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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행복하십니다, 믿으신 분!”
작성자김현아 쪽지 캡슐 작성일2009-12-21 조회수1,318 추천수20 반대(0) 신고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대림 제4주간 월요일 - “행복하십니다, 믿으신 분!”

 

 

 

저의 집은 매우 가난하였습니다. 한 번은 신학교에서 기도를 마치고 함께 밥을 먹기 위해 내려가고 있는데 저의 목 뒤에서 이런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어휴 촌스러워!”

아마 제 이름까지 말했었는지 저는 그것이 저를 향해 하는 말임을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제 이름 자체가 촌스러운데다 워낙 촌스럽게 컸기에 그 촌티란 것이 도시에서만 살아온 이들에겐 어렵지 않게 보이나봅니다. 젊은 사제가 뭐 얼마나 시골스럽게 컸을까 생각도 하실 수 있으시겠지만 제가 중학교 2학년 때 동네에 전기가 들어왔다고 한다면 환경이 어땠는지 대충 짐작을 하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

그 때는 유치원이 있는 줄도 몰랐고 우유 먹을 돈도 없었고 신발 살 돈도 없었고 촛불 켜 놓고 공부하였고 겨울엔 따듯한 물이 모자라 형이 씻은 물에 또 씻어야 했고 자동차 배터리를 충전시켜 와서 9인치 흑백텔레비전을 보았습니다.

그렇지만 사제가 된 지금 이런 모든 것들이 저의 경험을 풍부하게 하기 위한 하느님의 은총이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있지만 어렸을 때의 가난했던 경험들은 밤하늘의 보석처럼 제 기억 속에 자리 잡고 아직도 좋은 묵상거리와 강론거리를 제공합니다.

 

그러나 제가 사제가 되지 않았고 세상을 비관하여 사는 사람이었으면 그 과거를 어떻게 보게 되었을까요?

‘난 태어날 때부터 지지리 복도 없었지. 우유도 못 먹어서 키도 못 컸지, 과외도 한 번 못하고 하숙도 한 번 못해서 몇 시간씩 통학하며 공부도 제대로 할 수 없었지. 그렇다고 세상이 나에게 해 준 것이 뭐가 있어? 이놈의 세상!’

어쩌면 그 가난이 지금의 비관적인 삶의 핑계가 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믿음이란 것은 저에게 커다란 선물을 해 주었습니다. 저는 시골에서 그런 것들을 겪으며 산 것을 하느님께 너무 감사합니다. 왜냐하면 저와 같은 연령대에 그런 경험을 한 사람들도 거의 없고 또 강론에서 보시면 아시지만 저의 많은 묵상 자료들이 어렸을 때의 어려운 경험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 가난이 너무 자랑스럽고 하느님께 감사합니다. 왜냐하면 가난이란 것을 조금은 알기 때문입니다.

 

제 기억 속에 남아있는 가족의 가장 따듯한 이미지 중에 하나는 전기가 처음 들어왔을 때 전기밥솥 주위에 둘러 앉아 자동으로 밥이 되는 것을 보고 온 가족이 놀라고 신기해하던 모습입니다. 잘 살게 되면서 경험하지 못하게 되었던 수많은 것들을 미리 경험할 수 있는 은총을 주셨던 주님을 찬미합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이들, 그분의 계획에 따라 부르심을 받은 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함께 작용하여 선을 이룬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로마 8,28)

믿음이 있다면 모든 것이 은총으로 변합니다. 물론 어떤 것들은 세상 사람들의 눈으로는 고통일지라도 믿음의 눈으로는 모든 것이 하느님의 사랑의 섭리입니다. 고통이 믿음을 통해서 그렇게 새로운 희망과 기쁨의 싹으로 바뀌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엘리사벳이 성령으로 가득 차 성모님의 복되심이 그 분의 믿음 덕이라고 칭송합니다.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 ...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

믿지 않아 벙어리가 되었던 즈카리아에 비해서 성모님은 믿어서 행복한 분이 되셨습니다. 그러나 그 분의 삶은 일곱 개의 칼로 심장을 찔리는 고통의 연속일 것입니다. 그러나 하느님 뜻을 따르고 있다는 양심의 위안으로 평안한 십자가의 길을 가시는 것입니다. 믿음이 없는 사람은 이런 믿음으로 누릴 수 있는 행복을 단 한 시간도 누려보지 못합니다.

 

성모님이 믿음으로 행복하신 분이시라면 우리도 성모님을 본받아야 합니다. 신앙인의 모범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분은 겸손하여 믿을 줄 아셨습니다. 왜냐하면 믿음은 은총이기 때문입니다. 자아를 버린 겸손한 사람에게만 성령의 은총이 내려와 믿을 줄 알게 됩니다. 그렇다면 결론은 항상 하나입니다. 성모님처럼 겸손하고 깨끗해집시다. 그러면 믿음과 행복을 저절로 얻게 될 것입니다. 그 분이 바로 우리 깨끗한 마음의 구유에 새로 태어나게 되고 우리와 한 몸이 되실 ‘성체’이십니다.

 

 

 

요셉 신부님 미니홈피: http://minihp.cyworld.com/30jose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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