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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3월13일 야곱의 우물- 루카18,9-14 묵상/ 매일 다시 살아나는 사람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10-03-13 조회수341 추천수5 반대(0) 신고
매일 다시 살아나는 사람

그때에 9예수님께서는 스스로 의롭다고 자신하며 다른 사람들을 업신여기는 자들에게 이 비유를 말씀하셨다. 10“두 사람이 기도하러 성전에 올라갔다. 한 사람은 바리사이였고 다른 사람은 세리였다. 11바리사이는 꼿꼿이 서서 혼잣말로 이렇게 기도하였다. ‘오, 하느님! 제가 다른 사람들, 강도짓을 하는 자나 불의를 저지르는 자나 간음을 하는 자와 같지 않고 저 세리와도 같지 않으니,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12저는 일주일에 두 번 단식하고, 모든 소득의 십일조를 바칩니다.’
13그러나 세리는 멀찍이 서서 하늘을 향하여 눈을 들 엄두도 내지 못하고 가슴을 치며 말하였다. ‘오, 하느님 ! 이 죄인을 불쌍히 여겨주십시오.’ 14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그 바리사이가 아니라 이 세리가 의롭게 되어 집으로 돌아갔다.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
 
 
 
 
◆수도원에 들어와 지내던 첫 해에 받은 카드를 잊지 못합니다. 거기에는 이런 글씨가 쓰여 있었습니다. ‘제가 의인이라고 생각될 때 저는 두렵습니다. 당신은 죄인을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죄인보다야 의인이 백배 낫지요. 죄인이라면 왠지 떳떳하지 못하고 한쪽에 쭈그린 채 숨어 있는 사람 생각이 나니까요. 기왕이면 얼굴 들고 다니고 싶지 복음서에 나오는 세리처럼 살고 싶지 않은 게 인지상정입니다. 사실 고개를 숙이고 조심조심 걸어 다니는 사람 생각하면 마음부터 답답해집니다.

그러나 여기서는 외적인 모습이 아니라 하느님 앞에서 내가 누구인지를 안다는 것, 하느님을 참으로 신뢰한다는 내적인 모습을 말하는 게 아닌가 합니다. 나의 죄를 인정하고 그것을 내놓는 것은 사실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과 같습니다. 심리적 죽음 말입니다. 내가 잘못했다고 인정하는 순간, 마치 내가 없어져 버리는 것 같아서 어떻게 되든지 절대로 내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절대로 사과하지 않으려 하는 모습이 내 안에 있음을 봅니다. 때로는 고집을 부리기도 하고 때로는 회피하기도 하고 이렇게 함께 사는 형제들과 우리 주님과 씨름을 하고 술래잡기를 하며 지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온갖 어려움에도 그것을 내놓는 것, 이것이 정말 말 그대로 죽음이 되는 것이겠지요.

이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은 우리의 의지가 강해서라거나 우리가 유달리 윤리적인 사람이거나 해서가 아닐 것입니다. 그것은 그분께서 내가 어떤 사람이라도, 내가 어떤 잘못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분께 돌아가기만 하면 그분은 온전히 받아들여 주실 것이라는 믿음으로 가능한 일입니다. ‘살아서 죽으면 죽어도 죽지 않는다.’ 는 말도 있지만 나도 날마다 죽음을 살 수 있기를, 그래서 날마다 다시 살아나는 사람이기를 빌어봅니다. 아멘.
황인수 신부(성바오로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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