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10-04-19 조회수1,118 추천수20 반대(0) 신고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10년 4월 19일 부활 제3주간 월요일
 
 
 
 This is the work of God,
that you believe in the one he sent.
(Jn.6.29)
 
 
제1독서 사도행전 6,8-15
복음 요한 6,22-29
 
 
어제는 혼배미사를 위해 서강대에 다녀왔습니다. 특별히 주일에는 바쁜 본당의 일정으로 잘 나가지 않는데, 몇 달 전 신랑신부의 간절한 부탁을 받아서 어제의 혼배미사 주례를 하게 된 것입니다.

사실 혼배 주례를 부탁받았을 때 많이 망설였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본당이 아니더라도 인천 내의 성당이라면 상관없겠지만, 인천이 아닌 다른 지역인 서울, 그것도 성당이 아닌 대학에서 하는 혼배였기 때문입니다. 특히 거리상으로도 멀다고 생각되었고, 여기에 교통 체증까지 더해질 수 있다는 점이 저를 매우 망설이게 했습니다. 하지만 약속했으니 어떻게 합니까? 어떻게든 가야했지요.

저는 혼배미사가 12시였지만 교통 체증을 염려해서 2시간 전인 10시에 본당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요? 단 한 번의 막힘없이 30분 만에 서강대에 도착했습니다. 우리 성당에서 서강대까지가 이렇게 가까운지 처음 알았습니다. 늘 서강대까지 먼 거리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가까웠던 것이지요. 단지 교통 체증으로 인해 멀게만 느꼈던 것입니다.

이 점을 생각하다보니 하느님 나라도 이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하느님을 멀게만 생각하고 있습니까?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멀리 계시지 않습니다. 차가 막혀서 서울이 먼 것처럼 느끼는 것처럼, 욕심과 이기심 등으로 우리의 마음이 꽉 막혀서 하느님께 가는 길이 멀게만 느꼈던 것이 아닐까요?

그렇다면 어떻게 가깝게 만들 수 있을까요? 성당이 많아지고, 좋은 교육이 많이 생긴다고 해서 하느님 나라가 가까워질까요? 즉, 하느님 나라로 가는 도로가 넓어지면 그만큼 하느님 나라가 가까워질까요?

도로를 넓힌다고 해서 교통체증이 없어지지는 않지요. 어제 아침처럼 차가 없을 때 교통체증이 자연스럽게 없어지는 것처럼, 우리의 마음을 꽉 막고 있는 이기심, 욕심, 미움과 다툼 등의 부정적 마음들이 사라질 때 하느님 나라가 바로 코앞에 있음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사람들이 예수님께서 묻습니다.

“하느님의 일을 하려면 저희가 무엇을 해야 합니까?”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십니다.

“하느님의 일은 그분께서 보내신 이를 너희가 믿는 것이다.”

바로 내가 변해야 합니다. 내 마음이 주님께로 향하지 않고서는 하느님 나라에 가까이 다가 설 수 없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종교는 아는 것이 아니라 믿는 것이다(손병희).




침묵의 금기(‘백지연’, ‘뜨거운 침묵’ 중에서)

아프리카에서는 건기가 닥쳐오면 수만 마리의 물소 떼가 목숨을 건 대이동을 한다. 이때 어떤 물소가 대이동의 리더가 될까. 가장 힘 쎈 놈? 가장 빨리 달리는 놈? 빨리 달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방향을 잡는 능력이다. 뛰어난 후각으로 물이 있는 지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곳까지 가는 가장 빠른 경로를 찾는 놈이 리더가 된다. 그러나 진정한 리더가 되기 위해선 결정적인 한 가지가 더 필요하다.

어느 때인가 수천 킬로미터를 내달려 온 물소 떼가 강을 불과 몇 킬로미터 앞두고 대형 참사를 당한 적이 있었다. 물 냄새를 맡은 리더가 뒤따라오는 무리를 향해 물이 있는 곳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신호를 본능적으로 보내자, 이제껏 묵묵히 리더를 따라오던 물소 떼가 순간적으로 흥분한 것이다. 먼저 물을 먹으려는 충동으로 질서는 무너지고 뒤에 있던 물소들이 앞에 뛰는 물소들을 추월하며 아비규환이 되고 말았다.

이제 누가 물소 떼의 리더가 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잘 달리고 물 냄새를 잘 맡을 뿐 아니라 물 냄새를 맡고도 신호를 보내는 본능을 억누를 수 있는, 침묵할 줄 아는 리더가 진정한 리더가 되는 것이다.

우리 인생도 다르지 않다. 세상 속을 내달리며 순간순간 자신을 너무 빨리 표현하지 않는가. 침묵했어야 할 순간에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내뱉은 말이, 숙성되지 않은 생각으로 저지른 행동이 자신을 힘들게 만들지는 않았는가. 어리석은 물소가 침묵의 금기를 깨고 신호를 보내 비극적 파행을 불러온 것처럼 말이다.
 

 
 
 
Shio -You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