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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주님의 심오한 뜻을 어떻게???
작성자이근호 쪽지 캡슐 작성일2010-02-04 조회수400 추천수1 반대(0) 신고

 

 

 

교리교육을 받고 있는 예비신자  김xx는 장애 3급이다. 머리 수술을 세차례나 받고 거동도 약간 불편한 30대 후반의 청년이다. 

신부님께서 특별히 나이 많은 어르신과 장애로 불편한 분을 위해 단기로 세례주는 특혜가 있었는데 이때 김xx는 세례를 받아 베드로라는 본명을 얻었다. 비록 세례는 받았지만 교리에 대한 지식을 더 얻고자 지금 내가 맡고 있는 예비신자 교리반에 청강생으로 다니고 있다. 지난 주 교리시간에 영등포역 노숙인들을 위해 철야봉사를 하는 것을 예비신자들에게 소개를 하였는데 교리시간이 끝나고 나니 잠깐 면담을 하고 싶다고 한다.

 

노숙인들을 위해 자기도 봉사를 하고자 하니 어떠냐고 한다. 전혀 예기치 않은  상태에서 반가워서 일단 좋다고 허락하였다. 그만큼 나는 봉사자를 간절히 원했고 필요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전에 그의 모친께서  아들몸이 불편하니 특별히 잘 보살펴 달라고부탁한 생각이 문뜩 떠 오른다. 그래서 이곳 봉사는 노동이 동반되고 체력 소모가 많고 또 술취한 노숙인들을 상대하려면 정신력 또한 강해야 되는데 할 수 있느냐?고 되물어 보았다. 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하니 거절할 수가 없다.

 

왜 봉사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고 전에도 봉사할 생각을 해 보았느냐고 물으니 그런 생각을 전혀 해보지 않았단다. 오늘 노숙인이야기를 듣고 봉사하고 싶은 열정이 솟아 올랐다고. 이런것이 주님의 부르심이고 섭리인가 보다. 비록 몸 움직임이 굼뜨고 생각이  좀 부족하지만 열정만은 뜨겁다. 세상눈으로는 이형제의 이곳 봉사는 무리라고 보이는데 주님이 보내셨다면 내가 무슨 권한으로 거절을 한단 말인가! 두려운 생각이 스친다.

 

이방인  페르샤 고레스 왕의 마음을 성령께서 역사하시어  에즈라 사제에게 예루살렘 성전을 재건축하라고 허락하였던 기적과 같이 김베드로의 마음을 성령께서 움직이게 하신 모양이다. 이렇게 주님께서는 또한 사람의 봉사자를 붙여주셨다.

 

봉사자 트리오!   나, 손가브리엘 그리고 김베드로 이렇게 이곳 식구가 늘어났다. 만 일 년 만에.

"시작은 보잘것 없지만 앞날은 크게 번창할 것이다"라는 말씀을 다시금 마음에 새기면서 또 주님께서 크게 입을 벌리거라고  말씀하셨으니 채워주실 것이 아닌가?

한 사람이 커피봉지를 가위로 자르면,  다른 사람은 종이컾에 붓고 주전자의 끓는 물을 넣고 다음 사람은  쵸코파이와 함께 노숙인에 건넨다.

손발이 짝짝 맞는다. 오래만에 느끼는 만족감이다. 피곤이 쌋가신다. 주님께 의지하는 사람은  뛰어도 지치지 않고, 걸어도 피곤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지 않으셨나!

 

 밤 2시경쯤 어느 노숙인이 무릎을 깨진 소주병에 다쳐  새로온 신참 김베드로가 119구급대에 연락을 하니 구급대원2명이 와서 치료를 해주고 간다. 또 내가 앉은 맞은 편 한구석에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가 움크리고 혼자 앉아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에 어린이 노숙자는 아직 본적이 없다. 어떻게 이곳에 왔느냐고 물으니 막차를 놓쳐서 첫 전철을 기다린다고 했다. 집이 어디냐고 물으니 용산이라고 한다. 내가 세시간이나 남았는데 걸어서 가도 더 빨리 집에 가겠다고 하니 그저 피싯 웃는다. 옆에서 같이 있던 손가브리엘형제가 그러면 내가 봉사 끝나고 그쪽으로 태워줄 터이니 같이 가자고 하니 그것도 싫다고 한다. 무언가 의심이 들어서   이것 저것을 물으니 집을 나온 가출 초등학교 5학년생이었다. 엄마가 찾지 않겠느냐고 하고 물으니 뭐 찾겠느냐고 시큰둥한 대답이 나온다. 결손가정의 학생이었다. 이곳에서 전전하다 보면 더욱 문제아가 될것 같아 112에 신고하여 부모곁으로 보내기로 하였다. 사랑을 받아야 할 처지에서 거리로 방황하는 어린 새싹을 보니 마음이 서글퍼진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리셔서  "엘로이 엘로이 레마 사박타니?"(저의 하느님,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하며 절규하신 말씀이 이 역사대합실에 가득찬것 같다. 과연 이곳 노숙인들은 버림을 받았는가? 주님의 십자가 죽음이 헛것이란 말인가?  그러나 지금 이현장에 주님의 이름으로 사랑을 전하는 우리가 있기에 우리를 보고  언젠가는 그들이 주님께로 회개하는 날이 일을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믿음은 우리가 바라는 것들의 보증이며 보이지 않는 실체들의 확증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전날에 어느 독지가가 와서 춥다고 침낭을 가져와 나누어 주었는가 보다. 어느 술이 잔득 취한 노숙인이 우리보고 침낭을 내노라고 다끄치며 행패아닌 억지를 부린다. 이렇게 이곳에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 어처구니 없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이곳에서 꼭 봉사의 손길이 필요한 분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보람과 기쁨을 누리고 주님의 사랑의 향기가  따뜻한 커피 한잔과 같이 꽁꽁얼어붙은 마음을 녹이며 스며든다.

 비록 밖은 영하 10도의 매서운 추위가 기승을 부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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