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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10-04-16 조회수1,068 추천수19 반대(0) 신고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10년 4월 16일 부활 제2주간 금요일
 
 
 
 Where can we buy enough food for them to eat?
(Jn.6.5)
 
 
제1독서 사도행전 5,34-42
복음 요한 6,1-15
 
 
언젠가 월요일이었습니다. 이 날은 이상할 정도로 너무나 한가한 날이었지요. 특별한 약속도 없었고 그래서 하루 종일 사제관에서 쉬고 있었습니다. 자다 깨다를 반복했고 심지어 식사도 귀찮아서 건너뛰면서까지 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어요. 저녁때가 되니까 배가 너무나 고픈 것입니다.

성당 근처 분식집에 갔습니다. 혼자서 그 분식집에 앉아 먹기에는 너무나 궁상맞은 것 같아서 쫄면, 만두, 김밥을 포장해서 사제관으로 가져왔습니다. 보통 3명이 먹을 분량입니다. 하지만 두 끼를 굶은 상태인지라 충분히 먹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이 세 음식은 제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것이기에 다 먹고 싶은 욕심도 생겼습니다.

이제 사온 것을 펼쳐들고는 무엇을 먼저 먹을까 고민했습니다. 이 중에서 제일 먹고 싶은 것은 만두였지만, 제일 나중에 먹기로 하고 다른 것부터 먹기 시작했습니다. 왜냐하면 맨 마지막에 먹어야 맛있게 식사를 마무리 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만두는 아직 손도 대지 않았는데, 배가 너무나 부른 것입니다. 이제 더 이상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입가심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만두 하나를 입에 물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크게 실망했습니다. 가장 기대를 하고 먹은 만두였지만, 배가 불러서인지 너무 맛이 없었거든요.

하긴 예전에 어떤 책에서 맛있는 것과 맛없는 것이 있으면 맛있는 것을 먼저 먹으라는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래야 최고로 맛있게 먹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저는 모든 것을 다 먹으려는 욕심 때문에 가장 맛있는 것을 맛있게 먹지 못했던 것입니다.

많은 것을 가져야 행복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행복은 작은 것을 통해서도 만족할 수 있는 마음에 찾아옵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이 사실을 더욱 더 확실히 깨닫게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자기를 따르는 많은 군중들을 배불리 먹이시고 싶으셨지요. 그래서 필립보에게 “저 사람들이 먹을 빵을 우리가 어디에서 살 수 있겠느냐?”하고 물으십니다. 그러나 필립보는 합리적인 사고를 즉, 가격을 이야기하며 불가능하다고 답변합니다. 그런데 안드레아가 혹시나 하는 생각에 아이가 가진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내밀지요. 사람들의 수에 비해서 턱 없이 부족한 빵과 물고기를 보고서 저 같으면 이렇게 말했을 것 같습니다.

“또 없냐?”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그 적은 양을 받으시고는 어떻게 하십니까? 적다고 불평하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감사의 기도를 드리신 다음에 나누어주십니다. 그리고 그 결과 그 많은 사람들이 배불리 먹고도 남긴 조각이 열두 광주리에 가득 차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예수님께 있어서 많고 적음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보다는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에 대한 굳은 믿음과 감사하는 마음만 있으면 모든 것이 가능함을 우리에게 직접 보여주신 것입니다.

지금 내가 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욕심입니까? 믿음입니까?




우리는 자신이 선택한 것을 믿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믿겠다고 선택한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뉴먼 추기경).




아버지께 대한 믿음('좋은생각' 중에서)

1983년 겨울, 아버지와 스키여행을 떠난 한 소년이 산 정상에서 케이블카를 놓쳐 혼자 남게 되었다. 아버지는 케이블카에 사람이 많았기 때문에 당연히 아들이 탄 줄 알고 찾아보지 않았다. 마을에 도착해서야 아버지는 아들이 없어진 것을 알고 부랴부랴 산으로 올라갔다. 그러나 아들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해는 이미 저물어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마을에 무전을 보내 구조대를 요청했다. 90명 이상의 사람들이 소년을 찾기 위해 산으로 올라갔다. 온도가 급격히 떨어져 구조대원의 손과 발이 꽁꽁 얼어붙었다. 이 잡듯이 산 구석구석을 전등으로 비춰가며 소년의 이름을 불렀다. 시간이 점점 흐르는데 소년을 찾지 못하자 소년의 가족들과 구조대원들은 더욱 초조해졌다.

뿌옇게 동쪽하늘이 밝아왔다. 소년이 얼어 죽었을거라는 불길한 생각이 구조대원의 머리를 스쳤다. 날이 완전히 밝아서야 헬기 두 대가 수색을 지원했다. 헬기는 15분 만에 눈 위에 난 스키자국을 발견했고 그 자국을 따라 가보니 나무 밑에서 웅크리고 있는 소년이 발견되었다. 무전으로 소년을 찾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사람들은 그 즉시 응급차와 의사들을 대기시켰다. 헬기가 산등성이에서 소년을 태우고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내려왔다. 그런데 소년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똑바로 걸어 내리는 것이 아닌가!

사람들은 모든 것이 얼어붙는 영하의 날씨 속에서 어린 소년이 어떻게 하루 밤을 무사하게 지낼 수 있었는지 궁금했다. 아버지의 품에 뛰어간 소년이 그간의 일을 똑똑하게 얘기했다.

"저는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에요. 아버지는 그전에 제게 말씀하셨어요. 산에서 길을 잃으면 나무에 바싹 붙어 나무 가지들로 자기 몸을 덮으라고요. 그러면 한층 덜 추우니까 견디기 쉽다고 하셨어요. 저는 아버지를 믿었을 뿐이에요."

위험 속에서 살아난 소년이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고 말했을 때 우리의 가슴에 묘한 감격이 밀려옵니다. 특히 그리스도인인 우리들에게는 아버지란 존재가 하느님을 생각하게 하는 것이기에...
 
 
 
 
 
Claude Choe - Faint Mem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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