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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믿거나 말거나>
작성자김종연 쪽지 캡슐 작성일2010-02-28 조회수377 추천수1 반대(0) 신고
 

<믿거나 말거나>


개신교에 부흥회가 있다면,

가톨릭에는 성령기도회가 있다.

부흥회는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성령기도회에는

몇 번 참석해 보아서 좀 안다.

성령기도회에서는 사랑, 나눔, 용서를 강조한다.

엊그제 임동성당 성령기도회에서는

어떤 70대 후반으로 학교 문턱에도 들어가 보지 못한

할머니 한 분이 나와서 간증(신앙체험 이야기)을 했다.

자기는 오래 전부터 생활비 50만원을

가지고 살아가는데, 그 돈에서 자기보다

더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떼어주곤 해도,

묘하게 다른 사람들이 또 자기를 도와주어서

굶어 죽지 않고 살아간다고 했다.

그것을 정말 기적으로 믿는다고 했다.

하느님이 사람들 마음을 움직여

함께 살도록 해 주시는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그런 마음이 모두 성령께 사로잡힌 미음이라고 했다.


또 우리 마누라가 해 준 이야기다.

자기가 아는 가난한 할머니 한 분이 

병약한 남편에게 사골 뼈를 하나 고아드리고

싶어서 하느님께 간절히 기도를 했는데,

다음날 새벽 대문을 열어보니 신문지에

사골 뼈가 하나가 신문지에 싸여서 놓여 있더라는 것이다.

그리고 성당에 들고 다닐 가방이 꼭 필요해서

기도를 했더니,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어떤 아저씨 한 분이

가방을 획 던져주면서 쓸 테면 쓰라고 하더라는 것이다.

믿거나 말거나이다.

참말이거나 거짓말이거나 할 것이다.  




못 보신 분 보세요. 기초생활수급자 150만 명과

거기에서도 빠진 빈곤 사각지대에 놓인 410만 여명의

힘겨움을 그들을 포함한 국민 모두가 ‘국가’가 되어 해결합시다.

국민 자신이 모두 정권이 되고 국가가 됩시다.

투표를 잘 해서 우리 자신의 정권을 세우고

우리 자신의 국가를 건설합시다.  


<할머니의 4만8000원>-정재권

 

할머니의 2평 남짓한 보금자리는 한눈에 궁핍함이 드러났다. 벽엔 곰팡이가 덕지덕지 끼었고, 쾨쾨한 냄새가 훅 끼쳐왔다. 방바닥엔 상자 더미와 약 봉투 등이 어지럽게 널렸다.


“전기장판 위에 앉아. 그래도 여기가 따뜻해.” 기름값이 없어 낮에는 보일러를 때지 않는다며 할머니는 미안해했다. 애써 사양해도 커피 한 잔을 만들어 주셨다. 따스했다.


지난 23일 아침, 김미숙(가명·75) 할머니의 인천 쪽방집을 찾아갔다. <한겨레> 이날치 1면의 ‘빈곤층 사각지대’ 기사에 사연이 소개된 할머니다.


솔직히 궁금했다. 정부로부터 기초노령연금 8만8000원에 시각장애수당 3만원을 받아 월세 7만원을 내고 남는 4만8000원이 한 달 생활비라니, 믿기지 않았다. 유명 커피전문점의 커피 열 잔 값으로 어떻게 한 달 동안 삶의 무게를 이겨낼 수 있을까.


“4만8000원? 반찬으로 콩나물 같은 것 사는 데 주로 써. 목욕탕에 한 번 가고. 그리고 전기료 1만1000원에 병원비. 그게 다야. 쌀은 다행히 동사무소(주민센터)에서 일주일에 2되 정도 받지. 과일이나 생선? 생각도 못하지.”


이런 지출도 그나마 주민센터를 통해 한 달에 5만원가량 들어오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금이 있어서 가능했다. 하지만 올겨울 유난했던 추위는 어떻게 버텼을까?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할머니의 버팀목은 역시 ‘이웃’이었다.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는 불안정 계층을 돕는 ‘인천 내일을 여는 집’의 쪽방상담소에서 최소한의 난방용 기름을 넣어줬다. 전기장판만으론 도저히 견디기 어려운 추운 밤에 잠깐 보일러를 켰다. ‘쪽방’에선 빵이나 김치찌개에 넣을 햄 등도 보내줬다. “너무 고맙지. 가끔 집에 들르는 쪽방의 총각 선상(선생)이 잘되라고 그저 매일 기도해.”


할머니의 입가에 잠시 웃음이 맴돌다 한시생계구호자금 12만원 얘기가 나오자 금세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게 끊어지니 죽은 목숨이야.”

할머니는 생계급여를 받아오다 셋째 아들의 소득이 기준을 넘는다는 이유로 2008년 기초생활수급자에서 탈락했다. 그 곤궁한 처지를 지탱해준 것이 지난해 매달 나온 12만원이다. 정부가 사각지대 빈곤층 지원을 위해 한시적으로 지원했던 자금이다. 하지만 올해 경기가 나아졌다며 이 예산은 모두 깎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금도 3월부터 중단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할머니가 노령연금 등을 받는 우체국통장을 들여다보니 잔고가 80원이었다.


이제 할머니는 이웃에 기대 힘겨운 삶을 이어가야 할 처지다. 할머니의 삶 속에서 향기롭게 피어난 그 얼굴 모를 이웃들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느꼈다. 그렇지만 이웃의 손길이 국가의 책임을 면책시켜 줄 수는 없다. ‘가난 구제는 나라도 못한다’고들 하지만 국민 개개인의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마저 내팽개친 국가는 제대로 된 국가가 아니다. 그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정도의 차이야 있겠지만 기초생활수급자에서 제외돼 빈곤 사각지대에 놓인 410만여명의 힘겨움은 할머니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만 돌아가겠다며 인사를 드리자 할머니는 “아직 날이 찬데 왜 이리 옷을 얇게 입었어”라며 되레 걱정했다. 긴 골목길을 돌아 쪽방집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몇 차례 뒤돌아봐도 집 앞에 그대로 서 계셨다. 사람이 많이 그리웠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멀리서 조그마해진 할머니 모습을 보며 한 달 생활비 4만8000원과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에 쏟아붓겠다는 22조원을 떠올렸다. 오늘은 이명박 대통령이 자리에 오른 지 꼭 2년이 되는 날이다.


정재권 사회부문 편집장jj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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