀 준비를 했다. 간단하게 간장에 참

기름만 넣고 달걀 프라이랑 비벼서 구운 김에 말아두면 국 없는 아침밥을 그런대로 집

어 먹고 가기 때문이다.

 

그란디이이이이 . 워마 미치갔구만!!!!!!!

새벽부터 어제 부순 건축폐기물을 퍼 가려고 엄청난 트럭과 잔인한 굴삭기가 골목에

들어서는 것 같았다. 밖을 내다보지 않았어도 지반이 훙청훙청 거리고 건물은 흔들흔

들 거린다.

우우우우우!

짜증나! 짜증나나나나아아~~~~~~~~~~

오늘은 또 워찌께 하루를 보낸다냐?

또 새댁처럼 지하실 사는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버텨야 하나??????

그렇다!

하느님은 언제나 우리에게 가장 좋은 것을 주셨다.

평생 동안 마셔도 마셔도 해롭지 않고 유익이 되는 공기와, 기억하지 않고 열심히 펌프

질을 하지 않아도 평생 동안 알아서 전 자동으로 펌프질을 해 대는 부지런한 심장까지!

아마 게으른 나에게 평생 동안 규칙적으로 펌프질을 하면서 공기를 마시고 살라했다면

 힘들어서 하루도 펌프질을 못 하고 죽었을 위인일 것이다. 그런데 낙원에 지옥을 형성

하고 사는 몫은 사람이다. 엄밀히 따져보면 우리를 위하거나 너를 위해서 이루는 일은

거의 없다고 본다. 근본 자체가 모두 나를 위해서다. 내 다리 편하자고 자동차를 만들고,

내가 좋은 집에 살려고 멀쩡한 집을 부수며 이렇게 병통을 만들고........ 사람이 나 혼자

편하기 위해 모든 것이 만들어진다.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기 싫어서 비닐봉지가 나오고,

한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이 나오고........

인간이 우리 함께 살기를 위한다면 결코 지옥을 만들 수 없을 것이다. 함께 산다는 것은

환경을 자연 상태로 되돌리는 일일 것이다. 너도 살고 나도 살고 우리 같이 사는 길은

새로운 건축이 아니라 벌래가 살고 잡풀이 사는 환경이 먼저 서야 우리 사람도 살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은 벌레도 죽고 잡풀도 없는 곳에서 나만 살려 한다.

전에 우리 동네는 참 아름다운 동네였다. 봄이면 집집의 화단에 피어난 산수유 개나리

라일락, 조금 지나면 어느 담장 밑에 떨어진 감꽃이며 온갖 유실수들의 화동들이 까르르

웃으며 떨어진 자리에 애기열매가 달리고, 그 열매가 여물기를 기다리는 여름은 담장

위의 초록이 몽실몽실하고, 초록이 주는 선물은 숨구멍에 먼지가 아닌 향기를 제공하는

너그러움이 있었고, 가을이면 대추며 감, 모과랑 꽃사과 같은 열매들이 동네의 인심을

전해주었다.

아주 가끔은 성당에 갔다 오는 길에 짝꿍이 긴 팔을 뻗어 교우형님네 단감 하나를 따서

각시 손에 놓아주던 인심도 있었다. 대추 익은 집 앞에서 얼른 손을 뻗어 보면 고 작은

촉감이 거저 달디 단 만족이었다. 그러고도 주인도 딸 것이 충분했던 동네였다. 봄이면

꽃으로, 여름이면 초록으로, 가을이면 울긋불긋 열매로, 겨울이면 앙상한 가지에

햇살을 머금은, 좋은 동네였다. 그런데 손바닥만 한 마당가의 초록마저도 무지막지한

굴삭기가 짓이겨버리고 이제 우리 동네에는 화단 있는 집이 몇 채 남지 않았다. 아니

거의 없다.모두가 그 자동차 때문이다. 주차장 확보와 소방도로 유지가 절대적 필요

조건이 되어버린 탓이다. 우리가 신혼 시절에는 차 있는 신혼부부가 드물었는데

지금은 단칸 사는 총각도 차는 있어야 사는 세상이 와 버린 것이다. 그러니 흙과

가장 가까운 양질의 장소인 1층을 주차장으로 밀어버리고 사람들은 위로 위로 더

위로 흙에서 먼 곳으로 밀려나 살아야하는 것이다.

 

지금 또 먼지들의 대격돌로 제체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 오늘은 어디론가 피신을 갔다

와야겠다. 지옥이 따로 없다. 새댁 보다 내가 더 못 견뎌라 하는 이유는 아마 건강상의

이유에서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왜 사람은 주님께서 주신대로 다시 돌아가지 못 하고 이

렇게 지옥을 만들어 가는 걸까? 자동차를 포기하면 땅을 차지 할 수 있고, 땅을 차지

하면 나무를 심을 수 있고, 나무를 심으면 공기가 맑아지고, 공기가 맑아지면 벌레들이

돌아오고, 벌레들이 돌아오면 사람들이 사는 환경이 회복 될 텐데, 우리 사람들은 이미

벌레들이 없어도 잘 사는데 자동차 없이는 못 사는 세상에 와 버렸다. 과연 그럴까?

나무들과 벌레들이 살아야 할 질 좋은 땅을 빼앗아 시멘콘크리트로 덮고 자동차에게

살라고 내어주는 세상이 과연 잘 사는 세상일까? 우리는 그 위기를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돌아가 회개할 수 없고 오늘도 저렇게 무지막지한 힘의 세력으로 나무는 뽑혀

나갔고, 땅 속의 벌레들은 벌써 지축을 흔드는 소리에 놀라 심장마비로 사망 신고가

끝났을 것이다. 나와 사람들은 그 후유증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옥이 따로 없다.

네 탓이 아니고 내 탓이다.

내 탓이요 내 탓이요 내 탓이다.

오 하느님! 옆집을 부수는데 우리 집이 통째로 흔들거립니다. 그러니 작고 여린

벌레들은 갈 데도 없이 모조리 즉사 했겠지요?

오 아버지! 우리 죄를 용서 하소서.<참말로 염치없는 요청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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