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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4월 17일 부활 제2주간 토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0-04-17 조회수581 추천수14 반대(0) 신고
 

4월 17일 부활 제2주간 토요일 - 요한 6,16-21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연꽃>


   몇 년 전 이맘때 머리 털 나고 처음으로 배낚시란 것을 해본 적이 있었습니다. 시간적으로나 금전적으로 상당한 투자를 해야되는 것이 배낚시인 것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의 제자들이 주로 배 낚시꾼들이었기에 예전부터 꼭 한번 해보고 싶었던 것이 배낚시였습니다.


   이른 새벽, 한 작은 포구에서 출발하는 소형어선을 탔습니다. 약간은 쌀쌀한 날씨에 바람마저 쌩쌩 부니 파도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당시 낚시의 왕초보였던 제가 느꼈던 두려움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배가 30분 정도 큰바다를 향해 나아가자 중심을 잡지 못해 어질어질해하던 몇몇 사람들의 얼굴이 노랗게 변하면서 본격적인 배 멀미를 시작했습니다. 급기야 도저히 갑판 위에 서있기가 힘들어진 사람들은 배 가장 밑바닥에 있는 선창으로 들어가 길게 드러눕고 말았습니다.


   집채만한 거센 파도가 솟구치는 바다 위,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심해(深海)위에, 심하게 요동치는 소형어선에 타있던 저는 큰 두려움에 휩싸이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동일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배낚시라면 이력이 나있던 전문직 어부들인 예수님의 제자들이 배를 저어 호수 중심으로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호수라고 하지만 바다라고도 불릴 정도로 큰 호수였던 갈릴래아 호수였기에 때로 기류의 변화에 따른 큰 풍랑에 일기도 했습니다. 


   마침 밤낚시를 하려던 제자들이 호수 한가운데로 나아가던 중에 큰 역풍을 만나 어둠 속에서 어쩔 줄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 곤란한 순간 예수님께서 물위를 걸어 제자들이 탄 배를 향해 걸어오십니다. 안 그래도 역풍을 만나 잔뜩 겁을 집어먹어 갈팡질팡하던 제자들은 예수님의 모습을 발견하자 유령인줄 알고 기겁을 하며 비명을 질렀습니다.


   물위를 걸으신 예수님을 묵상하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수님은 이 세상, 인간역사 안으로 완전히 육화하신 한 인간이셨지만 거기에만 머무르지 않으셨던 분이었다는 생각 말입니다. 예수님은 지극히 자연스런 한 인간으로 사셨지만 또 한편으로 언제나 영적, 초월적 삶을 사셨습니다. 


   특히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인간 세상, 인간적인 사고방식, 가치관을 초월하십니다. 그러기에 그분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 역시 한 차원 승화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제 더 이상 물질적이고 감각적인 통교수단만을 이용해서 그분을 보아서는 안 될 것입니다. 영적인 존재, 초월적인 예수님이기에 영적이고 초월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이 세상 안에서 사셨지만 이 세상을 초월하신 분, 진흙 속에 사셨지만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사신 분, 인간으로 사셨지만 하느님이셨던 분, 그 분이 바로 예수님이십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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