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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주님 수난 성지 주일 / 나의 분신 나의 십자가
작성자원근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0-03-27 조회수501 추천수14 반대(0) 신고




주님 수난 성지 주일.

루카 복음 22,14ㅡ23,56
나의 분신 나의 십자가




오늘은 '주님 수난 성지 주일'입니다. 드디어 기다리던 부활 대축일이 눈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 한 주간은 부활 대축일을 향해서 나아가는 성주간으로 그 중에서도 절정인 성삼일은 유다의 배반과 최후의 만찬, 그리고 예수님의 십자가 처형과 극적인 부활로 이어집니다. 십자가 처형이 있기 이전에 예수님 수난이 시작되는데 오늘이 그 시작인 셈입니다.
그렇습니다. 부활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지요. 부활이 있기 전에 참혹한 시련인 십자가가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수차에 걸쳐서 말씀하셨습니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마태16,24).

예수님 말씀대로 인간은 누구나 예외 없이 십자가를 집니다. 태어나서 늙고 병들고 죽는 생로병사(生老病死)의 과정, 그 자체가 바로 십자가입니다.

처음부터 우리에게 그런 고통들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하느님과 같아지려는 인간의 교만한 마음이 고통을 자초했고 성경은 이를 '원죄'라고 부릅니다. 하느님과의 인격적 일치를 잃어버린 이 원죄 상태에서 우리는 분열과 고독, 죄책감 등 불완전한 감각을 얻고 불행에 떨어지고 말았지요. 원죄를 극복하고 원죄 이전의 에덴동산으로, 즉 부활의 영광으로 다시 갈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바로 '십자가'입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만 크고 무거운 십자가가 주어지고 남들의 십자가는 모두 대수롭지 않은 가벼운 것이라고 불평을 합니다.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자기 십자가는 너무나 무겁고, 다른 사람들의 십자가는 작다고 하느님께 투덜거리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하느님, 어떻게 저에게만 이렇게 무거운 십자가를 지게 하십니까?"

그 말을 들은 하느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네 십자가를 바꾸어 주마."
그러고는 그에게 맘에 드는 다른 십자가를 고르라고 하시며 십자가가 가득한 창고로 데리고 갔습니다. 좀 가벼워 보여 들어보면 그것도 무겁고, 작다 싶어 지어 봐도 그것 역시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고르고 고르다가 그는 번쩍번쩍 금으로 된 십자가 하나를 골랐습니다. 가운데에 아름다운 보석이 박힌 눈부시게 아름다운 십자가였습니다.

"하느님, 골랐습니다. 이것으로 하겠습니다."

그는 기뻐하며 자기가 고른 보석 십자가를 냉큼 짊어졌습니다. 그런데 아름다운 그 십자가는 너무나도 무거웠습니다. 몇 발자국 가지 못해서 어깨 살갗이 벗겨지고 다리가 저려왔습니다.

"아이고, 주님, 너무 무거워서 안되겠습니다. 다른 것으로 바꾸어 주십시오."

"그래? 바꾸어 주마."

그는 심사숙고하여 십자가를 골랐지요. 이번에는 아주 가볍고 향기로운 장미화관 같은 십자가를 골랐습니다. 자신만만하게 십자가를 지던 그는 곧 소리를 지르고 말았습니다.

"아얏! 따가워."

이번 십자가는 향기도 좋고 가벼웠지만 가시들이 사정없이 찔러대었던 것입니다.

"아이고, 주님, 이것도 안되겠습니다. 다른 것으로 바꾸어 주세요."

그는 들어보고 내려놓고, 들어보고 내려놓고 하며 이거다 싶은 십자가를 하나 골랐습니다. 그리고 하느님 앞으로 들고 갔습니다.

"하느님, 드디어 골랐습니다. 가벼운 십자가로 바꿀 수 있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러자 하느님께서 웃으며 그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자세히 보아라. 그 십자가는 처음에 네가 졌던 바로 그 십자가란다."

그렇습니다. 내 십자가는 무거워 보이고 남의 것은 다 가벼워 보이는 것이 연약한 우리 마음의 속성입니다.
힘들고 고통스럽다고 거부하고 외면하면 멸망의 길로 들어서게 됩니다. 이스카리옷 사람 유다는 스승인 예수님의 고난의 길을 외면하고 돈의 유혹에 빠져서 다른 길을 찾아가다가 멸망의 길에 이르고 말았습니다.

나의 십자가는 내가 받아들여야 하는 나의 분신입니다. 그렇게 받아들일 때 우리는 하느님 안에서 다시 부활할 수 있습니다.

거룩한 성주간을 통해 부활의 기쁨을 만끽하는 여러분 되시기를 바랍니다.


-서울 대교구 이 기양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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