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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내 친구들 가운데 이런 사람 많다>
작성자김종연 쪽지 캡슐 작성일2010-03-21 조회수426 추천수7 반대(0) 신고
 

<내 친구들 가운데 이런 사람 많다>


고은이라는 시인이 천인본가 만인보를

쓴 것으로 알고 있다.

훌륭하다는 천 명, 만 명을 시로 읊었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처럼 시집을 어느 정도 읽은

나이지만, 고은의 만인보는 읽지 않았다.

물론 고은이라는 영감이 자기처럼 인생, 사람살이의

사표로 보이는 분들을 묘사했겠지만 말이다.


나 같은 이름 없는 사람들을 칭송하지

않았으리라는 생각에서다. 그토록 훌륭하다는

천 명, 만 명이 있었다, 있다 해도,

우리 사회, 우리나라가 여태껏 이 모양, 이 꼴이라는 생각에서다.


엊저녁 고등학교 동창생 모임 끝나고

손응문이라는 친구와 소주 한잔을 더 마셨다.

소주 한 병에 호박찌개를 시켰다.

내가 소변보러 간 사이에 친구가 술값 팔천 원을 치렀다.


친구는 공무원 생활을 오래 했다. 청백리였다.

자기 부인이 1년 반을 병상 생활을 했다.

부인이 당뇨가 있어서 다친 허리가 좀체 낫지를 않았다.

그 동안 친구는 자기 아내 뒷치닥거리를 전담했다.

지금은 온전해졌다 했다. 그 말을 들으니 기뻤다.


친구는 초등학교 동창인가 하는 자기 아내만을 끔찍이 사랑한다.

사랑하는 내 마누라 두고도 애인 찾아 삼만리 심리인

우리 같은 사람하곤 사람이 영판 다르다.


친구가 남미 여러 나라 여행 준비를 한다고 나보고 함께 가자고 했다.

나도 한 번 따라 가볼까 솔깃해졌다.

이 친구를 아는 대로만 소개하자 해도 말이 길어질 거다.

그래서 옛날 써 놓은 친구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다.


이런 친구는, 따뜻한 시선으로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지천으로 깔려 있다. 훌륭하다는 사람들 뿐 아니라,

이런 친구, 사람들이 도도한 흐름으로

역사를 그 지향점을 향하여 이끌어가고 있다.  



<‘농자천하지대본’을 고집하는

믿음직한 친구 손응문>


 친구는 청백리였다. 30여년 공무원 생활에서 뇌물을 받은 적이 한 번도 없다고 양심을 걸고 확언한다. 또한 우리나라 공직자 대부분이 문자 그대로 청백리라고 믿는다. 그래서 우리 사회가 이만큼이라도 질서가 잡혀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X파일과 도청 테이프들에 담긴 정・경・언・검의 유착내용은 국민이 나서서 기필코 밝혀야 한다는 입장이다. 더 이상 그런 짓을 할 엄두를 내지 못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친구는 착실한 노력파였다. 40년 전에는 공사라곤 철도공사, 석탄공사, 농업기반공사 정도밖에 없었는데, 그 가운데서 농업기반공사에서 30여년을 봉직하고 정년퇴직했다. 뛰어난 설계사와 측량사로서 전라남도에서 가장 큰 장성댐 공사를 진두지휘했다. 영산강 하구언을 만들 당시에는 68일간을 뻘 속에서 살았다.


 친구는 농업기반공사 전국 노동조합위원장이었다. 그때까지 존재하지도 않던 농업기반공사 노동조합을 앞장서 조직하고 꾸려냈다. 노동조합이 생기기 전까지는 상부에서 제멋대로 사람을 자르고 쫓아내곤 했는데, 노동조합을 만들어놓으니까 그런 짓을 하지 못하더라는 것이다.


 친구는 대학생 때 학생운동에 열심히 몸 바쳤다. 군부독재에 결연히 맞섰다. 그때부터 남들보다 조금 앞서 역사의식에 눈을 떠서 미국・일본・중국・러시아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를 꿰뚫고 있었다. 수백만 동포가 목숨을 잃은 6・25 전쟁이 왜 일어났는지 그 원인(遠因)과 근인(近因)을 잘 알고 있었다. 백성과 민족의 본모습을 살리고 지키자면 민중의 역사적 기억력을 되살려야 한다는 소신을 지니고 있다. 만나기만 하면 나라와 민족의 앞날을 몹시 걱정한다.


 친구는 주장한다. 과학과 기술이 제아무리 발달해도 인류에게는 일차산업과 농사가 가장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발전했다는 30개 나라 가운데서 우리나라가 암 발생률이 1위라고 한탄한다. 우리나라에서 1년이면 50만 쌍의 불임부부가 생겨난다고 걱정이 태산이다. 그것은 농약과 제초제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 마디로, 온갖 음식에 들어가는 고춧가루가 문제라는 것이다. 고추에다 농약을 13번 치는데 그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친구는 말만 앞세우지 않는 실천가다. 화순군 능주면 잠정리에서 완전 무농약 쌀과 무농약 고추를 성공리에 재배하고 있다. 그 방식을 전국으로 보급하려고 벼르고 있다. 북한 동포들에게도 비료와 농약을 대주기보다 댐을 많이 만들고 수리시설을 갖추게 하고 화학비료과 농약을 쓰지 않는 농법을 전해 주어야 한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다. 그런 농법을 연구하기 위해서 개인비용으로 배낭을 메고 지금까지 세계 60개국, 350개 농촌을 돌면서 관찰한 것을 자세하게 기록해 놓았다.


 친구는 아내를 끔찍이 사랑한다.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단다. 대학 3학년 때 학비가 없어서 애를 먹는 자기를 보고 애인으로 사귀던 아내가 팔을 걷어 부치고 경리 등 온갖 일을 하여 뒷바라지를 했다는 것이다. 그 고마움을 평생 잊을 수 없다 한다. 사랑은 거래가 아니라 거저 주고 바치는 것임을 아내에게서 배웠다는 것이다. 또 아내가 눈물이 많고 정이 많아 불쌍한 사람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 점도 마음에 들어서란다.


 친구는 그런 아내에게 한없이 너그럽다. 30년 공직생활을 한 끝에 퇴직금으로 받은 돈이 2억 5천만 원쯤 되었는데, 그 돈을 몽땅 아내에게 주어 마음대로 사용하라고 했다. 그런데 아내는 자기와 한 마디 상의도 없이 그 피 같은 돈을 아들 사업 자금으로 대주었고, 아들은 그만 사업에 실패하여 그 돈을 모조리 잃고 거기에다 빚까지 걸머지게 되었다. 아내와 아들은 실망하여 함께 죽어버릴까도 생각했다. 그것을 알게 된 친구는 그까짓 돈이 무엇이기에 그러느냐고 호통을 쳤다.


 친구는 곧 바로 아들과 함께 택시운전사로 취직을 했다. 다른 택시운전사들은 한 달에 평균 50∼60만원밖에 수입을 올리지 못하는데, 택시운전을 처음 시작한 자기는 150만 원 정도 수입을 한다는 것이다. 자기 아들도 그 정도 벌어들인다 한다. 다른 운전사들이 부러워하면서 어떤 비결이 있느냐고 물으면 친절하게 설명해준다는 것이다. 자기는 무슨 일을 하든 너끈히 살아갈 수 있단다. 항시 활달하고 쾌활하다.


 친구는 그러나 택시운전사를 언제까지 계속할 수는 없고, 숨 좀 돌리고 나서 자기는 농사를 지어야 할 사람이라는 것이다. 아들도 자기와 함께 농사를 짓기로 약속했다 한다. 무농약 농법을 개발하여 널리 보급하는 일이 자기가 사회에 봉사하는 길이라고 기염을 토한다.

 

 친구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주변을 둘러보면, 좋은 사람들이 많이 있다. 훌륭한 사람들이 많이 있다. 우리가 서로 좋고 훌륭한 점을 본받으면 사회가 교회가 조금씩 더 나아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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