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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여> - 성모송 묵상 I
작성자김종연 쪽지 캡슐 작성일2009-12-25 조회수445 추천수1 반대(0) 신고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여
[성모송 묵상-1]
 
2009년 12월 17일 (목) 18:38:31 여요한 .
 

 

     성공회신학대학원 졸업생으로, 자신을 "트러블메이커들을 위한 피스메이커가 되고픈 한송이 가녀린 신학생"으로 소개한 여요한 씨가 성모송을 묵상한 글을 가톨릭 형제들과도 나누고 싶다며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보내왔습니다. 이 글을 연재합니다. -편집부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기뻐하소서!
주님께서 함께 계시니 여인 중에 복되시며
태중의 아들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
이제와 저희 죽을 때에
저희 죄인을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 잠시 휴전중이었던 스리랑카에서 만난 젊은 엄마. 마리아가 웃었다면 아마 이런 얼굴이 아니었을까?

가브리엘 천사가 마리아를 찾아와 인사했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은총을 가득히 입은 여인 마리아. 2000년의 그리스도교 전통은 우리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을 참 쉬운 일로 만들었다. 우리는 마리아를 하느님이신 예수의 어머니로, 하늘의 여왕으로, 순종의 모범으로 기억한다. 우리 기억속의 그녀는 그녀가 입은 은총의 크기에 걸맞게 깨끗한 옷을 입고, UFO같은 후광을 악세사리처럼 뒷통수에 달고 있다. 개신교인으로서 그런 이미지의 마리아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신자라 할지라도 아마 대부분은 흰 옷을 입고 조신한 모습으로 무릎 꿇고 앉아 가브리엘 천사가 전해준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마리아를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전해받은 거룩한 책은 마리아를 그렇게 그리지 않는다. 성경은 마리아가 정복당한 땅, 죽임이 끊이지 않던 그 곳 갈릴래아에서 살고 있었다고 전한다. 마리아는 죽음의 땅에 앉아 하느님의 구원을 기다리던 가난한 이들 중 한 명이었다. 그녀 역시도 다른 갈릴래아 사람들처럼 겨우 하루 두끼 식사 밖에 못 하는 사람이었을 테고, 군인들이 나타났다고 하면 숨죽이고 집 안으로 숨어야 했던 이들 중 한 명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도 다른 갈릴래아 사람들처럼 혁명가 유다가 처형당할 때에 함께 십자가에서 죽은 2000여 명을 보았을 것이다.

마리아에게 그녀가 살던 세상은 마르스(전쟁의 신)의 지배 하에 있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두꺼운 구름처럼 드리운 그 권세는 마치 두꺼운 카페트와 같아서 한줄기 빛도 통과시키지 않을 것만 같았을 것이다. 마태오가 전하는 말 처럼 그 곳은 버림 받은 '이방의 땅' 이었고, 그 땅의 사람들은 '어둠 속에 앉아 있는 백성' 같았다(마태 4,14-16).

바로 이곳 갈릴래아에서 마리아는 가브리엘 천사를 만난다. 하느님의 사자와 국가 권력의 싸움에 대해서는 다니엘의 한 구절을 기억해 볼 필요가 있다. 다니엘에게로 하느님의 기쁜 소식을 가져오던 천사는 '페르시아의 군주'에 의해 무려 20일동안을 지체해야 했다(다니 10,13). 페르시아의 권력이 20일동안 다니엘을 불안하게 했을 것이다. 그동안 다니엘은 하느님의 나라가 패배했다고 느꼈을 지도 모른다. 평화, 사랑, 자비 그런 것 따위는 이미 제국의 창에 찔려 힘을 잃었다고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하느님은 제국의 구름 위에서 계속 일하고 계셨다. 그리고 그의 천사를 보내시어 당신의 승리를 당당히 선포하신다.

"총애받는 사람아!"

하느님의 승리는 이 인사와 함께 선포되었다. '어둠에 균열이 갔다' 는표현 정도로는 충분치 않다. 하느님은 그것을 '없는 것'으로 여기신다. 그리고 다니엘에게 인사하신 것처럼 마리아에게 인사하신다.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성모송의 첫 구절은 우리의 청각을 다시 하느님께로 돌리라고 요구한다. 어둠의 권세가 이미 세상을 지배하는 것 같은 때에, 마리아는 하느님께로부터 온 기쁜 소식을 들었다. 아마도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도 하느님은 자신의 음성을 듣는 이를 찾고 계실 것이다. 그 음성을 들었던 다니엘을 기억하자. 또 마리아를 기억하자. 지쳐 쓰러져서 '안된다. 그건 꿈일 뿐이다.' 라고 말하는 좀비들의 대열에서 벗어나자. 세상은 더 평화로운 곳일 수 있다. 성 정체성 때문에, 가진 돈이 적어서 불행해야 하는 세상은 끝날 수 있다. 인간이 온 지구의 생명들 앞에서 회개하는 날이 올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이미 그것을 보았고, 우리 역시 그것을 보도록 가브리엘의 초대를 받았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나는 이 인사에 고개숙여 응답할 생각이다. 다음에 이어질 놀라운 메시지를 기대하면서.

여요한 (성공회신학대학원 신학과 졸업)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nah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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