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회에 입회하고 지금까지 주어진 소명에 응답하면서 살았다. 지부장의 임기를 마쳤을 때는 총장수녀님한테서 인도 공동체에서 3개월의 휴식시간을 가지라는 제안을 받았다. 그때는 약 7년간 이주노동자들과 함께하면서 아시아의 여러 교회에 대해 알고 싶다는 갈망이 있었다. 그래서 인도보다는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온 사목자들이 모이는 필리핀 사목센터에서 1년간 안식년을 보내고 싶다는 청원서를 보냈다. 다행히 받아들여져 수도생활 20년 만에 특별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동안 사도직과 공동체 일을 겸임하면서 바쁘게 살았던 내가 마닐라 메리놀수녀원에 머물면서 언어공부에만 전념하게 되었을 때, 마치 꿈만 같았고 동기부여에 대한 어떤 내적 부르심을 느끼며 정말 감사하고 행복했다.
사목코스에서는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며 자신을 좀더 알게 되었고, 또 프라도 수녀로서 가난한 사람과 노동자, 이주민, 그리고 실직자들과 함께 살아온 사도적 삶을 보증받았다. 그리고 힘들었던 시간의 의미도 알게 되었다. 그 어려움은 주님께 건너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주었고 또 주님의 사람으로 성장되게 했음을 깨달았다. 이 모든 것이 은총이고 선물이었다.
처음으로 청해 얻은 은혜로운 시간, 안식년의 체험을 통해 나는 더 깊이 성소를 살게 되었고 기쁨과 여유로움을 더해 받은 것에 감사드린다. 하느님의 자비를 믿으면서 청하자. 분명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 되게 해주실 것이다.
정순옥 수녀(프라도 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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