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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뿌리 공부의 중요성" - 12.17,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9-12-17 조회수382 추천수4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09.12.17 대림 제3주간 목요일
                                                    
창세49,1-2.8-10 마태1,1-17

                                                        
 
 
 
 
 
"뿌리 공부의 중요성"
 
 


성전 안의 독서대나 제대 원목의 나이테를 볼 때 마다 참 신비함을 느낍니다.
 
아무리 봐도 지루하지 않은 아름답고 신비로운 나이테의 무늬들입니다.
 
꼭 공동체 족보(역사)도 나무의 나이테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옛 어른들은 얼마나 족보를 소중히 여겼는지요.
가정에서 자녀교육의 우선은 족보 공부였으며
어렸을 때부터 가문에 대한 자부심을 키웠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어쩌다 간혹 아버지를 원망하면
어머니는 즉각 한 말씀으로 제 입을 닫았습니다.

“네가 아버지 없이 어디서 나왔니? 하늘에서 뚝 떨어진 줄 아니.”

절대 저의 말에 장단 맞추지 않고
끝까지 아버지를 두둔하신 어머니의 깊은 심중이 요즘 새삼스럽게 떠오릅니다.
 
평생 아버지 원망하는 말씀은
추호도 입에 올리지 않은 참으로 속이 깊은 어머니셨습니다.
 
그렇습니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공동체와 단절된 혼자가 아니라
기나긴 공동체의 역사(족보) 안에 제자리를 잡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과거를 부정함은 오늘의 나를 부정하는 것입니다.
 
어둡고 부끄러워도 애정으로 꼭 껴안고 가야할 우리의 역사입니다.
 
성탄을 앞 둔 오늘 복음은 예수님의 족보이자
세례 받아 하느님의 자녀가 된 우리의 영적 족보입니다.
 
아브라함으로부터 시작하여
예수 그리스도로 끝나는
예수님의 족보는 얼마나 깊고 신비롭고 의미 가득한지요.

때와 장소와 사람과 사건으로 이루어지는 역사요 족보입니다.
 
하느님의 무궁한 지혜와 시야,
인내와 기다림을 읽을 수 있는 예수님의 족보입니다.
 
끝까지 절차를 밟아가며,
무리하지 않고 한없이 인내하고 기다리시며
당신의 구원 역사를 펼쳐가는 하느님이십니다.
 
그 때마다 그 장소에 맞는 당신의 협력자를 뽑으시어
사건을 일으키시고
역사를 펼쳐 가시는 하느님이십니다.
 
끊일 듯 이어지고,
끊일 듯 이어지는 하느님의 족보, 예수님의 족보입니다.
 
이런 사람, 저런 사람 하나 버리지 않고 제자리에 배치하셔서
당신 구원 섭리의 도구로 활용하시는 하느님이십니다.
 
오늘 예수님의 족보에서 참으로 특이한 네 여인들,
타마르, 라합, 우리야의 아내 바쎄바, 룻이요
이방인이거나 불륜의 여인들이었습니다.
 
이 네 여인들 모두를 당신의 구원섭리의 도구로 쓰신 하느님은
마지막 동정 마리아를 통해 예수님을 탄생시킴으로 신비의 절정을 이룹니다.

공동체 역사의 맥락 안에서 제자리요 정체성의 신원입니다.
 
이래서 역사(족보) 공부가, 내 삶의 역사 공부가 필수입니다.
 
정체성의 위기는 바로 뿌리 공부,
역사 공부의 소홀함에서 기인되기 때문입니다.
 
성소 위기의 경우도 똑같습니다.
 
당장의 어려움에 압도되지 말고
거리를 두고 떨어져 제 삶의 전 역사를 렉시오 디비나 할 때
하느님 은총의 역사를 볼 수 있고 곧 지금 여기 제자리를 발견하게 됩니다.

오늘 1독서에서 야곱은 아들을 불러 모아 펼쳐질 미래에 대해 예언을 합니다.
 
과거의 역사에 정통해야 현재의 제자리를 알 수 있고
이어 미래를 내다 볼 수 있으며
역사 안에서 활동하시는 하느님의 섭리를 깨달을 수 있습니다.

“너희는 모여들 오너라.
  뒷날 너희가 겪을 일을 내가 너희에게 일러 주리라.
  야곱의 아들들아, 모여 와 들어라.
  너희 아버지 이스라엘의 말을 들어라.”
이런 아버지의 권위가 참으로 그리운 시절입니다.
 
이어 각별히 유다의 역할에 주의를 환기시킵니다.
“너 유다야, 네 형제들이 너를 찬양하리라.
  …민족들이 유다에게 조공을 바치고 그에게 순종할 때까지,
  왕홀이 유다에게서, 지휘봉이 그의 다리에서 떠나지 않으리라.”
야곱의 예언대로 그의 후손은 융성해져
왕홀과 지휘봉은 떠나지 않았고
마침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완전히 실현되지 않습니까?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공동체든 개인이든 과거를 알아야 현재의 제자리를 알 수 있고,
미래를 예견할 수 있습니다.
 
‘오래된 미래’란 말도 있듯이
옛 것 안에 숨겨진 새 것이요,
새 것 안에 숨겨진 옛 것입니다.
 
공동체나 개인의 전 역사를 조망하는 눈과
현재의 공동체와 개인 전부를 아울러 볼 수 있는 눈을 지니도록 해야겠습니다.
 
과거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반성 있어
현재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대책이요 미래에 대한 희망입니다.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시간,
우리 모두 현재의 제자리를 확인하는 참 귀한 뿌리 공부시간입니다.
“주님의 시대에 정의가 꽃피게 하소서.
  큰 평화가 영원히 꽃피게 하소서.”(시편72,7ㄴㄷ참조).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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