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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펌 - (140) 가장 먼저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10-02-23 조회수425 추천수1 반대(0) 신고
작성자   이순의 (leejeano)           번  호  7459       작성일    2004-07-12 오후 6:00:48 
 
 
 
 

2004년7월12일 연중 제15주간 월요일 ㅡ이사야1,10-17;마태오10,34-11,1ㅡ

 

     (140) 가장 먼저

                           이순의

 

 

  근심

그렇지 않아도 포화상태인 좁은 집안이 법석이다.

신문지와 광고지 그리고 아들이 쓰고 버린 연습장까지!

여느 때 같았으면 골목에 내다놓았을 폐지지만 지금은 그러지를 못 하고 있다.

어머니께서 폐지를 줍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버리자니 골목골목을 누비실 어머니의 수고에 죄를 짓는 것 같고!

어머니를 드리자니 자식이 어머니께 쓰레기나 주우시라고 시키는 것 같고!

정말 하다하다 별별 근심을 다 하게 되었다.

어머니께서 백화점에서 청소하실 때는 백화점 화장실뿐만 아니라

공중 화장실도 마음 놓고 들락거리지를 못 했다.

남의 가래침 닦으시는 어머니 생각에 늘 편치 않은 외출이었다.

그런데 이제 집에 앉아서 쓰레기 더미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습한 여름공기에 너저분한 두 칸 방에서 돌아버릴 것 같다.

이래저래 근심을 싸서 주시는 어머니시다.

저놈의 신문지가 나를 근심케 한다.

아직도 해답이 없다. 드려야 할지? 버려야 할지?

부자들은 뭐라고 할까?

몇 백 원도 쳐주지 않는 저 신문뭉치를 고민하는 사람에 대하여?

가난한 어머니의 소일거리도 일이라고 근심하는 사람에 대하여?

나 어떡해?

 

이순의(2004/07/07) : 아들생각ㅡ 생각은 길고 짧게 단순하게. 할머니 안다니시다니는 먼 동네에 가져다 버려. 못 하시게 해. 엄마!

 

 

정재훈(2004/07/07) : 외람되지만 그냥 어머니께 드리면 안 될까요 ? 골목길에서 의 폐지 수거하는 것이 잘못을 저지르는 일도 아니고...

 

 

이순의(2004/07/07) : 결국 그렇게 될 거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어머니께서건께서 건강하시다는 사실만으로도 축복인 걸요. 재훈님의 생각과 같아서 모으는 거지요. 마음이 늘 어머니의 자식임을 확인하는 거죠.

 

 

이순의(2004/07/07) : 정재훈님! 어머니께 전화 드렸습니다. 어머니 편하실 때 언때 언제든지 가져 가시라구요. 제가 순금이에게 다니는 걸 모르시니까! 복도에 쌓아 놓을테니 두번 걸음 하지 마시라구요. 마음이 홀가분해요

 

 

이순의(2004/07/07) : 재훈님 감사합니다. 결단을 쉽게 내릴 수 있도록 독려해 도와주셔서요. 그런데 왜 이렇게 눈물이 나지요? 아들의 말처럼 끝까지 어머니께 못 하시게 해야 하는건 아닌지.....

 

 

  정재훈(2004/07/08) : 각자의 생각이 틀리겠지만 저는 참 잘하셨다고 생각합니각합니다. 운동도 되시고 또 용돈벌이도 하시고... 이런걸 일거양득, 일석이조, 누이좋고 매부좋고, 도랑치고 가재잡고....ㅎㅎ

 

※위 글은 제 미니캡슐에 개인적인 마음을 풀어 적었는데 벗님들께서 방문하셔서 읽어주시기도 하고,
의견을 보여주시기도 하고, 격려도 해 주셨습니다. 그 중에 묵상 내용과 일맥상통하여 옮겨 놓았습니다.※

 

오늘은 어머니께서 오셨다.

전화를 드린 지는 며칠 되었는데 오시지를 않으셔서 다시 전화를 드렸더니 이미 다녀

가셨다고 하신다. 폐지나 아니나 그거 몇 장 되지도 않는 걸 모은 거라고 오라 가라 했

느냐고 수화기에 들려오는 말씀이 섭섭한 기색으로 꽉 찼다.

"어머니, 저희 집 신문지는 그대로 인데요. 남의 집을 잘 못 가셨나 봐요. 저희 집을 못

찾겠어요? 다녀가신지 얼마나 되었다고요? 장미 넝쿨이 많은 집이잖아요. 내일 일찍

제가 집에 있을 때 오세요. 제가 수시로 들락거리니까요."

그렇게 해서 찾아 오셨다.

머리카락이 좀 길어서 화장실에서 누드로 삭발을 하고 있는데 문을 두드리셨다.

"어머니, 제가 옷을 벗고 있으니까 현관문 따고 조금 후에 들어오세요."

예전 같지 않고 참으로 어렵게 오셨다. 어머니께서 늙어 가시는 게 마음으로 너무 짠한

마음이 들었다. 

욕실에서 나와 어머니께 용돈을 건넸다.

"어머니, 이제부터는 매월 이 날자가 되면 어머니께 용돈을 드릴게요. 그 동안 어머니

께서 벌어서 쓰시니까 잔잔한 신경은 끄고 살았는데요. 이제부터는 어머니 용돈은 꼭꼭

챙겨드릴 테니까 운동이 될 만큼만 신문지도 줍지 몸에 무리가 되도록은 하지 마세요.

어머니께서 건강하셔야 애비가 나가서 일을 열심히 하지요. 어머니께 무슨 일이 생기

면 애비가 지금 감당하기가 어려워요. 그러니까 사 잡수고 싶은 것도 사서 잡수고 그

러세요."

어머니는 돈을 거절하지 않으시고 받으셨다. 그리고 걱정을 하셨다.

"워매! 너머 많허다. 느그 힘 탈라먼 아직 멀었다고 허든디, 늙은 나는 암시랑 안헌디

너그가 무리가 되지 않것냐? 아직도 갚아야 할 것이 많다고 들었다."

"어머니, 그건 아범하고 저하고 살면서 할 일이구요. 어머니는 그런 걱정 말으시고 몸

이나 잘 보존허시도록 하세요. 어머니는 제가 책임인께 막내랑 살아도 의지는 저한테

허셔야 해요."

어머니께 마음의 안심을 시켜 드리고 싶었다.

점심을 드시러 오시라고 해도 오시지도 않고, 돌아다니시느라고  전화도 받지 않으셨다.

매일 출근하시던 양반이 집에 계시려니 답답하셨는지 홀쭉하다. 당신께서 갑자기 놀고

계셔서 그렇다고 걱정 말라고 하셨지만 그러신다고 걱정이 안 되지를 않는다.

입맛 다실걸 내 놓으니 달게 드셨다. 장가도 안가고 늙은 총각 막내아들이 어데 어머니

드실거나 챙길 형편이던가? 그래도 어머니는 그 아들과 오래오래 살려 하신다는 걸

알고 있다. 나도 어미 되어 보았으니 심정을 알고도 남는다. 그게 어머니다. 그 아들

빨래도 빨아주고, 밥도 해 주고........

 

짝꿍의 노력이 적으나마 결실을 보기 시작 했다.

제일 먼저 밀린 교무금을 봉헌했다.

"아버지 하느님의 은덕으로 짝꿍이 작은 결실을 보았으니 제일 첫 소출을 골라 봉헌하

나이다. 모든 이루심이 아버지의 뜻이며, 모든 거두심이 아버지께 영광이옵니다. 그러

하오니 모든 노력이 아버지의 뜻대로 이루어지소서. 감사하나이다. 아멘"

그리고 두 번째로 어머니께 용돈을 챙겨 드렸다.

참으로 나를 근심케 하신 어머니시다.

갖지 못하셔서, 세상 이치에 어두우셔서, 어른의 자리를 지키지 못하셔서, 맏이에게

모든 짐을 떠 넘기셔서, 이래저래 근심을 근심을 포개고 또 포개서 주신 어머니시다.

며느리의 자리를 놓겠다고 해도 왜 큰아이가 며느리의 자리를 놓으려는 지를 판단하

시지 못 하시고 뚝만 내셨다.

그런데 세월이 어머니를 저리도 나약하게 만들어버렸다.

외출준비를 하는 동안에 신문뭉치를 박스에 담으셨다.

그런데 어머니께서 담으신 신문 뭉치는 개수가 여러 개로 나뉘어 있었다. 순간적으로

느낌이 왔다. 어머니는 저 신문뭉치가 힘에 부치실 거라는 걸! 그래서 내가 외출하고

나면 여러 번에 걸쳐 저것들을 옮겨놓으실 거라는 걸!

외출복을 입었지만 상자의 주둥이를 열고 몽땅 쌓았다. 그리고 두 번에 나누어 계단

아래에 내려놓았다. 어머니는 누군가가 금세 주어 간다고 노심초사 하신다. 걱정 마시

라고 해도 그 신문지에 애착을 보이신다. 업으로 삼지 말고 심심풀이 삼아서 하시라

고 그렇게 말씀 드렸어도 어머니는 업으로 삼으시고 말았다. 그래도 어머니께서 살기

위한 방편으로 선택한 종목이라고 마음을 바꾸기로 했다. 작은 핸드카에 묶어드리고

약속시간이 되어 걸음을 재촉 했다.

그런데 얼마가지 않았는데 빗방울이 후두둑 기척을 한다.

다시 뛰어와 어머니를 부르니 저 만큼 서 계신다. 집에 와서 우산을 가져다 드렸다.

그때서야 내 마음이 놓였다. 약속시간은 늦었지만 항상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을 생각

한다. 주님께 감사를 드리는 것이 가장 먼저이며, 그 다음이 어머니시다.

약속 시간은 세 번째가 되었다.

 

모임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어떻게 하면 내가 어머니를 찾고 싶을 때 연락이 될까를

생각해 보았다.

"아~! 짝꿍이 돈을 좀 더 벌면 휴대폰을 사 드려야겠다."

백화점에 가면 청소부 아줌마들만 쳐다보게 되더니, 이제는 거리에서 폐지 줍는 할머

니들만 쳐다보게 생겼다. 어머니의 그림자는 항상! 늘! 언제나! 내 마음 안에 자리 잡

은 아픔이다. 

그분이 나의 시어머니시기 때문이다.

 

ㅡ"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마라. 평화가 아니라 칼을 주러 왔다.

나는 아들은 아버지와 맞서고 딸은 어머니와, 며느리는 시어머니와 서로 맞서게 하려

고 왔다. 집안 식구가 바로 자기 원수다." 마태오10,34-36ㅡ 

 

(정재훈님, 님의 허락이 없이 제 방의 꼬리까지 꺼내 오심을 너그러이 이해 바랍니다.

님께서 써 주신 꼬리가 묵상의 깊이를 한 층 높여주시리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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