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성서묵상 모세오경 「내가 네 힘이 되어주겠다」에서
작성자김중애 쪽지 캡슐 작성일2010-01-31 조회수397 추천수2 반대(0) 신고

 

 

하느님께서 가죽옷을 만들어 입혀주셨다(창세 3,21)

하느님께서 아담과 하와가 지은 죄를 물으신 뒤
그들에게 가죽옷을 해 입히셨다고 한다.
여기에는 해학적인 면이 있다.
앞의 이야기를 살펴보면, 아담과 하와는 선악과를 따먹은 뒤
눈이 밝아져 자신들이 알몸임을 알고
부끄러워 무화과나무 잎을 엮어서 앞을 가렸다.
그런데 그것으로 몸이 제대로 가려지지 않자 하느님께서
"얘들아, 기왕 가리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지" 하면서
가죽옷을 잘 만들어 입혀주신 듯하다.

이것은 자신의 단점을 이런저런 모양으로
가려보려 하지만 잘 되지 않는 것과 같다.
옆 사람이 더 잘 안다.
어쩌면 자신이 의식하고 있는 단점보다 훨씬
 더 깊은 죄를 지니고 있을 수도 있는데 눈치조차 채지 못한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하느님께서 가죽옷을 해 입히셨기 때문이다.
자신은 가리고 있으나 이 옷은 잘 알고 있는 단점,
이웃은 모르지만 자신은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 잘못들,
자신과 이웃 모두에게 비밀처럼 남아 있는 죄의 속성….
이 모든 것이 우리 자신의 일부다.

만일 우리 중의 한 사람을 앞에 세워놓고
그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그의 단점 또는 잘못을 무두 적게 한다면,
 대학노트 10장 정도를 채우지 못할 사람은 아마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몇몇이 모여 이웃의 단점을 거론하며 즐기는 것은
하느님께서 해 입히신 가죽옷을 벗기려는 시도이며,
하느님께서 이 세상을 운영하시는 질서를 거스르는 행위다.
그것은 마치 남의 집에 초대받은 사람이 잘 정돈된 거실과
안방 대신 그 집쓰레기통을 뒤지는 것같이
어리석은 일이다.

사람이 죄를 짓는 일은 그리 신기할 것이 없다.
오히려 땅에서 태어나 유한하고 경쟁적인 환경에서 자란 인간이
그 안에서 영원한 것을 보고 좇는 일이 참으로 신기하고 경탄할 만하다.
바라는 만큼 다 이루지는 못한다 할지라도 바로
그렇게 살려는 지향을 놓지 않는 것만으로도
모두 우리의 귀한 형제다.
설령 내가 생각하는 것과 많이 다른 방식으로
 다가온다 하더라도 그리 탓할 것이 아니다.
그 사람에게 내가 또 그렇지 아니한가.

성서묵상 모세오경 「내가 네 힘이 되어주겠다」에서
김종수 신부 지음 / 바오로딸 펴냄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