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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4월 2일 주님 수난 성금요일(금식과금육)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0-04-02 조회수1,180 추천수22 반대(0) 신고
 

4월 2일 주님 수난 성금요일-요한 18장 1절-19장 42절

 

 

“다 이루어졌다.”


<그 길의 끝에서>


    성목요일 만찬미사 세족례 시간, 발 씻김 예식 때였습니다. 의자에 앉은 사람들의 발아래 무릎을 꿇으며 새삼스럽게 그 옛날 예수님의 겸손하신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주인이시면서도 종의 발아래 무릎을 꿇으신 예수님, 만왕의 왕이면서도 말단 병사 앞에 무릎을 꿇으신 예수님의 겸손하신 얼굴...


    허리를 굽히고, 주전자에 담긴 물을 붓고, 내 발을 씻듯이 뽀득뽀득 씻기며, 마른 수건으로 꼼꼼히 젖은 발을 닦아주며, 그 옛날 자상하신 예수님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며,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이며, 내려가는 것이 올라가는 것이며, 죽은 것이 사는 길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주신 예수님의 모습...


    세족례는 지고지순한 하느님의 손길과 비천한 우리 인간의 바닥이 맞닿는 은혜로운 순간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 역시 무한한 하느님의 사랑과 인내가 우리 인간의 무지와 죄와 배은망덕이 맞닿는 은총의 순간입니다. 그래서 결국 골고타 언덕은 용광로보다 더 뜨거운 하느님의 사랑이 인간의 죄와 나약함, 악행을 완전히 녹여버리는, 승리와 영광의 장소입니다.


    예수님의 수난은 우리에게 한 가지 명백한 진리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하느님께 도달하는 길은 위로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아래로 내려가는 것입니다. 이 단순하고도 어려운 진리를 깨닫기 전까지 우리는 어두컴컴한 지하에 머물러 있어야 합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 사건은 겸손이야말로 모든 영적생활의 핵심임을 잘 알려주고 있습니다. 겸손은 우리를 낮은 곳으로 이끕니다. 겸손이 머무는 아래쪽, 겸손이 위치한 밑바닥의 특징 한 가지는 안전하다는 것입니다. 넘어져도 크게 다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우리 영혼의 집이 겸손의 바닥 위에 기초를 놓을 때 우리네 삶은 그 어떤 풍파 앞에서도 평화롭고 잔잔할 수 있습니다.


    오늘 성 금요일은 예수님 생애 가장 어두운 날입니다. 오늘 성 금요일은 예수님께서 맞이한 계절 중 가장 혹독한 계절입니다. 오늘 성 금요일은 예수님께서 지내셨던 날 들 가운데 가장 고통스런 하루였습니다.


    그러나 그 어둠, 그 고통, 그 혹독한 날씨는 하느님께서 마련하신 영광의 왕좌에 오르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할 관문, 꼭 필요한 요소였기에 예수님께서는 묵묵히 견뎌내십니다. 침묵 중에 다 참아내십니다. 끝까지 인내하십니다.


    우리 인간들은 대체로 어둠에는 관심 없고 오직 밝은 빛만을 원합니다. 엄동설한의 겨울을 견뎌내는 고통은 뒷전이고 화사하고 따뜻한 봄날의 영광만을 원합니다. 그러나 우리 몸에 들숨과 날숨이 있듯이 빛과 어둠, 고통과 영광은 함께 공존할 때 건강합니다.


    십자가 위에 매달려계신 예수님의 모습을 바라보며 어떤 생각들 하고 계십니까?


    당시 십자가 주변에 서있던 많은 사람들, 이제 예수님 인생은 끝장이로구나, 그의 길은 여기서 끝나는구나, 이쯤해서 그에 대한 기대를 접어야 되는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더 이상 길이 없다고 말하는 그 길의 끝에서 다시 시작하십니다. 우리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십니다.


    사방이 막혔다고, 더 이상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고 울부짖는 사람들이 많은 요즘입니다. 좌절하고 원망하고 때로 극단적 선택도 서슴지 않습니다.


    정말 힘드시더라도 조금만 기다려보십시오. 사랑의 하느님께서 반드시 다른 문 하나를 열어주실 것입니다.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다며 주저앉아 계시는 분들, 한 걸음만 더 나아가보시기 바랍니다. 바로 거기서 새로운 길이 시작될 것입니다.


    우리 교회가 고통의 바다를 항해하고 있는 세상 사람들을 향해 활짝 열려있는 거룩한 구원의 문이 되기를 바랍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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