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은 새해의 첫날이다. 설이라는 말은 ‘낯설다’의 ‘설’이라는 어근과 연관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새롭게 시작하는 한 해에 대한 낯설음이다. 그래서 한자로 신일(愼日)이라 했다. ‘삼가 고 조심하는 날’이라는 의미다. 전통적으로 이날은 단정한 몸가짐으로 어른들께 세배하러 다녔고, 조상들께는 차례를 모셨다. 신앙인 또한 돌아가신 분들의 영혼을 기억하며 미사를 봉헌한다.
<복음>
<너희는 준비하고 있어라.>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2,35-40<또는 18,9-27 또는 마르 4,1-9>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35 “너희는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 놓고 있어라. 36 혼인 잔치에서 돌아오는 주인이 도착하여 문을 두드리면 곧바로 열어 주려고 기다리는 사람처럼 되어라. 37 행복하여라, 주인이 와서 볼 때에 깨어 있는 종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 주인은 띠를 매고 그들을 식탁에 앉게 한 다음, 그들 곁으로 가서 시중을 들 것이다. 38 주인이 밤중에 오든 새벽에 오든, 종들의 그러한 모습을 보게 되면, 그 종들은 행복하다!
39 이것을 명심하여라. 도둑이 몇 시에 올지 집주인이 알면, 자기 집을 뚫고 들어오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40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 너희가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오늘의 묵상>
“행복하여라. 주인이 와서 볼 때에 깨어 있는 종들!” 주인은 그에게 시중을 들어 줄 것이라고 하십니다. 주님께서 사람에게 ‘시중을 들어’ 주실 것이라는 표현입니다. 황송한 말씀입니다. 그러니 ‘깨어 있는 모습’은 분명 축복받을 일입니다. 어떤 삶이 그것일는지요? ‘감동의 삶’입니다. 하늘과 사람을 감동시키는 일입니다.
그러려면 늘 베풀어야 합니다. 베풀면, 주는 사람도 감격하고, 받는 사람도 감격합니다. 그리고 하늘은 그를 돕습니다. 하늘도 감동하기 때문입니다. 조건 없이 베풀면, 축복과 감동은 더해집니다. 나누며 감격을 주는 사람이 ‘깨어 있는 종’의 모습을 지닌 사람입니다.
우리나라 부자 가운데 ‘경주 최 부잣집’은 12대를 거치며 300년을 부자로 산 집안입니다. 결코 우연일 수 없습니다. 그들은 ‘철저한 규율’을 물려주었습니다. 절제와 나눔의 생활입니다. 그래서 재산은 ‘만석 이상’ 모으지 못하게 했고, 과거를 보더라도 ‘진사 이상’은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재산 분배도 장자 중심에서 벗어나, 모든 아들과 딸 그리고 서자에게도 골고루 나누게 했습니다. 재물에 대한 겸손과 나눔의 정신이 하늘의 보호를 받게 했던 것입니다.
‘언제라도 깨어 있어라!’ 언제라도 나누고 베풀라는 말씀입니다. 그러면 주님께서 지켜 주시고, 축복해 주신다는 가르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