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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영원한 청춘" - 3.21,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0-03-21 조회수470 추천수19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10.3.21 사순 제5주일

이사43,16-21 필리3,8-14 요한8,1-11

 

 

 

 

 

 

"영원한 청춘"

 

 

얼마 전의 깨달음을 잊지 못합니다.

저는 하늘을 바라보는 것을 참 좋아 합니다.

암산 자락 요셉 수도원에 22년 동안 살면서

가장 많이 바라본 것 역시 하늘입니다.

 

전 번 주일 오전 대전에서 수녀님들을 위한 강의에 앞서

고백성사를 드리는 동안도 자주 넓은 창 밖 하늘을 바라봤습니다.

그날은 온 종일 흐렸고 간간이 비도 뿌렸습니다.

뿌옇게 흐린 하늘이 참 편안했습니다.

 

‘푸른 하늘만 좋은 것이 아니라 흐린 하늘도 좋구나.

 푸른 하늘은 푸른 대로 좋고, 흐린 하늘은 흐린 대로 좋구나.

 잘난 사람은 잘 난대로 좋고,

 못난 사람은 못 난대로 좋구나. 모두가 좋구나.’

 

새삼스런 깨달음에 저절로 솟아나온 말입니다.

아마 하느님이 세상을, 사람을 바라보는 눈길도 그럴 것입니다.

대 긍정의 하느님이시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의 마음도, 시선도 그러합니다.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

 

오늘 복음에서 간음하다 현장에서 붙잡힌 여자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줄곧 물어대는 자들에 대해

침묵 중에 터져 나온 난 주님의 말씀입니다.

 

이래서 침묵의 지혜입니다.

예수님을 통해 환히 들어나는 하느님의 마음, 하느님의 지혜입니다.

 

몸을 굽히시어 손가락으로 땅에 무엇인가 쓰시다

몸을 일으키시어 그들에게 이르실 때 예수님의 연민 가득한 시선입니다.

 

자기를 에워싼 군중을 단죄하는 말씀도,

간음한 여자를 두둔하는 말씀도 아닙니다.

군중은 군중대로, 간음한 여자는 여자대로 좋습니다.

다만 주님은,

흥분하여 자기를 잊고 밖으로 향한 눈길들을 안으로 돌려 자기를 보게 하십니다.

 

사실 자기를 몰라 남을 단죄하지

참으로 자기를 아는 겸손한 이들은 절대로 남을 단죄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너그럽고 자비롭습니다.

 

주님은 말씀 하신 후

다시 몸을 굽히시어 땅에 무엇인가 쓰시며,

이들이 침묵 중에 자신의 내면을 보게 하십니다.

 

모두에 대한 연민의 사랑에서 나온

주님의 지혜로운 말씀이 모두를 회개로 이끕니다.

 

그들은 이 말씀을 듣고

나이 많은 자들부터 시작하여 하나씩 하나씩 떠나갑니다.

 

주님을 만날 때 회개요 자기 발견입니다.

주님 없이 참 나를 발견할 길은 없습니다.

 

주님의 거울에 들어난 죄인으로서 제 모습을 발견한 이들은

부끄러움에 모두 슬금슬금 다 떠납니다.

마침내 예수님만 남으시고,

여자는 가운데에 그대로 서 있습니다.

 

이어 예수님의 말씀은 그 여자는 물론 우리 모두를 향한 말씀입니다.

 

“나도 너를 단죄하지 않는다.

  가거라. 그리고 이제부터 다시는 죄를 짓지 마라.”

 

주님을 만남과 동시에 회개로 참 자기를 발견하여 구원 받은 여자인데

새삼 무슨 된 단죄가 필요하겠습니까?

 

이제부터가 중요합니다.

이제부터 새 인생의 시작입니다.

회개로 용서 받은 이에게는 모두가 좋습니다.

과거는 과거대로 좋고 현재는 현재대로 좋습니다.

 

신구약 성경만 아니라 내 인생 역시 하느님 은총으로 점철된 성경입니다.

그러니 추호도 과거에 집착하거나 아파할 것 없습니다.

하느님은 우리의 과거를 그대로 받아주셨습니다.

 

주님은 이사야의 입을 빌려 오늘의 우리 모두를 향해 말씀하십니다.

“예전의 일들을 기억하지 말고,

  옛날의 일들을 생각하지 마라. 보라.

  내가 새 일을 시작하려 한다.

  이미 드러나고 있는데, 너희는 그것을 알지 못하느냐?

  정녕 나는 광야에 길을 내고, 사막에 강을 내리라.”

 

우리 인생 광야에 친히 진리의 길이 되어 주시고,

우리 사막 인생에 생명의 강이 되어 주시겠다는 주님의 은혜로운 약속입니다.

진정 끊임없는 회개로 새로 난 우리들에게는 모두가 좋고 새롭습니다.

모두가 하느님의 섭리 안에 있는 하느님의 聖事이자 膳物입니다.

과거에 아파할 것도, 미래에 두려워할 것도 없이

다만 지금 여기에 충실하며 역동적 희망의 미래를 향하면 됩니다.

밖으로는 정주의 산이지만

안으로는 끊임없이 하느님 향해 흐르는 맑은 강 같은 삶입니다.

 

다음 사도 바오로의 말씀 그대로 우리의 고백입니다.

 

“나는 그리스도 때문에 모든 것을 잃었지만 그것들을 쓰레기로 여깁니다.”

 

그리스도 한 분으로 충분한 우리들입니다.

그리스도가 아닌 다른 모든 것은 다만 짐이 될 뿐입니다.

그리스도 한분만 남기고 부단히 비워가는 우리의 수도생활입니다.

 

다음 사도 바오로의 말씀 역시 얼마나 고무적인지요.

“나는 이미 그것을 얻은 것도 아니고,

  목적지에 다다른 것도 아닙니다.

  그것을 차지하려고 달려갈 뿐입니다.…

  나는 내 뒤에 있는 것을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향하여 내 달리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우리를 하늘로 부르시어 주시는 상을 얻으려고,

  그 목표를 향하여 달려가고 있는 것입니다.”

 

바로 이게 우리의 수도생활입니다.

젊음은 나이에 있는 게 아니라 마음에 있습니다.

 

과거는 하느님께 맡기고

지금 여기 현재에 충실하면서

우리의 희망이신 주님을 목표로 달려가는 것입니다.

 

이렇게 살아야 참으로 아름다운 삶, 주님을 닮은 영원한 청춘의 삶입니다.

세월의 파도에, 세월의 풍화작용에도 불구하고

마음은, 영혼은 영원한 젊음을 유지합니다.

주님이 계시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세상, 아름다운 사람들입니다.

 

오늘도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회개로 깨끗해진 우리 모두에게

새 날, 새 하늘, 새 땅을 선사하시어

아름답고 행복한 하루를 살게 하십니다.

 

오늘 화답송 후렴이 그대로 이 미사를 통해 실현되고 있습니다.

 

“주님이 우리에게

  큰일(생명의 미사잔치)을 베푸셨기에 우리는 기뻐하였네.”(시편126,3).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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