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내 삶의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 - 4.29,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0-04-30 조회수431 추천수4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10.4.29 부활 제4주간 목요일 

시에나의 성녀 가타리나 동정 학자 기념일(1347-1380)

사도13,13-25 요한13,16-20

 

 

 

 

 

"내 삶의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

 

 

 

시에나의 성녀 가타리나 기념일 아침 찬미가 중 일부 구절을 인용합니다.

“겸손과 열성에 찬 마음으로써 주님의 십자가길 밟으셨도다.”

예수님을 열렬히 사랑했던 성녀는 예수님처럼 33년 생애 동안,

말 그대로 주님의 십자가 길을 밟으셨습니다.

안락한 환경 안에 살았던 성인들은 하나도 없습니다.

모든 성인들이 다 그만의 십자가를 지고 끝가지 주님을 따랐습니다.

 

묵상 중 문득 떠오른 본 훼퍼의 옥중서간에 나오는 한 구절입니다.

“일어나는 모든 일이 하느님의 뜻은 아니다.

  그러나 하느님 허락 없이 일어나는 일은 하나도 없다.”

아마 강론 중 몇 번 인용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예전에 읽었던 ‘눈 속에서의 3개월’이라는 책에서 읽었던

‘나뭇잎 하나도 하느님 허락 없이는 떨어지지 않는다.’라는

구절도 생각납니다.

모든 일이 하느님 수중에서 일어난다는 하느님 믿음의 고백입니다.

 

오늘 1독서에서 유다인 회당에서 바오로의 설교가 인상적입니다.

‘하느님을 경외하는 여러분, 내 말을 들어보십시오.’

시작되는 간략한 이스라엘의 역사,

온통 하느님이 주도권을 잡은 역사임을 깨닫습니다.

‘하느님께서…하셨다.’ 가 계속 반복되고 있습니다.

늘 이스라엘 백성과 함께하시어

이들을 인도하신 하느님이심을 밝히며

마침내 예수님 안에 그 역사가 수렴됨을 보여줍니다.

“하느님께서는 약속하신대로

  예수님을 구원자로 이스라엘에 보내셨습니다.”

모든 문장의 주어가 하느님임은

바로 하느님이 인류 역사는 물론

내 삶의 역사의 주인임을 상징합니다.

하느님이 우리 삶의 중심이 될 때 의미 충만한 삶입니다.

태양의 예가 적절합니다.

태양 없는 밤의 어둠 중에서는

사물의 모습이나 색깔을 알아볼 수 없습니다.

태양 떠오르고 밤의 어둠이 사라져야

사물들의 윤곽과 색깔이 투명하게 들어나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할 수 있듯이

태양 같은 하느님이 우리의 영혼을, 삶을 비춰야

충만한 의미들이 투명하게 들어나는 아름다운 삶입니다.

 

얼마 전의 순간적 체험도 잊지 못합니다.

구름사이로 새어나는 햇살에 참 아름답게 빛났던 꽃들과 신록의 나뭇잎들,

흡사 은총의 빛살에 아름답게 빛나는 우리 삶을 상징하는 듯 했습니다.

 

 

사도 바오로처럼 하느님 중심으로 우리 삶을 렉시오디비나하는 것입니다.

얼마 전 읽은 렉시오 디비나의 네 단계가 새롭게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1.독서(우리가 성경을 읽는다).

2.묵상(성경이 우리를 읽는다).

3기도(우리는 하느님께 간다).

4.관상(하느님 안에 머문다).

여기서 주목할 단계는 2단계, 성경이 우리를 읽는 단계입니다.

 

더불어 생각나는 일화가 있습니다.

언젠가 어느 구도자가 유다인 랍비를 찾아 나눈 대화입니다.

“저는 성경을 여러 번 통독했습니다.”

그러자 랍비는 즉시 질문합니다.

“성경이 너를 몇 번이나 읽었느냐?”

바로 성경이, 하느님이 나를 읽게 하는 시간이 은혜로운 묵상시간입니다.

주도권이 나에게서 성경으로, 하느님께로 바뀌는 단계입니다.

하느님이 온전히 주인이 되는 시간입니다.

옛 성인들 모두 이렇게 묵상했기에 충만한 영적 삶을 사셨습니다.

이렇게 내 삶을 렉시오디비나 하다보면

모두가 ‘하느님께서…하셨다.’로 고백하게 되고

모두가 연결되어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로 여기서 터져 나오는 화답송의 다음 시편 구절입니다.

“주님, 당신 자애를 영원히 노래하오리다.

  제 입은 당신의 진실을 대대로 전하오리다.”

 

 

세상에 고립단절된 것은 없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순전히 착각이자 환상이며

이런 환상 속의 삶이 바로 지옥입니다.

작은 나뭇가지 하나하나가 뿌리에 연결되어 있듯이

우주 만물 역시 하나도 연결되어 있고,

과거는 현재와 미래로,

나는 너와 예수님과 하느님께로 연결되어있습니다.

결국 모두는 그리스도 예수님과 하느님 뿌리에 연결되어있음을 깨닫습니다.

“종은 주인보다 높지 않고, 파견된 이는 파견한 이보다 높지 않다.”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신 다음 주님의 말씀입니다.

우리에게 겸손한 사랑의 모범을 보여주신 주님의 삶이

늘 우리 삶의 뿌리이자 기준임을 명심하라는 말씀입니다.

“내가 보내는 이를 맞아들이는 사람은 나를 맞아들이는 것이고,

  나를 맞아들이는 사람은 나를 보내신 분을 맞아들이는 것이다.”

제자들뿐 아니라 믿는 모든 이들의 배경이자 뿌리는

예수님과 하느님이심을 명심하라는 말씀입니다.

이게 바로 불림 받아 파견된 이들의 존엄한 품위의 근거입니다.

 

믿는 형제들을 함부로 대함은

그들을 보내신 예수님을, 하느님을 함부로 대하는 것이 됩니다.

하여 분도 성인은 그의 규칙에서

‘찾아오는 모든 손님을 그리스도처럼 맞이하라.’하십니다.

수도승들은 바로 손님들을 통해

그리스도를, 하느님을 맞이하기 때문입니다.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 시간,

부활하신 주님은 우리를 환대하시고

우리 역시 하느님이신 주님을 환대하는 복된 시간입니다.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