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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서묵상 모세오경 「내가 네 힘이 되어주겠다」에서
작성자김중애 쪽지 캡슐 작성일2010-02-17 조회수392 추천수1 반대(0) 신고

 

 
 
어린양은 하느님께서 손수 마련하신단다(창세 22,8)

아브라함이 하느님의 말씀을 들을 때 보이는 공통된 태도가 있다.
그가 처음 하느님의 부르심을 듣고 고향을 떠날 때,
그것은 목숨을 건 결단이었다.
그래서 아브라함이 하느님의 부르심을 따르기 위해
굳은 결심을 하는 장면이 있을 법도 한데
"아브람은 야훼께서 분부하신 대로 길을 떠났다"(창세 12,4)는,
마치 이웃 동네에 심부름 가는 사람처럼 움직이는 아브라함을 보여준다.

이 이야기에서도 아브라함은 늦게 얻은 귀한 외아들을
불에 태워 번제물로 바치라는 야훼의 말씀에
"아브라함은 아침 일찍 일어나 나귀에 안장을 얹고…
하느님께서 일러주신 곳으로 서둘러 떠났다"(22,3)고 한다.
모세가 야훼의 부르심을 받았을 때 여러 차례 피하려고 했던
일이나(출애3,11:4,1.10.13) 판관 기드온이
야훼의 기적을 보고서야 백성 앞에 나서는 이야기
(판관 6,19-22) 등과 비교할 때
아브라함은 자신의 계획보다 하느님의 계획을 따르는 데
얼마나 준비가 잘된 사람이었는지를 알 수 있다.

번제를 드릴 장소에 도착해서 어린 아들 이사악이
 "아버지! 불씨도 있고 장작도 있는데
번제물로 드릴 어린양은 어디에 있습니까?"라고 물었을 때
아브라함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그러나 그의 대답 또한 단순하다.
"얘야, 번제물로 드릴 어린양은 하느님께서 손수 마련하신단다."
이 이야기를 끝까지 읽으면 아브라함의 말대로 이루어지지만,
이때만 해도 그는 자신이 죽여서 바칠 이사악이
오래전에 하느님께서 준비해 주신 어린 양으로알고 있었으므로
이사악에게 옳은 대답을 하고도 그것이 왜 옳은지 알지 못했다.

이 이야기는 우리가 자주 묵상하는 대로 아브라함의
지극히 단순한 순명으로 이루어진 신앙을 보여준다.
그러나 다른 한편 중대한 위기에 부딪치면 사람을 제물로 바치던
당시 근동지방의 관행에 비추어 어떤 이유로도 사람을 제물로 써서는
 안 된다는 강력한 메시지가 담긴 일화이기도 하다.
혹 나의 계획을 성취하는 데 이웃이 상처받고
희생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일이다.

성서묵상 모세오경 「내가 네 힘이 되어주겠다」에서
김종수 신부 지음 / 바오로딸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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