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아기 예수의 탄생> - 임종숙 수녀의 이콘 응시
작성자김종연 쪽지 캡슐 작성일2009-12-22 조회수853 추천수0 반대(0) 신고
 
아기 예수의 탄생
[루시 수녀의 이콘 응시]
 
2009년 12월 21일 (월) 09:47:55 임종숙 lucyjjong@yahoo.co.kr
 

En Cristo
심한 파도에 방향도 모르고 떠다니는 배에서 멀미를 하듯 마음의 움직임이 힘들었던 시간들을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하였으리라. 눈을 감기만 하여도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던 암울한 나날들도 있었으리라. 누군가 손을 내밀어도 잡을 힘마저 없는 그런 시간들도 지냈으리라. 가까스로 피어 오르려는 불씨조차 한 바가지의 물을 끼얹은 듯 희망이라는 단어가 기억나지 않은 적도 있었으리라.

오늘 탄생하시는 아기 예수님은 바로 이러한 마음에 먼저 빛으로 오신다. 임마누엘! 우리와 함께 계시는 주님! 세상에 울리는 캐롤보다 마음의 울부짖음을 먼저 들으시는 그분께서 선택하신 육화의 삶을 내려 놓은 곳. 어쩌면 구유는 인간의 마음자리이지 않을까.

   
▲ 아기 예수의 탄생 1306 벽화 지오또 스크로베기성당 파도바 이태리

지오또의 작은 갤러리라 할 정도로 내부 전체 벽면이 그리스도의 생애로 가득한 스크로베니 경당은 10여명만 있어도 서로가 양보하면서 그림을 감상해야 할 정도로 작다. 여기 있는 많은 성화 중에서 바로 “아기 예수의 탄생”이란 제목이 붙은 이 벽화는 안드레이 루블레프 성탄 이콘에서 보여지는 많은 상징들이나 전승은 담지 않고 있다.

죽음을 상징하는 수의를 입은 아기 예수님과 주위로 이방인을 상징하는 당나귀와 소 조차도 구세주를 알아보고 그분을 보호하듯 시선을 두고 있는 모습, 탄생의 기쁨과 죽음의 슬픔을 동시에 바라보시는 성모님, 환호하는 천사와 목동들, 그리고 고민하는 요셉 성인 등은 성탄 이콘에서 빠지지 않는 구조이다.

언젠가 이 경당에서 몇 시간을 묵상하다가 돌아보니 가장 위대한 사건이 일어난 육화의 자리는 다른 성화와는 달리 전체적으로 단조로운 색감으로 표현되어 있었다. 그들의 가난을 말해 주는 듯하였다. 화려한 빛깔 속에 있지 않으신 그리스도의 모습은 오심의 빛이시기에 세상을 품고 있다는 의미일까. 각자의 마음으로 바라보는 이콘은 주님께서 이끄시는 은총으로 시선이 머물게 할 것이다.

세상은 화려함 속에 그분을 모시려고 한다. 언제부터인가 구유의 의미보다 보여지는 외적인 모양새에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듯 하다. 작년보다 못하다는 둥, 아기 예수님의 눈이 너무 크다는 둥, 동물이 많다는 둥, 성모님이 예쁘지 않다는 둥.... 이런 ..둥둥으로 꾸며진 구유에 그분이 계실까. 어김없이 날짜는 성탄을 맞이할지 모르나 진정으로 바라는 거룩한 탄생 즉 우리의 마음자리에 그분이 오실지는 모르겠다.

오늘은 촛불 하나 밝히고 부끄러운 내면의 구유를 꾸며 보아야겠다. 먼저 타인에게 향하는 미움의 돌로 벽을 쌓고, 성급한 마음으로 판단하였던 무지를 지붕으로 올리고, 단절했던 감정들을 엮어 낮은 울타리를 만들고, 시기로 상한 여린 마음을 구유로 꾸미면 그곳에 오시는 아기 예수님은 연약한 우리를 아시고 내려놓은 마음에 빛으로 오시겠지!!

임마누엘!!!!

임종숙 ( 루시아 수녀, 한국순교복자수녀회 수원관구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nahnews.net>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