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기도
오소서, 성령님. 제 마음을 두드리시는 주님의 목소리를 귀여겨 듣고 사랑으로 응답하도록 저를 깨어 있게 하소서.
독서
티베리아스 호숫가에서 복음의 모든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21장 전체가 부활하신 주님께서 베드로에게 맡겨주신 사명, 교회 내에서 행해야 할 그의 사목직을 중심으로 하고 있지만, 복음을 읽으며 느끼는 것은 조용한 호숫가의 다정하고 친밀한 대화입니다.
복음의 첫 부분은 고기잡이 장면을 보여줍니다. 베드로는 고기를 잡으러 가겠다고 합니다. 그는 아직 주님께서 자신에게 맡기시려는 몫이 무엇인지를 모릅니다. 고기를 잡는 일은 그가 제자로 부르심 받기 전에 하던 일이었고, 지금 시점에서는 주님의 부르심과 관계없이 스스로 찾아가는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당신을 등지고 떠나간 베드로에게 주님께서는 부드럽게 다가오십니다. ‘얘들아’ 라고 번역된 단어는 ‘어린 아이들아’ 라는 뜻입니다. 같은 표현이 요한의 첫째 서간 2장 14절과 18절에서도 사용되었는데, 거기에서는 “자녀 여러분” 이라고 번역하고 있습니다. 지금 예수님은 베드로를 나무라거나 다그치지 않으시고, 그가 깨달을 때까지 조용히 그를 바라보시며 그의 곁에 서 계십니다.
엄청난 고기잡이 결과를 보고서야 제자들은 그분께서 주님이시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지금 예수님께서 말씀하고자 하시는 것은 베드로의 사명이었는데, 15절 이하에서 이어지는 복음 맥락을 생각한다면 그 사명은 양들을 치라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시고자 하는 것은, 이제는 “나는 고기 잡으러 가네.” (3절)라고 당신 부르심을 외면하지 말고 어떤 상황에서, 어떤 결말을 맞게 되든 당신 말씀에 따라 행하라는, 오직 당신께서 주시는 소명에 충실하라는 것입니다. 많은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것은 부르심을 받아들여 그분께서 보내시는 곳으로 갔을 때입니다.
15 – 17절에서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에게 맡기고자 하시는 사명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말씀하십니다. 사용된 단어나 표현에서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세 번에 걸쳐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당신을 사랑하느냐고 물으시고, 그의 응답을 들으시고는 양들을 치라고 하십니다. 사명을 맡기신다는 전제 또는 출발점에서 보면 베드로가 예수님을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베드로가 정확히 지적하듯이 그 사랑은 다른 어떤 방법으로 확인할 수 없으나 오히려 예수님은 모든 것을 알고 계셨는데도 세 번이나 물으시는 것은 아마도, 예수님께 대한 사랑 외에는 다른 어떤 자격 조건도 요구하지 않으신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내 양들을 돌보아라.” 라는 세 번의 말씀에서 양들에 대한 예수님의 애틋한 사랑이 스며 나오고, 또 양들을 맡아 목자가 되어야 하는 베드로의 역할에서도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당신을 사랑한다는 베드로에게 예수님은 당신께서 아끼는 어린양들을 맡기십니다. 진정 그 양들을 아끼시기에 당신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사람한테만 맡길 수 있으십니다. 베드로는 주님께 대한 사랑 때문에 주님의 소중한 양들을 보살필 자격을 갖추는 것입니다.
“양들을 돌보아라.” 는 세 번의 말씀에서, 첫 번째와 세 번째 말씀에서는 “먹여 기르라.” 는 단어가 사용되고, 두 번째 말씀에서는 “목자가 되어라.” 곧 돌보라는 단어가 사용됩니다. (이것은 다음 주일의 복음인 요한 10장에 나오는, ‘착한 목자이신 예수님’ 이라는 주제와 연결됩니다. 베드로는 목자이신 예수님의 직분을 이어 받습니다.) 베드로의 역할, 사목자의 역할이 바로 이것입니다. 목자는 양들을 위해서 존재합니다. 마찬가지로 교회 내 사목직은 양들을 보살피고 기르기 위한 것입니다. 양의 처지에서, 목자를 신뢰하고 따라갈 수 있는 것은 목자가 자신이 아니라 양을 위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단순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양은 목자가 그 직무를 받음으로써 양을 돌보는 사람이 되었다고 믿기에 목자를 신뢰합니다. 그러나 어느 날 목자가 자기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본다면, 양은 그 목자를 피해 달아날 것입니다.
베드로의 경우, 양들의 목자가 되라는 부르심은 그의 목숨까지 요구받는 것이었습니다. 그것까지 알려 주신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그럼에도 당신을 따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베드로는 그 부르심에 응답합니다. 예수님을 사랑하기에 베드로는 그 길을 따라가는 것입니다.
성찰
저는 양입니다. 제 약함을 주님께서는 잘 아십니다. 저를 아끼시고 교회의 목자들을 통하여 저를 돌보시는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기도
당신 눈동자처럼 저를 보호하소서. 당신 날개 그늘에 저를 숨겨주소서.(시편 17, 8)
안소근 수녀(성도미니코선교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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