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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바보처럼 꾸준히 가라" - 12.29,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9-12-29 조회수574 추천수7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09.12.29 화요일 성탄 팔일 축제 내 제5일
                                        
1요한2,3-11 루카2,22-25

                                                  
 
 
 
 
 
"바보처럼 꾸준히 가라"
 
 


오늘 말씀 묵상 중 떠오른 기억들입니다.

예전 어느 원로 신부님의 피정 강론 중 한 말씀이
수 십 년이 지난 지금도 선명합니다.

“수도자는 수도원에 죽으러 왔지 살라고 온 것이 아닙니다.
  자꾸 살라고 하기에 문제가 생깁니다.”

예수님처럼 끝까지 죽어 사는 게 수도자의 삶이라는 것입니다.

출가외인이라 죽어도 그 집 귀신이 될 것이지
결코 친정집에 돌아 올 생각은 아예 하지 말라고
딸들을 시집보내며 하신 옛 어머니들의 말도 생각납니다.
“종신불퇴(終身不退)‘ 몸이 다할지라도 결코 물러나지 말라는
성철 스님이 어느 제자에게 써 줬다는 말씀도 생각이 납니다.
 
배수진을 치고 평생을 하루처럼 살아 온
수행자의 결연한 자세가 담긴 말씀입니다.

“불암산이 떠나면 떠났지 나는 안 떠난다.”

자주 되 뇌이며 전의(戰意)를 새로이 했던,
좌우명 삼아 살아온 말마디도 떠오릅니다.

얼마 전 읽은 법전 종정의 말씀도 생각이 납니다.

“오늘 밥값은 했는가, 하고자 하는 일을 죽을 각오로 해보았는가?
  수행자는 바보 소리, 등신 소리 들어야 비로소 공부할 수 있다.
  바보처럼 꾸준히 가라.
  그래야 자신도 살리고 이웃도 살릴 수 있다.”

바보처럼 제자리의 삶에 항구해야 수행자라는 말씀입니다.
 
어제 분도통사에서 읽은
불가항력적 상황에서 귀국한
선교수도승들에 대한 쌀쌀한 반응 역시 충격으로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이들의 상황을 파악하지 못함으로 인한 오해에 기인한 반응이었겠지만
깊은 교훈이 됩니다.

“영접 행사 후 뒷말이 있었음이 분명하다.
  분위기가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바로 이때부터 몇몇 수사에게 ‘도망자’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연합회는 귀환자들을 ‘도망자’라 지칭했다.”

함께 귀환한 테오도로 주교 아빠스와
교황 12세의 알현은 더욱 충격입니다.
 
교황 비오 12세가
테오도로 아빠스가 중국에서 겪었던 고초에 무지했던 탓이겠습니다만
역시 깊은 교훈이 담긴 말씀입니다.
“왜 양떼를 버려두고 돌아왔습니까?”

테오도로 아빠스는 아무 말도 못하고 눈물만 흘리다가 부축되어 나왔다 합니다.
모두 정주(定住:stability)의 영성과 관계된 일화들로
제자리의 순교적 삶에 충실 하라는 말씀입니다.
오늘 1독서 말씀입니다.

“누구든지 그분의 말씀을 지키면,
  그 사람 안에서는 참으로 하느님의 사랑이 완성됩니다.
  그것으로 우리가 그분 안에 있음을 알게 됩니다.
  그분 안에 머무른다고 말하는 사람은
  자기도 그리스도께서 살아가신 것처럼 그렇게 살아야 합니다.”
제자리에서 항구히 하느님의 말씀을 지키고
그분을 충실히 섬기며 그리스도처럼 살아갈 때
우리 안에 완성되는 하느님 사랑이요,
어둠이 지나가고 그리스도의 참 빛이 비쳐옵니다.
 
하여 이런 이들은
저절로 자기형제를 사랑하게 되어
빛 속에 머무르고
걸림돌이 없습니다.

바로 이의 좋은 모범이 복음의 시메온입니다.
 
이 사람은 의롭고 독실하며,
이스라엘이 위로 받을 때를 기다리는 이였는데,
성령께서 그 위에 머물러 계셨다 합니다.
 
제자리의 주어진 사명에 충실한 이들 위에 늘 머물러 계신 성령입니다.
 
성령에 이끌려 성전에 들어 간 시메온
영안(靈眼)이 활짝 열려 주님의 구원을 체험합니다.

“주님 말씀하신대로,
  당신 종을 평화로이 떠나게 해 주십니다.
  제 눈이 당신의 구원을 보았습니다.
  이는 당신께서 모든 민족들 앞에서 마련하신 것으로,
  다른 민족들에게는 계시의 빛이며,
  당신 백성 이스라엘에게는 영광이 됩니다.”
빛과 영광으로 충만한 아기 예수님을 통해
하느님의 구원을 체험한 시메온입니다.
 
제 삶의 자리에서 의롭고 독실하게 살면서
항구히 주님을 섬겼던 결과입니다.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시간,
주님은 제자리 삶에 충실했던
우리의 눈을 열어 주시어
주님의 구원을 보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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