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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난은 축복의 통로" - 12.19,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9-12-20 조회수467 추천수6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09.12.19 대림 제3주간 토요일
                                                
판관13,2-7.24-25 루카1,5-25

                                                  
 
 
 
 
 
"가난은 축복의 통로"
 
 


하느님 앞에서의 가난은 축복의 통로입니다. 
교만한 부자들은 하느님 축복의 통로가 닫혀있습니다.
 
화답송 시편 한 구절이 좋았습니다.
 
“주 하느님, 당신은 저의 희망, 어릴 적부터 당신만을 믿었나이다.”
(시편71,5).
 
이런 하느님께 희망을 둔 이가 진정 부자입니다.
 
 
루카복음에서 예수님의 행복 선언 첫 말씀입니다.
“행복하여라, 가난한 사람들! 하느님의 나라가 너희의 것이다.”(루카6,20ㄴ).
재물과 돈이 없어서 가난이 아니라,
생노병사(生老病死)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인간 존재 자체가 가난입니다.
 
노쇠와 병고를 통해,
체력과 능력의 한계를 통해,
시간 부족이나 공간 부족을 통해 실감하는 우리의 가난입니다.
 
아이를 원하는 부부들에게
특히 부인에게 아이 없음은 참 견디기 힘든 가난일 것입니다.
 
이런 가난이 사람을 원망이나 절망으로,
열등감이나 상처로 위축되어 병들게 하고 서서히 망가뜨려갑니다.
 
다음 복음의 마지막 구절이
엘리사벳이 아이가 없어 겪었던 고통스런 가난을 압축하고 있습니다.
“내가 사람들 사이에서 격어야 했던 치욕을 없애 주시려고
  주님께서 굽어보시어 나에게 이 일을 해 주셨구나.”(루카1,25).

엘리사벳이 아이가 없어 사람들 사이에서 겪었던 치욕은
참 견디기 어려운 가난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잘 들여다보면 우리 모두 가난한 사람들입니다.
 
내 구체적 가난을 어떻게 대하느냐가 문제입니다.
 
답은 하나 ‘하느님 앞에서’ 가난을 직면하는 것입니다.
 
하느님 앞에 나의 가난을 내어 놓는 것입니다.
 
바로 이 거룩한 미사시간의 은혜입니다.
 
미사 중 양 팔을 펴들고 하늘을 우러러 주님의 기도를 바치는,
빈손으로 성체를 받아 모시는 가난한 우리들입니다.
 
나의 가난에 좌절할 게 아니라
즉시 하느님 앞에 겸손히 무릎을 꿇는 것입니다.
 
가난은 하느님 축복의 통로입니다.
 
어떤 모습으로든
겸손히 하느님 앞에 무릎 꿇는 이에게 축복을 주시는 하느님이십니다.
 
아이 없어 가난했던 마노아 부부와 즈카리야 부부는
하느님 앞에 겸손히 무릎 꿇었던 사람들임이 분명합니다.
 
주님의 천사는 마노아의 아내를 찾아 와 성별된 아이의 탄생을 선언합니다.
“보라, 너는 임신할 수 없는 몸이어서 자식을 낳지 못하였지만,
  이제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다.”

아이가 없어 가난했던 마노아 부부는
축복의 선물인 아이의 탄생으로 부자가 되었고
주님께서도 그 아들 삼손에게 복을 내려주셨습니다.
 
복음의 즈카리야 부부도 똑같습니다.
 
이 가난한 부부 역시
아이 없는 가난에 좌절하거나 절망함이 없이
하느님 앞에 충실한 삶을 살았습니다.

“이 둘은 하느님 앞에서 의로운 이들로,
  주님의 모든 계명과 규정에 따라 흠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그들에게는 아이가 없었다.”

완벽한 부자는 없습니다.
 
어딘가 한 가운데 비어있는 가난,
바로 그게 하느님 축복의 통로입니다.
 
만일 이 부부에게 아이가 있었더라면
아마 이런 간절한 믿음은 지니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바로 이 하느님 앞에 가난을 내려놓고
의롭고 겸손하게 살고 있는 즈카리야를 찾아 온 하느님의 천사 가브리엘입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즈카르야야, 너의 청원이 받아들여졌다.
  네 아내 엘리사벳이 너에게 아들을 낳아 줄 터이니,
  그 이름을 요한이라 하여라.
  너도 즐거워할 터이지만, 많은 이가 그의 출생을 기뻐할 것이다.
  그가 주님 앞에서 큰 인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가 없어 가난했던 즈카리야 부부 역시
늘 하느님 앞에 충실했던 덕분에
주님께 아들 요한을 축복의 선물로 받았습니다.
 
위의 말씀 중 ‘주님 앞에서’ 라는 말마디가 중요합니다.
 
사람 앞에서, 세상 앞에서가 아닌
주님 앞에서의 삶이
가난에도 불구하고 큰 인물이 되어 품위 있는 삶을 가능하게 합니다.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시간
주님 앞에서 우리의 가난을 직면함으로
주님의 축복을 풍성히 받는 은총의 시간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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