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신의(信義)와 예지(叡智)" - 3.13,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0-03-13 조회수372 추천수4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10.3.13 사순 제3주간 토요일

호세6,1-6 루카18,8-14

 

 

 

 

 

"신의(信義)와 예지(叡智)"

 

 

 

오늘 복음에서 바리사이와 세리가 극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마치 자비하신 아버지의 비유에 나오는 큰 아들 같은 바리사이요,

작은 아들 같은 세리입니다.

 

평생을 살아도 바리사이 같은 신자나 수도자가 있고,

또 세리 같은 신자나 수도자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관계’란 측면에서 조명합니다.

 

스스로 의롭다 자신하며 남을 업신여기는

바리사이는 꼿꼿이 서서 혼잣말로 기도합니다.

 

하느님과 주고받는 대화의 기도인데,

대화의 기도를 통해 깊어지는 하느님과의 관계인데,

오늘 바리사이의 기도는 혼자만의 독백입니다.

이런 기도는 사실 기도도 아니며 하나마나 기도입니다.

 

자기로 꽉 차 있어 하느님이 들어갈 여지가 없습니다.

자기 말만 하지 전혀 상대방의 말은 듣지 않습니다.

기도 내용도 온통 사람들 판단하는 내용이고 자기 자랑입니다.

주변 사람들은 다 소외시키고 자기 홀로 의로운 독불장군 식,

하느님과 아무 관계없는 독백입니다.

 

아, 이렇게 평생 하느님과 아무런 관계없이

신자나 수도자로 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신앙과 삶이 분리되어있어,

신앙의 옷을 입었다 벗었다 하는 삶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반면 세리의 기도는 자기를 텅 비워

하느님 향해 활짝 연 가난하고 겸손한 자의 기도입니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은 행복하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슬퍼하는 사람들은 행복하다. 그들은 위로를 받을 것이다.’ 라는

산상수훈 말씀이 그대로 적용되는 세리입니다.

 

멀찍이 서서 하늘을 향하여 눈을 들 엄두도 내지 못하고,

가슴을 치며 말합니다.

 

“오, 하느님! 이 죄인을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바로 이 세리의 기도에서 유래된 ‘예수의 이름을 부르는 기도’요,

많은 마음 가난한 이들이 즐겨 바치는 화살기도입니다.

 

자기를 텅 비워 활짝 연 가난한 자의 기도요 겸손한 자의 기도입니다.

 

활짝 열려 텅 비워진 가난한 마음에 가득 차는

하느님의 은총과 자비입니다.

 

이런 기도가 하느님과의 관계를 깊게 하고

이웃에게도 자비와 겸손으로 활짝 열게 만듭니다.

 

끊임없이 하느님을 찾게 합니다.

 

예언자 호세아의 말씀, 그대로 세리의 고백 같습니다.

누구보다도 세리 같은 마음 가난한 이들이 공감할 말씀입니다.

 

“자, 주님께 돌아가자.

  그분께서 우리를 잡아 찢으셨지만 아픈 데를 고쳐 주시고,

  우리를 치셨지만 싸매 주시리라.

  …그러니 주님을 알자. 주님을 알도록 힘쓰자.”

 

주님과의 깊은 대화의 기도가 영육을 치유하며 주님을 알게 합니다.

이런 주님께 대한 체험적 앎이 내적 힘의 원천입니다.

사랑할수록 주님을 아는 체험적 지식도 깊어집니다.

 

“그분의 오심은 새벽처럼 어김없다.

  그분께서는 우리에게 비처럼, 땅을 적시는 봄비처럼 오시리라.”

 

매일 새벽 미사를 통해

우리의 메마른 마음 땅을 적시며 봄비처럼 오시는 주님이십니다.

 

문제는 우리의 신의와 주님을 아는 예지입니다.

 

다음 말씀은 우리 모두에게 경종이 됩니다.

 

“너희의 신의는 아침 구름 같고,

  이내 사라지고 마는 이슬 같다.

  …내가 바라는 것은 희생 제물이 아니라 신의다.

  번제물이 아니라 하느님을 아는 예지다.”

 

세리와 같은 가난하고 겸손한 마음 안에 견고히 자리 잡는 신의요

여기서 꽃처럼 피어나는 주님을 아는 예지입니다.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시간,

주님은 신의를 다해 당신을 찾는 가난한 우리에게

당신의 예지를 선사하십니다.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