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사진묵상 - 희망으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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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순의 | 작성일2010-01-17 | 조회수369 | 추천수1 | 반대(0) 신고 |
사진묵상 - 희망으로
이순의
여름 무더운 날에
초록이 머문 곳에는 희망이 있습니다.
덩치 큰 육신을 가진 나만
나만 고생스러운 것 같아도
사는 데는
다 같이 고생입니다.
그 고생을 고생이라 하지 않고
달갑게 순응할 때
너나없이
사람에게도
벌님에게도
자연에게도
희망이 보이니까요.
옥수수 줄기 꼭대기에도 꽃이 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기를
옥수수열매를 먹고 사니까
꽃도 열매에 있을거라고 착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옥수수수염쯤에서
암술과 수술이 교배할 것 같은!
그런데요.
그러지를 않습니다.
벌님께서는
사람의 곡식인 옥수수 열매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사람이 먹지 않는
저 꼭대기!
꽃자리에서 꽃가루를 땁니다.
.
열심히 열심히 날개 짓을 합니다.
꽃가루는 양쪽 다리에 뭉쳐 붙이고요.
꿀은 양볼 가득 머금습니다.
얇디얇은 투명 날개를 얼마나 얼마나 저어야
저만큼의 꽃가루를 딸 수 있을까요?
벌님께서 저렇게
중매쟁이를 해서 벌어먹고 살지 않으면
옥수수 종자는 씨가 말라버릴 거지요.
벌님 덕택으로
우리네 사람들은 옥수수 하모니카 노래를 부를 수 있습니다
햇살은 쨍한데
따서 모은 꽃가루는 많지가 않네요.
저 벌님이 게으름뱅이냐구요?
아니에요.
벌님은 게으른 벌님이 없습니다.
일찍 일어나고요.
일찍 자러 갑니다.
그러니까 저 벌님은 오늘 하루 몇 번이나
식량창고를 다녀왔을 것입니다.
긴 여름 해를 원망하지도 않습니다.
농군에게는 여름해가 길게 느껴지지 않거든요.
사람들은 여름 해가 길다는데요.
농군인 꿀벌에게는
여름해가 왜 그렇게 짧을까요?!
어이쿠!
욕심이 좀 과하신 것 같습니다.
창고에 내려두고 오시지?!
허~!
한참을 지켜보아도 곁눈질도 없이 열심이시고요.
한참을 지켜보아도 절대로 떨어뜨린다거나 지치지도 않습니다.
더운 여름날에
옥수수 그늘아래 햇빛 피하고 섰노라면
덩치 큰 사람인 제가
저렇게 작은 벌님께 희망을 배우고 옵니다.
주어진 몫에 열심히 최선을 다 하자구요.
그게 희망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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