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을 아는 것, 그것은 우리 마음으로 향한 하느님의 부르심입니다. 성경은 이런 부르심을 사변적 지식이 아닌 인격적 관계로 표현합니다. 그러므로 ‘안다’ 는 것은 구체적인 관계 안에서 점진적으로 체득된 전인적 신뢰입니다. 때문에 하느님께 대한 앎은 하느님한테서 옵니다.
오래전 일입니다. 수련기 시절, 실습 소임지는 성남분원의 무의탁 집이었습니다. 그곳은 정신지체와 자폐증 그리고 당뇨를 앓는 아이들과 어른들로 구성된 소공동체였습니다. 저의 일과는 오전에 점심식사 준비와 청소로 바쁘게 지냈지만 오후는 좀더 여유롭게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곤 했습니다. 그 날 오후에도 가족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있었는데, 이야기 도중에 물었습니다. “인어공주가 밤에 바닷가로 나왔는데 밤하늘에는 달이 환하게 떴고, 별들은 하늘 가득 아름답게 반짝이고 있었어, 자! 하늘에 무엇이 떠 있었지요 ?” 저를 빤히 바라보던 한 아이가 “해가 떴어요!” 하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나머지 가족도 하나같이 “네-에, 해가 떴어요.” 라고 했습니다. 그 순간 손끝에 맥이 풀리며, ‘이 소중한 시간에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거야 ?’ 하는 의구심과 함께 갈등이 파도처럼 일었습니다. 그날 저녁, 경당의 성체등을 바라보며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 갑자기 그분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너도 자폐증에다 정신지체라는 것을 알고 있니 ? 내가 너를 부를 때마다 엉뚱한 소리를 하거나 나를 피해 달아나기도 했잖아 ? 그렇지만 나는 단 한 번도 너를 포기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려고 기다렸어.”
아, 그랬습니다! 저 역시 주님을 알아뵙지 못하는 정신지체이고, 소리쳐 불러도 달아나던 자폐증 환자였습니다. 그때야 비로소 알았습니다. 그분께서 나의 이름을 불러 인도하셨기에 제가 이 자리에 있다는 것을 ….
반명순 수녀(툿찡 포교 베네딕도 수녀회 대구수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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