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미사' 책과 미사 준비 우리 교회에서 가장 큰 전례는 당연히 ‘미사 전례’이다. 하느님의 말씀과 함께 이루어지는 성찬례 거행은 “교회생활의 정점이며 모든 활동이 흘러나오는 원천이다”(전례헌장, 10항 참조). 그만큼 미사 전례가 우리 교회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임을 말해주는 단적인 표현이라 하겠다. 그렇다면 미사 전례로 어떻게 우리의 생활을 결집하여 표현하고 또 미사 전례를 어떻게 우리 삶의 원동력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는가?우리의 생활은 지식, 의지, 감성이 함께 어우러져 이루어진다. 삶의 양태는 머리로 인지하고 의지에 따라 몸으로 행동하고 감성으로 가슴에 되새기는 일이다. 먼저 사물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래서 지적 인지를 통해 사물을 인식한다. 깨닫는 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옮기고 실천한다. 좋은 것임을 알았을 때 그것을 자기 삶의 일부가 되도록 만드는 일은 실천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 일이나 사물에 대해 느낌을 갖는다. 그러한 일들을 통해 자신의 성숙이나 발전, 또는 보람과 행복을 느끼게 된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성립된다. 전례도 마찬가지이다. 전례는 하느님께 드리는 예배이며 또한 동시에 하느님의 축복을 받는 자리이다. 그것은 전례의 시간이 일상의 시간과 구별되는, 하느님을 만나는 ‘구원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하느님 말씀과 가르침, 그리고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베푸시는 은총에 대한 지적 이해가 필요하다. 귀담아듣고 실천하며 받은 은총을 이웃과 나누려는 의지가 요구된다. 또한 주님을 내 안에 모시려는 열린 마음과 주님이 얼마나 좋은 분인지 맛들일 줄 아는 감성을 가져야 한다. 이런 총체적인 모습과 자세로 우리는 미사 전례에 참여해야 한다. 그것이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전례 참여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현대를 살아가면서 지나치게 한 쪽에 치우치거나 잘못 사용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쓰고 있는 ‘매일 미사’ 책이 그렇다. 미사 가운데 책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화답송 같은 노래들뿐 아니라 독서와 복음을 봉독할 때도 이 책에 의존하여 미사 시간 내내 이 책만 뚫어지게 바라본다. 하느님의 말씀은 ‘듣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말씀과 가르침은 들어야 한다. 신앙은 들음에서 오기 때문이다. 오늘날 인쇄술이 발달하여 전례 집회 구성원들 각자가 볼 수 있는 인쇄물이 쉽게 손에 쥐어졌다. 미사에서 기도드리는 자세가 아니라, 기도문과 독서들 모두 진행에 따라 시선이 책에 고정됨으로써 마치 학원에서 공부하는 듯한 태도가 되어버린다. 이렇게 전례 참여의 잘못된 습관을 가질 우려가 있다. ‘매일 미사’ 책은 본래 다른 이유로 만들어졌다. 곧 미사 전례 자체 안에서 사용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이 책은 미사에 참여하기 하루 전에 미사의 고유문들(독서, 복음, 미사 노래, 기도문 등)을 미리 읽고 준비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잠시 묵상한다. 그날 미사의 주제가 무엇인지 짐작이 간다. 이것이 미사를 위한 먼 준비이다. 그리고 가까운 준비를 위해 일찍 미사에 온다. 시작 전에 와서 마음을 안정시키고 미사 참여를 위한 내적 준비와 기도를 한다. 차분히 앉아서 어제 읽은 내용을 되새김질한다. 물론 봉사자는 더 일찍 와서 준비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렇게 준비된 마음가짐으로 미사에 참여한다면, 하느님의 말씀과 가르침이 귀에 쏙쏙 들어오고 내 마음 안에 깊이 새겨질 것이다. 그리고 나의 생활 안에서 삶의 지표로 남아 하느님의 말씀을 더욱 잘 실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미사 예습을 해두라는 말이다. 곧 ‘매일 미사’ 책은 미사 예습을 위한 것이지, 당일치기로 급하게 보기 위한 것이 아니다. 미사 전례는 이렇게 독서와 기도문 등을 미리 읽고 이해하는 지적 준비, 묵상하고 마음을 가다듬어 하느님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는 감성적 준비, 미사 전례를 통해 나의 삶의 변화와 발전을 위해 애쓰고 노력하려는 의지적 준비 등이 함께 어우러져야 한다. 이러한 준비를 시간적으로 먼 준비와 가까운 준비로 차근차근 준비한다. 여기에 필요한 책이 ‘매일 미사’이다. 우리의 미사 전례 참여 태도를 다시 한번 반성해 보고, 미사 전례에 더욱 잘 참여하고 진정으로 내 마음 안에서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 준비해 보자. 그렇게 준비한다면 미사 전례를 통해 우리의 생활을 결집하여 표현하고, 또 미사 전례는 우리 삶의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경향잡지, 2002년 1월호, 나기정 다니엘 신부(대구 가톨릭 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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