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전통적인 의식
작성자김용대 쪽지 캡슐 작성일2010-02-08 조회수394 추천수1 반대(0) 신고
그때에 예루살렘에서 온 바리사이들과 율법 학자 몇 사람이 예수님께 몰려왔다가, 그분의 제자 몇 사람이 더러운 손으로, 곧 씻지 않은 손으로 음식을 먹는 것을 보았다. 본디 바리사이뿐만 아니라 모든 유다인은 조상들의 전통을 지켜, 한 움큼의 물로 손을 씻지 않고서는 음식을 먹지 않으며, 장터에서 돌아온 뒤에 몸을 씻지 않고서는 음식을 먹지 않는다. 이 밖에도 지켜야 할 관습이 많은데, 잔이나 단지나 놋그릇이나 침상을 씻는 일들이다. 그래서 바리사이들과 율법 학자들이 예수님께 물었다. “어째서 선생님의 제자들은 조상들의 전통을 따르지 않고, 더러운 손으로 음식을 먹습니까?”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이사야가 너희 위선자들을 두고 옳게 예언하였다. 성경에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이 백성이 입술로는 나를 공경하지만, 그 마음은 내게서 멀리 떠나 있다. 그들은 사람의 규정을 교리로 가르치며 나를 헛되이 섬긴다.’ 너희는 하느님의 계명을 버리고 사람의 전통을 지키는 것이다.” 또 이어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너희의 전통을 고수하려고 하느님의 계명을 잘도 저버린다. 모세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여라.’ 그리고 ‘아버지나 어머니를 욕하는 자는 사형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였다. 그런데 너희는 누가 아버지나 어머니에게 ‘제가 드릴 공양은 코르반, 곧 하느님께 바치는 예물입니다.’ 하고 말하면 된다고 한다. 그러면서 아버지나 어머니에게 더 이상 아무것도 해 드리지 못하게 한다. 너희는 이렇게 너희가 전하는 전통으로 하느님의 말씀을 폐기하는 것이다. 너희는 이런 짓들을 많이 한다.”
(마르코 7:1-13)
 
금세기 최대의 성경 주석가이며 설교가이며 저술가이며 영국의 대표적 성서신학자인 윌리엄 바클레이(William Barclay)는 감옥에 갇힌 한 랍비가 얼마 되지도 않는 물을 마시지 않고 매일의 종교의식 때에 손을 씼는데 사용함으로써 거의 목말라 죽을 뻔했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와 같이 바리사이인들에게는 율법을 엄격하게 지키는 모습을 외부에 드러내 보이는 것이 강점이기도 했지만 약점이 되기도 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사람들이 믿음을 갖게도 했지만 외부 의식에만 신경을 쓰는 형식주의자로 만들기도 했다. 아무 생각 없이 습관적으로 마지 못해 전례의식에 임하는 것은 틀에 박힌 행동에 지나지 않는다.
내면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남의 눈만 의식하기 때문이다. 사제들도 자신이 바리사이인과 다름이 없다고 실토할 때가 많은데 스스로 생각해도 “거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참으로 솔직하다고 생각한다.
오늘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바리사이인들을 “얄퍅하다”고 표현하셨다.
 
옛날의 한 그리스도인 작가가 말했다.
“잘못을 범한 평신도는 이내 잘못을 바로 잡지만
사제(司祭)가 악에 물들게 되면 거의 헤어나지를 못합니다.”
아마 경험에서 우러난 말인 것 같다. 이 작가는 바리사이들이 앞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두고 말한 것 같지만 모든 시대의 모든 성직자들도 바리사이와 거의 다름이 없다는 것을 꼬집고 있는 것 같다. 이 작가가 이어서 말했다.
“자리가 사제(司祭)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제가 자리를 만듭니다.
자리가 사람을 축성(祝聖)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자리를 축성합니다.
모든 사제가 거룩하지는 않지만 거룩한 사람은 모두 사제입니다.”
 
하느님의 현존, 하느님의 표지, 하느님의 흔적, 하느님의 업적, 하느님의 사람, 하느님을 만날 때 쓰는 물건, 그리스도의 표지 같은 것은 하느님께 속하는 것이기에 ‘거룩한 것’으로 분류된다. 재료 자체는 비록 이 세상의 것이지만 하느님의 것으로 쓰려고, 또는 하느님의 거룩함을 드러내는 데 쓰려고 ‘거룩한 것’으로 구별한다.
이것을 ‘성별(聖別)’이라 하고, 특별히 ‘축성(祝聖,consecration)한다’고 말한다.
이렇게 축성된 것을 ‘코르반(Corban)’이라고 하며 ‘하느님께 바치는 예물’이다.
 
교회에서 축성하는 것으로는, 미사 때 주님의 몸을 이루는 성체, 성전 봉헌 때 그리스도의 상징인 제대, 복음 삼덕을 실천하는 수도자의 삶, 그리고 세례와 견진,
사제서품 때 성령의 기름부음 받음을 표시하는 축성 성유(크리스마)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성사의 재료로 사용하는 ‘성유(聖油)’를 축성하는 것은
역시 그리스도의 사제직과 관련이 있다.
축성되었다는 것은 그 안에 하느님의 권위가 들어 있다는 뜻도 된다. 
사제의 경우 하느님의 권위를 대신 활용하고 있다는 뜻도 된다.
그런데 사제가 거룩하지 못하면서 하느님의 권위를 남용하면 하느님을 모독하는 것이 되며 독성죄(瀆聖罪)를 짓는 것이 된다.
 
교부 오리겐(Origen, 185-254)은 섬김을 받고 앞 자리에 앉아 뭇사람들로부터 인사를 받는 기쁨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이런 기쁨을 율법학자나 바리사이들에게서 찾을 것이 아니라 교회 안에서 찾아야 하며, 만찬을 하는 식탁에서 뿐만 아니라 교회의 앞 자리에서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자기 스스로를 높이는 사람은 낮아질 것입니다.’
나는 모든 사람들이 이 말에 귀를 기울이고 모든 부제와 사제와 주교들도
이 말에 귀를 기울이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교부는 이어서 그리스도의 마음 비움에 관한 필리피서(3:6-9) 말씀을 인용했다.
“그분께서는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셨지만 하느님과 같음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으시고 오히려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들과 같이 되셨습니다.
이렇게 여느 사람처럼 나타나 당신 자신을 낮추시어 죽음에 이르기까지,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하셨습니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도 그분을 드높이 올리시고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그분께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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