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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슬픈 얼굴로 떠나갔다>
작성자김종연 쪽지 캡슐 작성일2010-03-28 조회수432 추천수1 반대(0) 신고
 

<슬픈 얼굴로 떠나갔다>


이기수라는 사람이 있다.

독실한 개신교 신도다.

참한 아내, 아들딸과

단란하게 산다.


결혼의 조건으로 아내와

예수님을 따라서 예수님처럼

살기로 약속했다.

그 약속을 지키면서

오십 줄까지 살아왔다.


자그마한 중소기업에서

기능공으로 일하고 있다.

오래 직장에 있어서

연봉이 사천 만 원쯤 된다.


22평형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검소하게 사는 생활비를 뺀 나머지는

북녘 동포들과 주변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모두 사용한다.


동료 노동자들이

그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눈치 채고 속으로 그를 좋아한다.


이기수 씨가 한 번은,

부모에게 물려받은 게 있어서

부족함 없이 사는

친구를 만나서 막걸리를 마셨다.


그 친구가 술기운에

자기도 이기수 씨처럼

주변 사람들 인정을

받으면서 살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겠느냐고 물었다.


이기수 씨는 웃으면서

자기는 수입 가운데

여분을 남기는 법이 없이

어려운 사람들 돕는 데

사용한다고 말했다.


그 친구는 속으로

자기도 사람들에게 칭송을

받고 인생을 참되게 성공하고 싶지만,

이기수 씨처럼은

살 자신이 없다고 생각했다.


(이상은 내가 지어낸 이야기다.

이어서 성경 이야기 한 자리와

그 대목을 풀어놓은 묵상글을 싣는다.

신자 아닌 분들에게는

조금 어렵겠지만 읽어주시기 바란다.) 


하느님의 나라와 부자(마태 19,16-26; 루카 18,18-27)

 

 예수님께서 길을 떠나시는데 어떤 사람이 달려와 그분 앞에 무릎을 꿇고, “선하신 스승님, 제가 영원한 생명을 받으려면 무엇을 해야 합니까?” 하고 물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어찌하여 나를 선하다고 하느냐? 하느님 한 분 외에는 아무도 선하지 않다. 

 너는 계명들을 알고 있지 않느냐? ‘살인해서는 안 된다. 간음해서는 안 된다. 도둑질해서는 안 된다. 거짓 증언을 해서는 안 된다. 횡령해서는 안 된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여라.’” 

 그가 예수님께 “스승님, 그런 것들은 제가 어려서부터 다 지켜 왔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예수님께서는 그를 사랑스럽게 바라보시며 이르셨다. “너에게 부족한 것이 하나 있다. 가서 가진 것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주어라. 그러면 네가 하늘에서 보물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와서 나를 따라라.” 

  그러나 그는 이 말씀 때문에 울상이 되어 슬퍼하며 떠나갔다. 그가 많은 재물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 주위를 둘러보시며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재물을 많이 가진 자들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는 참으로 어렵다!” 

  제자들은 그분의 말씀에 놀랐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거듭 말씀하셨다. “얘들아,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는 참으로 어렵다!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귀로 빠져나가는 것이 더 쉽다.” 

  그러자 제자들이 더욱 놀라서, “그러면 누가 구원받을 수 있는가?” 하고 서로 말하였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바라보며 이르셨다. “사람에게는 불가능하지만 하느님께는 그렇지 않다. 하느님께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묵상


1. 예수님을 따르는 길

이 본문(10,17-31)은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유효하다. 그러나 특히 성직자와 수도자로서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에게 그렇다. 부자 이야기는 부르심 또는 소명을 다루는 본문의 문학유형에 속한다. 첫 제자들(예수께서 당신을 따르라고 부르시고 그 부르심에 응답한 제자들)에게 적용할 수 있다.

부유한 그 사람은 매우 신중한 것처럼 보인다. 영원한 생명을 유산으로 받고 싶어 한다. 예수께서 그에게 계명을 지키라고 말씀하신다. 그리고 새로운 순서에 맞추어 십계명을 상기시키신다. 아마 예수께서는 그 사람의 필요에 따라서 계명의 순서를 다시 정하신 것 같다. 재물에 집착하는 사람 안에서는 흔히 폭력과 살인이 결합된다. 그 다음에는 간음, 도둑질, 거짓 증언에 대하여 말하고, 거기에다 “횡령해서는 안 된다.”라는 도둑질에 대한 해석을 덧붙이신다. 넷째 계명은 마지막에 나온다. 이 계명은 ‘코르반’이라고 선언한 봉헌물, 즉 ‘거룩한 봉헌물’, 어떤 스승들이 가르치는 대로, 부모에게 주어야 할 것을 주지 않으려고 선언한 그 봉헌물에 대하여 말하는 7,10-11을 상기시키기 위한 것일까?

예수께서는 하느님만이 선하심을 상기시키면서 말씀을 시작하신다. 이 주장은 신명 6,4를 상기시킨다. 그 구절에는 율법의 주요한 계명이 나와 있다. 성경 전체와 사람의 행위는 그 주요 계명에 비추어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느님 아버지를 참으로 사랑해야만 예수님을 따를 수 있다. 하느님 아버지를 사랑하는 일이야말로 한사코 더 나아지려는 우리 염원의 주요 동기가 되어야 한다.

그 사람은 영적 생활에서 성장하려는 진지한 열망을 가지고 있다. 한편, 자기는 계명을 착실히 지키고 있다는 자부심도 가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새로운 길을 물을 수 있는 스승을 만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참된 스승을 만나고 싶은 것이다. 그렇지만 예수께서 자기에게 너무 지나친 포기를 요구하신다고 생각한다. 그 포기는 철저한 회개를 전제로 한다. 그러나 자기에게는 그럴 자신이 없음을 절감한다.

이 모든 이야기의 첫째 귀결은 예수님을 따라 예수님처럼 살자면 딴 뜻을 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경제적 또는 문화적 이익이나 영예를 추구하면서 하느님과 당신 나라를 위하여 몸 바친다고 우기는 것은 모순이라는 것이다. 예수님을 따라 예수님처럼 살아간다는 것은 십자가와 박해를 선택하는 것을 뜻한다. 복음은 우리에게 철저하게 깨끗해지기를 요구한다. 우리에게 원래부터 소유권이 없음을 인정하기를 요구한다. 그런 근본적인 가난의 정신을 요구한다. 이 세상 재물에 대한 집착을 끊고 하느님 나라의 지혜를 선택하라고 요구한다.

예수께서 바라보시면 우리가 변한다. 대사제의 관저 마당에서 예수께서 베드로를 바라보시자, 그는 뉘우치고 통곡한다. 예수님의 시선은 사랑이 담겨 있다. 아버지의 사랑을 반영하는 사랑이 담겨 있다. 예수님의 시선은 우리가 원래 가난함을 기억하게 한다. 재물보다 하느님을, 당신을 사랑하게 해 준다.

그 부자는 예수님의 시선을 감당할 수가 없다. 많은 재산을 버릴 용기가 없었던 것이다. 그 마음을 재물이 가득 채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적인 것이든 물질적인 것이든, 소유에 매인 사람은 예수님의 시선을 마주할 수 없다. 이기심에서 벗어나야 그 시선을 받아 회개할 수 있다.


2. 부(富)와 가난

부르심을 받은 그 사람은 재물에 대한 집착 때문에 예수님을 따를 수 없다. 처음에는 재물에 대하여 말을 하지 않는다. 오로지 살아 있고 효과를 거두는 하느님의 말씀을 따를 생각밖에 없다. 영원한 생명을 얻고자 한다. 참된 보물을 찾는다. 그러나 자기 마음이 하느님의 나라에 있지 않고 자기 재물에 있음을 미처 깨닫지 못한다. 예수께서는 놀란 제자들의 눈앞에서 “부자가 하늘 나라에 들어가기는 참으로 어렵다!”고 말씀하실 것이다.

오늘날에는 ‘가난한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위해주는 선택’이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그렇지만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살지 않고, 그들 가운데 그들과 똑같이 가난한 사람이 되지 않은 채, 가난한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한다는 말은 거짓이다.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살지 않고서는, 그들과 공동운명체가 되지 않고서는 그들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없다. 예수님의 사명과 임무는 오로지 가난한 사람들에게 행복을 선언하는 데 있었다(루카 4,16). 떠돌이 생활을 하시는 예수님의 존재이유는 목자 없는 양떼처럼 굶주리는 사람들을 배부르게 먹이고, 가난한 사람들 가운데서도 가장 가난한 병자들과 마귀들린 사람들(정신병환자들)을 낫게 하는 데 있었다. 예수께서는 바로 그런 사람들과 함께 살고 운명을 함께 하셨다. 당신처럼 살겠다는 사람들도 그런 선택을 해야 한다.


3. 오늘날의 재물

오늘날의 재물은 꼭 ‘물건’만이 아니다. 지적 능력, 전문지식, 예술재능, 뛰어난 체육 기능, 과학기술 등도 재물에 속한다. 영예, 명성, 명예 등도 재물에 속한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의 주인은 하느님이다. 그 모든 것은 모든 사람과 온 인류를 위하여 사용하라고 하느님이 주신 선물이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간결하게 “누구든지 자기 소유를 다 버리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라고 단언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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