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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진묵상 - 그 꽃이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10-02-02 조회수570 추천수2 반대(0) 신고
 
사진묵상 - 그 꽃이
                                         이순의
 
 
 
 
 
 
작년 봄 어느 날에
산골 집 마당가에 핀 개 복숭아꽃을
자랑했었지요?!
 
 
 
 
 
 
 
 
 
 
 
 
 
 
 
 
날씨는 아직도 추운데
꽃은 어찌 철을 알고
저리도 여린 꽃잎을 펼 생각을 했을까요?
예뻤습니다.
진짜로 예뻤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얇은 꽃잎은 지고
뾰두락지 같은
사춘기 여드름 딱지 같은
귀여운 열매가 맺히기 시작했었지요.
 
 
 
 
 
 
 
 
 
 
 
 
 
 
 
 
 
 
 
 
얼마나 많이 열렸든지
쫌 징그럽기도 했습니다.
꽃이 많았으니
여드름 딱지 같은 잔 알맹이들이
덕지덕지 달려있는 폼이
쫌 징그러웠습니다.
 
 
 
 
 
 
 
 
 
 
 
 
 
 
 
 
 
 
그런데요.
결국은 여드름 딱지 같은 열매들이 여물어질 때는
무거워서 찢어지고
바람이랑 비랑 시샘하여서 또 찢어지고
익지도 않은 열매를 달고
시련에 못이겨 찢어질 때마다
저 풋 열매라도 차지하려는 손길들의 쟁탈전은 또.......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일손 놓은 점심시간에도 치열했구요.
일이 끝난 저녁에도
일을 나가기 전 새벽에도
누군가의 손을 탔더랍니다.
정말로 많이 열렸었는데
아깝게
가슴 쓰리게
그 가지들이 찢어지고 또 찢어지고
또 찢어지고
 
 
 
 
 
 
 
 
 
 
 
 
 
 
 
 
 
그래도 남은 가지에서는 제법 탐실하게 열려 있습니다.
떨어지지 말고 끝까지 익어서
따드릴 때까지 꼭 붙어있으시라고
부탁부탁 드려야 했습니다.
 
 
 
 
 
 
 
 
 
 
 
 
 
 
 
 
 
 
 
그 살이 통통해질수록
그 결이 붉어질수록 무거워지셔서
가지가 땅까지 내려와 고개를 처박고........
막대를 세워드려 보았는데요.
그래도 고개는 점점 땅에 처박아지드라구요.
찢어진 가지는 버렸어도
그 많던 열매는 확 줄었는데도
달린 열매는
가을 내내 하늘을 향해있지 못하시고
땅을 향해 있었습니다.
 
 
 
 
 
 
 
 
 
 
 
 
 
 
 
 
 
 
 
개 복숭아 이긴 해도
익어갈수록
그 홍조가 수줍은 새색시 볼 마냥 고와지더이다.
 
 
 
 
 
 
 
 
 
 
 
 
 
 
 
 
 
 
 
 
 
 
전 해에는 몇 개 열리지 않아서
남정네들이 몰래몰래 손을 댄 바람에
익은 열매 구경은 해 보지도 못했는데
이번에는 또 너어무 많이 열려서
가지가 땅에 떨어지고, 찢어지고, 열매들을 상실했어도
남정네들의 손을 타지 않을 리도 없었건만
볼 살이 볼구작작하니
잘 익는 모습들이 진짜 많았습니다.
옹골지지요.
 
 
 
 
 
 
 
 
 
 
 
 
 
 
 
 
 
 
 
개 복숭아나무 그늘 아래 평상이 놓여 있었는데
자알 익은 낙과가
그 또한 예뻤습니다.
 
 
 
 
 
 
 
 
 
 
 
 
 
 
 
 
 
 
 
 
 
 
여름의 커다란 상실 뒤에도
얻은 과실이 많았습니다.
저 몰래
수많은 일손들도 그냥두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고도
저렇게나 많이 땄습니다.
그리고 술에도 담그고, 설탕에도 재웠습니다.
1년을 두고 나면 뼈에는 특효약이라 하여서.......
 
저만 먹자고 담근 것은 아니구요.
 
산에서 일이 끝나고 철수할 적에
기사님도 한 병 드리고요.
밥해 주시느라고 수고해 주신 언니도 드리구요.
직원들께도 한 병씩 귀향의 이바지로 나누어 드렸습니다.
좋아들 하시더라구요.
사실 저만큼이라도 열매를 잃지 않으려 할 때는
그렇게 많은 사람들과의 전쟁이 있었습니다.
히히히히히!
못 따게 해야지요.
수시로 잔소리 해야지요.
떨어진 열매는 부지런히 감춰두어야 임자지요.
토요일에 작업하지 않은 날에는 몰래몰래 담가야지요.
히히히히히히!
천신만고 끝에 남겨진!
히히히히히히!
 
 
 
 
 
 
얼마 전에 산골 집에 갔더니
저렇게 우러나 있었습니다.
1년이 지나야 한다고 하니까.......
아직도 멀었네요. 개봉하려면!
새해에는 열매를 얻지 못할 것입니다.
나무 가지가 다 부러지고 찢어져서
몽둥이만 남아있습니다.
너무 많은 꽃을 피운 고생이지요.
당분간은 개 복숭아나무도 스스로에게
안식년을 주시려고 준비하시지 않았는가 생각해 봅니다.
다시 가지가 무성해지고
많은 꽃을 피우고
열매가 무수히 열릴 때까지 아껴서 먹어야지요.
올해
저 개 복숭아나무의 혜택을 받은 사람이 참 많습니다.
귀향하시는 일손들의 보따리에
몇 개씩이라도 숨어가셨으니
나무 한 그루가
진짜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신 것입니다.
 
다음번에 영심씨(차)랑 같이 갈 때는 서울 집으로 싣고 와야 될 것 같습니다.
일손들이 많아지면 틀림없이.........
<숨겨놓은 그 술 한 잔 씩 주시제?>
그 부탁 거절하기 힘들잖아요?!
히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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