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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아픈 만큼 성숙한다!
작성자김현아 쪽지 캡슐 작성일2009-12-23 조회수1,112 추천수13 반대(0) 신고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대림 4주간 수요일 - 아픔만큼 성숙한다!

 


 

 

몇 년 전 여름에 ‘바오로의 발자취를 따라서’라는 대학 프로그램에 따라 거의 한 달간 터키여행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제가 헤드폰을 많이 껴서인지 아니면 바이러스가 들어가서인지 중간쯤부터 한쪽 귀가 잘 안 들리기 시작하였습니다. 단순한 것으로 여겨 여행을 마친 뒤 로마로 돌아와서 병원에 갔더니 입원을 하겠느냐고 물었습니다.

생전 처음으로 입원을 하게 되었고 여러가지 검사와 치료를 받았습니다. 검사 결과로는 바이러스가 들어가서 그렇다고 했지만 아무리 주사를 놓아도 좋아지지가 않았습니다. 한 십일 정도 입원해 있다가 퇴원하였습니다.

입원해 있는 동안에 매우 겸손해짐을 느꼈습니다. 이태리는 병원 치료비가 무료입니다. 대신 간호사들이 자신들이 돈을 대신 내주는 양 입원 환자들을 불친절하게 대합니다. 완전 구걸하는 사람처럼 간호사들의 호통에 기가 죽어야했고 의사들은 감히 쳐다볼 수도 없는 존재들이었습니다.

그 안에 있을 때는 찾아주는 사람들이 너무 고마워서 나가면 정말 잘 해 주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만큼 겸손해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퇴원하고 나서는 또 똑같아졌습니다. 건강하니 몸이 안 좋을 때의 겸손함도 사라짐을 느꼈습니다.

 

십자가의 성 요한에게 예수님께서 무엇이든 청하면 다 들어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마치 솔로몬에게 하신 것처럼 원하는 것을 청하라고 하셨습니다. 요한은 가만히 생각하다가 이렇게 대답합니다.

“고통과 멸시를 주소서.”

그리고 죽기까지 고통과 멸시 속에 사시다가 돌아가실 때도 홀로 아무도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곳에 가서 쓸쓸하게 돌아가십니다.

로마에서 함께 공부하던 어떤 수녀님이 저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수련할 때 주님께 고통을 청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후회돼요. 너무 힘들어요. 고통은 함부로 청할 게 아닌 것 같아요.”

사실 우리들은 성인들처럼 바로 고통을 청할 처지가 못 됩니다. 다만 하루하루 우리가 지고가야 할 십자가를 충실히 지고 가는 것만으로도 고통이 벅찰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성인이 되면 더 이상 고통이 고통이 아닙니다. 자신에게 주어지는 고통은 너무 작다고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더 큰 고통을 청하게 됩니다. 왜 고통을 청하게 될까요?

 

오늘 복음에서 즈카리야는 벙어리였다가 입이 풀려 주님을 찬미하게 됩니다. 처음엔 주님의 말씀을 믿지 않았다가 요한의 할례가 있는 날 천사가 일러준 대로 그 아이에게 요한의 이름을 붙여주라고 하면서 묶였던 혀가 풀리게 됩니다.

즈카리야는 혀가 묶여 있던 기간 동안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요? 실제로 잉태된 아기를 보면서 자신이 믿지 못했던 것을 후회하고 반성했을 것입니다. 그리고는 믿음이 생겼고 그의 이름을 지어주면서 믿음을 증거합니다.

천사가 즈카리야에게 주었던 것은 벌이 아니고 은총이었습니다. 고민하고 반성하고 더 큰 믿음을 얻게 하는 침묵의 시간을 제공해 준 것입니다.

 

살다가 힘들면 주님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고통을 주시는 것은 우리에게 유익이 되라고 하시는 것입니다. 세상 어떤 어머니도 고통 없이 아기를 낳지 못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성인들이 고통을 청하는 것은 고통이 그만큼 나 자신을 겸손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병원에서 고통을 받음으로써 원하지 않아도 스스로 겸손해지는 은총을 받는 것과 같습니다.

탕자의 비유에서 작은 아들이 재산의 반을 청할 때 아버지는 말리지 않습니다. 아들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 재산을 다 탕진할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재산의 반을 잃을지라도 아버지 없는 고통 속에서 더 겸손해져서 돌아올 아들을 위해 참고 기다리기로 한 것입니다. 아들은 돼지가 먹는 쓴 도토리를 배를 채울 생각을 할 정도로 거지의 몰골이 되어서야 다시 아버지 품으로 돌아옵니다. 그러나 작은 아들은 고통 속에서 새로 태어나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아버지는 고통의 가치를 알고 있었고 사실은 아들과 함께 고통을 당하고 계셨고 그렇게 새로운 아들을 탄생시키신 것입니다.

 

힘이 든다면 십자가를 바라보십시오. 누구도 그 분만큼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힘을 내십시오. 이 고통이 나에게 벌을 주시는 것이 아니라 나를 사랑하셔서 주시는 고통일 수 있음을 기억하면서 말입니다.

 

 

   

요셉 신부님 미니홈피: http://minihp.cyworld.com/30jose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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