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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제 얼굴" - 4.19,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0-04-19 조회수392 추천수5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10.4.19 부활 제3주간 월요일

사도6,8-15 요한6,22-29

 

 

 

 

"제 얼굴"

 

 

 

나이 사십이 넘으면 제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과연 여러분은 하느님께서 주신 제 얼굴을 지니고 있습니까?

아마 제 얼굴을 잊고 사는 사람도 많을 것입니다.

타고난 얼굴이기보다는 관심사에 따라 형성되어 가는 제 얼굴입니다.

어느 작가의 인터뷰 기사 중 다음 대목이 저에겐 가벼운 충격이었습니다.

“사람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는 편인데,

  한 재벌 회장이 TV에 나왔는데 사람 얼굴 같지 않았다.

  예전 그의 사진과는 많이 달랐다.

  생각이 얼굴을 많이 좌우한다.”

 

 

생각이, 마음이 얼굴에 들어납니다.

생각 없는 얼굴, 영혼 없는 얼굴도 있을 수 있습니다.

저절로 얼굴이 아니라

그 사람의 생각에, 마음에, 관심사에,

지향하는 삶에 따라 형성되는 얼굴입니다.

하여 얼굴을 보면 그가 누구인지 대강은 짐작됩니다.

 

어제 복음 중 다음 대목에 대한 어느 분의 깨달음도 참 좋았습니다.

“그물을 배 오른쪽에 던져라. 그러면 고기가 잡힐 것이다.”

라는 대목에 대한 다음 요지의 설명이었습니다.

“자리의 이동이 아니라 보는 관점을,

  이런저런 저도 모르게 내 마음 깊이 자리 잡은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바꾸라는 것입니다.

  아마 제자들은 밤새 배 왼쪽에 그물을 쳤을지도 모릅니다.

  바로 마음을, 생각을 오른쪽으로 바꾸는

  발상의 전환이, 관점의 전환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내 생각에서 상대방의 생각으로,

  내 생각에서 하느님의 생각으로의 전환이,

  또 내 고정관념에서 마음을 활짝 열고

  이런저런 가능성을 생각하는

  마음의 개방성, 유연성, 신축성이 정말 필요합니다.”

그분의 묵상 내용을 듣고 즉시 공감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오늘 말씀의 이해도 확연해 집니다.

사도행전 1독서에서

스테파노의 생각과 적대자들의 생각이 너무 다릅니다.

위에서 난 은총과 능력이 충만한 스테파노를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는

아래에서 태어난 그 적대자들은 거짓증인들을 끌어들여

스테파노를 궁지에 몰아넣습니다.

“이 사람은 끊임없이 이 거룩한 곳과 율법을 거슬러 말합니다.”

 

이게 이들의 한계입니다.

보이는 이 한계를 넘어서지 못합니다.

생각을, 마음을 바꾸어 스테파노를 이해하려는 노력도 없습니다.

최고 의회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모두 스테파노를 유심히 바라보았는데

그의 얼굴은 천사처럼 보였다 합니다.

 

위에서 난 스테파노는

영광스러운 하느님과 부활하신 주님의 얼굴을 뵈었음이 분명합니다.

 

은총에 빛나는 이 얼굴이 바로 스테파노의 제 얼굴이요

적대자들의 얼굴과는 극명히 대조가 되었을 것입니다.

 

바로 끊임없이 하느님을 찾을 때,

부활하신 주님을 뵈올 때

내 생각도 주님의 생각으로 바뀌고,

주님을 닮아 제 얼굴이 되어 감을 깨닫습니다.

 

 

오늘 복음도 똑같은 상황입니다.

예수님과 그를 추종하는 군중들이 사고의 차이가 너무 큽니다.

예수님의 일으키신 표징을 보지도 읽지도 못하고

눈에 보이는 먹을 것에 온통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 군중들,

오늘날 물질주의에 중독된 현대인들을 보는 듯합니다.

 

 

“너희가 나를 찾는 것은 표징을 보았기 때문이 아니라,

  빵을 배불리 먹었기 때문이다.

  너희는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으려고 힘쓰지 말고,

  길이 남아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을 얻으려고 힘써라.

  그 양식은 사람의 아들이 너희에게 줄 것이다.”

 

눈에 보이는 썩어 없어질 양식을 찾지 말고

눈에 보이지 않는 영원한 생명의 양식이신 부활하신 주님을 찾으라는,

생각의 전환을 촉구하는 말씀입니다.

 

주님의 말씀에 ‘마음의 눈’이 열린 저들의 물음에

주님은 참 귀한 말씀으로 답하십니다.

“하느님의 일을 하려면 저희가 무엇을 해야 합니까?”

“하느님의 일은 그분께서 보내신 이를 너희가 믿는 것이다.”

 

 

그분께서 보내신 그리스도 예수님을 믿는 것이

바로 하느님의 일이라는 것입니다.

사실 그리스도 예수님을 믿는 하느님의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습니다.

진정 그리스도 예수님을 믿을 때

영원한 생명에 주님의 생각을 지닐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부활하신 주님은 당신 말씀과 성체로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선사하시어

제 얼굴을 찾게 하시고 주님의 생각과 마음으로 하루를 살게 하십니다.

“행복하여라, 주님의 가르침을 따라 사는 이들!”(시편119,1ㄴ).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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