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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함께 하는 침묵
작성자김중애 쪽지 캡슐 작성일2010-04-09 조회수557 추천수2 반대(0) 신고

  

함께 하는 침묵


"친한 친구는 같은 것에 대해 함께 침묵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이렇게 말한 사람은 지혜로운 사람이다.
대화가 우정의 중요한 도구임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대화를 통해서 우리는 상대의 비밀과 만나고

그럼으로써 더욱더 가까워진다.
우리는 할 말과 안 할 말을 고르느라고

고민하지 않고 무슨 말이든 다 하게 된다.

그런데 침묵 역시 우정에 있어 중요하다.
우리는 대화에 열중하다보면 종종 침묵과 맞닥뜨리게 된다.
이럴 때 억지로 이야기를 끌어내느니 침묵 속에서

새로운 공감대를 이루는 편이 낫다.

서두에 인용한 문장이 바로 이 내용을 담고 있다.
친구는 함께 침묵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무엇에 대해 침묵하란 말인가?
침묵은 간단히 말해 정적일 뿐인데.

침묵에는 아무런 주제가 없다.
같은 것에 대해 침묵한다는 것이,
다툼으로 이어질지도 모를,

논란의 여지가 있는 주제를 피한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그렇게 된다면 침묵이란 기껏해야 회피 수단일 뿐이기 때문이다.
같은 것에 대해 침묵한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함께 침묵하며 즐기기,
가령 일몰이나 그림, 부르크너(1824~1896, 오스트리아 작곡가)의

교향곡 같은 것을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친구들은 등산을 하다가 갑자기 눈앞에 펼쳐진

장관을 보면 침묵하고 함께 감탄한다.
침묵하면서 자연의 파노라마를 감상한다.
그들은 말을 함으로써 그 순간의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는다.
자신들을 감동시킨 대자연을 내면에 담아 두기 위해 '함께' 침묵한다.
그런 후 언젠가는 이때의 체험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때가 올 것이다.

심오한 경험을 말 대신 침묵하면서

'함께' 나누는 것, 그것이 우정이다.
친구는 상대가 비밀을 간직하도록 허락하고

상대를 위해 고요한 공간을 마련해 준다.
친구가 나에게 마련해 준 고요는,

외로움 속의 침묵과는 분명 다른 것이다.
'함께 하는 고요'는 우리를 이어 주고,

우리를 존재의 비밀,

하느님의 비밀로 데려간다.


Buch der Lebenskunst 「삶의 기술」
안셀름 그륀 지음/ 안톤 리히테나우어 엮음

이온화 옮김/ 분도출판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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