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put his finger into the man’s ears
and, spitting, touched his tongue;
then he looked up to heaven and groaned, and said to him,
“Ephphatha!” (that is, “Be opened!”)
And immediately the man’s ears were opened,
his speech impediment was removed,
and he spoke plainly.
(M.7.33-35)
제1독서 열왕기 상권 11,29-32; 12,19
복음 마르코 7,31-37
미사를 마치고 성당 문 밖에 서서 신자들에게 인사하다보면 “신부님, 안수 좀 해주세요.”라고 말씀하시며 고개를 숙이시는 분들을 만납니다. 주로 편찮으신 분들, 지금 어려운 일이 있으신 분들이지요. 저는 이분들에게 안수를 해드리며 기도를 합니다. 즉, 이 분들의 아픔이 해결되기를, 그리고 주님께서 더 좋은 쪽으로 이끌어주시기를 정성어린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저의 안수를 통해서 이 분들의 모든 아픔이 말끔히 사라졌으면 하는 마음은 간절하지만, 사실 주님의 뜻이 저의 마음과 다르게 움직일 때가 더 많은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이었어요. 얼마 전 수술을 받으신 어떤 자매님으로부터 이런 말씀을 들었습니다.
“신부님, 왜 제게 이런 병이 왔는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주님께 원망도 많이 했지요. 그런데 동네 교우들이 하도 신부님께 안수를 받고 병원에 가라고 해서 받았는데, 안수를 통해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몰라요. 마음이 편해져서 수술도 잘 받을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물론 저의 안수를 통해서 병의 치유를 받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마음의 평화를 통해서 큰 위로를 얻을 수가 있었고, 이로써 편한 마음으로 수술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지요.
‘우리 주님께서는 이런 분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을 해주시는 분은 절대로 아니라는 것이지요. 그보다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해주시는 분이십니다.
오늘 복음에서 사람들이 귀먹고 말 더듬는 이를 예수님께 데리고 옵니다. 그리고 그에게 손을 얹어 주십사고 청합니다. 즉, 사람들이 예수님께 원했던 것은 단순히 머리에 손을 얹는 것이었지요. 그런데 예수님의 행동에서 그들이 원하는 대로 머리에 손을 얹는 것은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습니다. 예수님의 행동을 성경 말씀을 통해서 좀 볼까요?
먼저 군중에게서 따로 데리고 나가신 뒤, 당신 손가락을 그의 두 귀에 넣으셨다가 침을 발라 그의 혀에 손을 대십니다. 그리고 한숨을 내쉬신 다음, ‘에파타’하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 후 그는 곧바로 귀가 열리고 혀가 풀려서 말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예수님께서 귀먹고 말 더듬는 이의 머리에 손을 얹는 것을 원했지만, 예수님께서는 이 사람이 필요한 것을 해주십니다. 그래서 굳이 머리에 손을 얹는 행위를 하지 않으셨던 것이지요.
예수님의 이런 배려와 사랑은 지금 우리들에게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들이 원하는 대로 행하지 않으시고, 더 좋은 쪽으로 우리를 이끌어 주시는 것입니다. 따라서 주님께서 우리를 이끌어주신다는 확신을 가지고 살아야 합니다.
지금의 어려움과 고통은 더 큰 행복을 얻기 위한 주님의 또 다른 배려이며 사랑임을 기억하면서 오늘도 힘차게 생활했으면 합니다.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은 상대방이 혼자 있는 것을 방해하지 않는다.(브하그너)
남과 다른 길(‘좋은생각’ 중에서)
산악 용어 중에 ‘머메리즘’이라는 말이 있다. 영국 등산가 ‘알버트 프레드릭 머메리’의 이름을 딴 것으로,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해 오르는 것을 뜻한다.
그가 활약한 1880년대 알프스에는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봉우리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는 알프스를 정복하고 의기양양해하는 등산가들에게 일침을 놓았다. “모든 봉우리에 다 올랐다고? 그건 당신들 생각일 뿐이야. 나는 당신들과 다른 길을, 나만의 방식으로 다시 오를 거야.”
당시에는 쉬운 코스를 선택해 정상에만 오르면 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머메리는 등산가들이 즐겨 찾던 길을 버리고 위험이 도사린 길을 개척하고자 했다. 등산의 진정한 의미는 정상에 오르는 게 아니라, 고난을 극복하는 데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무모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실천했다. 누구도 도전해 볼 생각조차 못한 마터호른산의 즈무트 능선과 프르겐 능선을 선택하고 정상에 올라 세상을 놀라게 한 것이다.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높은 낭가파르바트 등정을 처음 시도한 사람도 머메리였다. 비록 정상에 오르지 못하고 그곳에서 삶을 마감했지만, 세상의 수많은 길은 그처럼 남과 다른 길을 고집하면서 역경을 극복한 사람들 덕분에 생겨난 게 아닐까.
그가 등정 중 부인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설령 낭가파르바트 등정에 실패하더라도, 이 위대한 봉우리와 산을 바라보았으니 후회는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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