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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펌 - (127) 그런 심부름은 맨날 맨날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10-02-02 조회수419 추천수0 반대(0) 신고
 
작성자   이순의 (leejeano)           번  호  7329       작성일    2004-06-24 오후 1:00:30
 

2004년6월 목요일 성 요한 세레자 탄생 대축일ㅡ이사야49,1-6;사도행전,13,22-26;루

가1,57-66.80ㅡ

 

   (127) 그런 심부름은 맨날 맨날

                                                              이순의

 

여러 달 전부터 앞집에 사는 아기엄마더러 세 딸들의 유아세례를 권장하고 있다. 마음

은 있는데 이것저것 이유가 발생하고, 여건이 여의치가 않았다. 그런데 어제 밤늦게

가져다 준 서류를 기록해서 자발적 자유의지로 아이들에게 유아세례를 시키겠다고

찾아오셨다.

오랜 냉담도 냉담이려니와 이런 분들과 대화를 해 보면 주일을 지키는 이상의 신앙을

생활화하는 방법으로 연결하지 못 한다는 점과 그 소외감이나 죄책감이 신앙생활을

짐스럽게 한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마음에 짐을 지고 살아가는 것 보다 차라리 아

이들에게 만큼은 짐을 안기지 말고 어른이 되어서 스스로 종교를 정하도록 하자는 이

론을 정립하게 된다.

결국! 유아세례로 이어지지 않는 성가정의 부재상태가 증가하는 전형적인 교회의 고

민에 동승하게 된 것이다.

거듭 설명은 했지만 또 잠깐이지만 보충교리(?)를 해 드렸다.

<교회가 아닌 세속적인 눈으로 아이들을 보십시오. 저 아이들이 중학교에 가고나면

엄마의 말에 순응하고, 그 때가서 신앙적인 대화가 이루어지고 종교를 선택하게 될 것

이라고 기대 하지 마십시오. 이미 끝난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태어나서 유아방 시절

을 성당에서 떠들고, 주일학교에서 몸살을 하고, 첫 영성체를 한 아이들도 여러 가지

이유로 성당을 쉬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외나 학원이라는 이유에서부터, 모처럼의 일

요일 아침 단잠을 깨울 때는 보이지도 않는 하느님 때문에 고민하게 됩니다. 어른들

은 그 이유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아이들은 그게 고민인 나이이기 때문에 중요하

게 되고, 부모의 의견에 따라서 신앙에 전념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사춘기라는 소속감이나, 친구가 있어서, 갈 데가 없거나, 늘 다녔으니까, 등등의 이유로 

습관적으로 성당에 다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사춘기의 신앙은 그 뿌리가 나약

합니다. 그런데 그 때가서 다녀 본 적도 없는 교회에 대하여 부모가 신앙을 운운한다

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대화입니다. 왜냐하면 급변하는 시대의 정서가 종교의 구속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부부께서도 신자이면서 냉담의 길을 오래 가시는데,

세례는커녕 종교생활을 전혀 경험하지 않은 내 아이들에게 미래에 무엇인가를 선택

하기 바란다는 것은 그 이유가 타당하지 못 합니다.

 

그리고 만약에 아이들이 커서 부모의 바람대로 신앙을 선택하지 않았을 때를 가정해

봅시다. 세월이 흘러 천국 문 앞에 섰을 때, 자비로우신 그리스도 예수님의 피 값으로

성자예수를 따라 예수님처럼 세례를 받은 사람 먼저 우선권을 주신다면, 부부께서는

둘이서만 좋은 자리에 들겠습니까? 아이들은 밖에서 심판을 기다리게 하고 말입니다.

이미 세례를 하셨으므로 세례가 주는 의미에 대하여는 부정하시지 않으리라는 전제

하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또한 실제로 세례는 무한한 사랑의 극치인 주님께서 인간에

게 부여한 특권임을 믿어야 합니다.

자비로우신 아버지의 선택이 세례를 통하여 우선순위가 매겨진다면 당신은 그래도

아이들에게 너희가 커서 선택하라고 하시겠습니까? 미래의 세상은 개인이 감당해야

할 감정의 고통이 훨씬 심화 될 것입니다. 틀이 무너지는 사회, 제약이 흩어지는 사회

일수록,  개인이 떠안고 지탱해야 할 심리적 부담감은 커지고 있습니다. 그걸 어머니께

서 감당해 주시겠습니까?

부부가 인생을 같이 사는 것 같아도 배우자가 알아서는 안 되는 내 행동이 있고, 마음

이 있습니다. 그래서 함께 사는 부부도 외로움에 사무치는 공허감을 각각 극복해 내야

만 가정이 지켜집니다. 그런데 하물며 동반의 삶을 살지 않고 겨우 십여 년 품어 안는

자식을 내가 감당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지금 세례를 해서 초등학교 동안 신앙을 키운다면 훗날에 냉담을 택한다 하더라도 그

심연의 뿌리는 그 아이의 일생을 지켜줄 것입니다. 엄마가 아기 때도 어째보지 못하

는 자식을 커서 어쩔 것이라고 생각하는 그 발상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그 때 가서 느

끼실 것입니다. 그러나 그 때는 이미 늦어버립니다.

그리고 교우이신 부부가 딸을 셋씩이나 건강하고 무탈하게 낳도록 은총을 허락 받아

서 주님의 대전에 입적을 하는데 냉담인 상태로 드리는 정성보다는 수녀님이나 신부

님과 간단한 면담이라도 좀 해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만사형통이 되었다.

"밤늦은 시간에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라고 인사를 하신다.

"아니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이런 심부름만 있으면 맨날 맨날 날 밤을 새워도

좋으니 언제든지 찾아오세요." 라고 답례를 했다.

현대 젊은 가정의 표본적인 고민이다.

오늘은 세례자 요한의 탄생축일이다.

잠시 머뭇거림을 회개한 즈가리아처럼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성부의 부르심에 응답하

는 신앙의 모범을 살아야 한다. 지금 우리는 잠깐의 망설임으로 요한이라는 이름을 허

락하지 못한 즈가리아의 벙어리 신세가 주는 의미가 중차대한 사안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만 쓰고 어서 성당에 가 봐야겠다.

세례명도 셋을 정해야 하고, 대모님도 정해야 하고, 면담도 청해 봐야하고, 서류도 접

수해야하고........

그런데 이럴 때 꼭 부딪히는 게 있다."본인더러 오라고 하세요."

걱정 마세요. 다리만 놔줄 거예요. 냉담자들이 오려다가 못 오는 이유가 그거 아니었

든감요? 성사만 보려 해도 간이 떨리는디, 복잡헌 머시기가 많어서....... 몰라서 불편하

고, 어색해서 불안하고....... 그럴때 해 드리는 심부름 뿐이네요.

냉담 먼저 풀고, 유아세례하고, 유치부 주일학교 입학시키고....... 그러다 보면 본인이

알아서 하기를 바라지요. 그러니까 쫌만 봐주이소. 잉!

교회가 다 같이 머리 모아서 생각을 좀 해봐야 할 부분이기도 혀유!  

 

ㅡ이 일은 유다 산골에 두루 퍼져 이야깃거리가 되었고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이것을 마음에 새기고 "이 아기가 장차 어떤 사람이 될까?" 하고 말하였다. 주님의 손

길이 그 아기를 보살피고 계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루가1,66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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