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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2월 20일 야곱의 우물- 루카1,39-45 /렉시오 디비나에 따른 복음 묵상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9-12-20 조회수396 추천수4 반대(0) 신고
렉시오 디비나에 따른 복음 묵상

그 무렵 마리아는 길을 떠나, 서둘러 유다 산악 지방에 있는 한 고을로 갔다. 그리고 즈카르야의 집에 들어가 엘리사벳에게 인사하였다. 엘리사벳이 마리아의 인사말을 들을 때 그의 태 안에서 아기가 뛰놀았다. 엘리사벳은 성령으로 가득 차 큰 소리로 외쳤다.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 내 주님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오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 보십시오, 당신의 인사말 소리가 제 귀에 들리자 저의 태 안에서 아기가 즐거워 뛰놀았습니다.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 !”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루카 1, 38) 가브리엘 천사가 예수님의 탄생을 예고했을 때 마리아가 하신 마지막 말씀입니다. 천사에게서 탄생 예고를 받고 난 다음, 마리아는 서둘러 유다 산악 지방에 있는 즈카르야의 집으로 엘리사벳을 찾아갑니다.(39절) 앞서 크나큰 당황과 놀라움에 빠진 마리아에게 가브리엘 천사는 마리아의 친척 엘리사벳이 임신한 이야기를 알려줍니다.(36절) 루카는 예수님의 탄생 이야기에 앞서 즈카르야와 엘리사벳의 아이 요한의 출생 이야기를 상세하게 전해 줍니다.(루카 1장) 요한과 예수님의 관계를 밀접하게 묘사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제 예수님을 잉태한 마리아가 자신보다 먼저 아이를 임신한 친척 엘리사벳을 찾아감으로써 예수님과 요한의 관계뿐 아니라 마리아와 엘리사벳의 유대관계도 묘사합니다. 엘리사벳은 본디 아이를 갖지 못하던 여인인데 기적적으로 아이를 잉태합니다. 한편 마리아는 동정의 몸으로 아이를 잉태한 것이지요. 마리아는 왜 엘리사벳을 찾아갔을까요 ? 누군가의 보호와 격려가 필요했기 때문일까요 ?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는 놀라운 사건을 겪는다는 같은 처지에서 만들어진 연대감이 마리아의 발걸음을 그곳으로 이끌었을까요 ? 어쨌든 하느님의 신비하고도 위대한 계획을 몸소 체험한 두 사람의 만남 또한 하느님께서 미리 계획한 일일 것입니다.

마리아는 ‘서둘러’ 엘리사벳의 집으로 갔다고 루카는 전합니다. 갈릴래아의 나자렛에서 유다 산악 지방으로 올라갔으니, 사나흘쯤 걸리는 거리로 젊은 처자에겐 쉽지 않은 여행길이었을 것이고, 그곳에서 석 달이나 머물렀다니(1, 56) 주위 사람들 눈에 띌 행동이었지만 마리아의 주체성과 결단력은 이곳에서도 잘 나타나 있습니다. 하느님의 뜻을 받들고 하느님의 말씀에 따르는 것을 즉시 실천한 것이지요.
마리아가 엘리사벳을 찾아가 인사하자, 엘리사벳의 태 안에서 아기가 즐거워 뛰놉니다.(41절) 그리고 엘리사벳도 기뻐하며, 성령으로 마리아가 임신한 아기가 온 인류의 ‘주님’ 임을 알아봅니다. “내 주님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오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 ?”(43절) 앞으로 태어날 요한이 오실 그리스도 앞에서 자신을 한없이 낮추는 것처럼, 엘리사벳도 마리아보다 나이가 훨씬 많지만 그리스도를 잉태한 마리아에게 자신을 낮춥니다. 여기에서 인간적 결점과 과오에도 하느님의 사랑을 받았던 다윗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다윗 임금은 하느님의 궤를 예루살렘으로 옮겨오면서 기뻐 춤을 추었습니다. “다윗은 아마포 에폿을 입고, 온 힘을 다하여 주님 앞에서 춤을 추었다. 다윗과 온 이스라엘 집안은 함성을 올리고 나팔을 불며, 주님의 궤를 모시고 올라갔다.” (2사무 6, 14 – 15) 다윗 임금이 주님 앞에서 뛰며 춤추는 것을 사울의 딸 미칼이 보고 그에게 “이스라엘의 임금님이 건달패 가운데 하나가 알몸을 드러내듯이, 자기 신하들의 여종들이 보는 앞에서 벗고 나서니, 그 모습이 참 볼만하더군요 !” (6, 20) 하며 비난하자, 다윗은 다음과 같이 대답합니다. “주님께서는 당신 아버지와 그 집안 대신 나를 뽑으시고, 나를 주님의 백성 이스라엘의 영도자로 세우셨소. 바로 그 주님 앞에서 내가 흥겨워한 것이오. 나는 이보다 더 자신을 낮추고, 내가 보기에도 천하게 될 것이오.”(6, 21 – 22)

그리고 엘리사벳은 장엄한 어조로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 하며 마리아에게 이중으로 축복을 선언합니다.(루카 1, 42) 마리아가 복된 이유는 앞으로 태어날 아기가 주님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엘리사벳의 태중에 있는 아이도 기뻐 뛰놀았던 것이지요. 아기의 자연적 태동은 오실 주님과의 만남이 불어넣어 준 기쁨의 표징입니다. 엘리사벳은 또한 마리아가 행복하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하느님의 말씀에 대한 마리아의 응답 때문입니다.
곧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질 줄 믿은 여인이기 때문입니다.(45절) 마리아는 하느님께서 오래전부터 계획하신 구원의 신비를 온몸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리하여 다음과 같은 하느님의 말씀이 이루어지게 하였지요. “너 에프라타의 베들레헴아 너는 유다 부족들 가운데에서 보잘것없지만 나를 위하여 이스라엘을 다스릴 이가 너에게서 나오리라.”(미카 5, 1) 구원은 하느님한테서 시작되고, 사람이 이를 받아들이고 하느님의 구원행위에 자신을 내맡길 때 이루어집니다.
인간의 참여와 협력 없이는 그 효력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주님의 어머니로서 마리아는 공적 위대함을 지니는 동시에 하느님 말씀과 그분의 능력을 믿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도 위대합니다. 마리아의 이러한 믿음은 뚜렷하게 돋보이고, 이런 점에서 마리아는 루카복음에서 ‘신앙의 모델’ 로 그려집니다. 하느님께서 하신 후손의 약속을 믿고 고향과 친족과 아버지와 집을 떠나 하느님께서 보여주실 땅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아브라함(창세 12, 1 – 5)처럼 말입니다. 히브리인들에게 보낸 서간 저자가 말했듯이 “그는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떠난 것입니다.” (히브 11, 8)

군중 속에 있던 한 여자가 “선생님을 배었던 모태와 선생님께 젖을 먹인 가슴은 행복합니다.” 하고 말하자,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지키는 이들이 오히려 행복하다.”(루카 11, 27 – 28)
강선남(서강대학교 신학대학원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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