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복음에 나오는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 (24, 13 – 35)의 병행구절이다. 이 대목을 읽을 때마다 의문을 떨치지 못한다.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신 예수께 예루살렘에서 있었던 일도 모르느냐며 소상히 설명하던 제자들이 왜 갈릴래아가 아닌 시골로 가느냐는 것이다. 예루살렘 성지순례 갔을 때, 안내자에게 그 엠마오로 가는 시골길이 혹시 갈릴래아로 가는 경유지 아니었겠느냐고 고집스레 물었던 적이 있었다. 대답은 역시 아니라는 것이었다. 포기할 때가 되었는데도 자꾸만 머리를 맴도는 주제다.
언젠가 성지 주변 식당 사장님이 성지순례객이 갑자기 확 줄어드는 순간이 있는데 그때가 수능시험 다음 날이라고 하셨다. 비신자였던 사장님은 부임한 지 얼마 안 된 필자를 교육하는 중이었다. 수능 끝나면 파리 ( ?) 날릴 테니 각오하라는 뜻이었다. 과연 그대로였다.
주님의 기도를 보면 허구한 날 내 뜻이 아니라 주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청하지만, 현실은 늘 그 반대다. 이해되지 않는 일에 ‘예’ 응답했던 마리아를 어머니로 모시면서도, 늘 이해되지 않는 일을 하느님께 버림받은 일로 여기고 싶어진다. 도구 (= 그릇) 삼아 달라고 기도하면서도 늘 내 맘대로다. 이맘때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이 말할 법하다. “이제 알겠니 ? 시골로 가는 이유를 ?”
김종성 신부(인천교구 갑곶순교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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