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모르는 게 약이다
작성자김용대 쪽지 캡슐 작성일2010-05-17 조회수709 추천수17 반대(0) 신고
그때에 제자들이 예수님께 말하였다. “이제는 드러내 놓고 이야기하시고 비유는 말씀하지 않으시는군요. 저희는 스승님께서 모든 것을 아시고, 또 누가 스승님께 물을 필요도 없다는 것을 이제 알았습니다. 이로써 저희는 스승님께서 하느님에게서 나오셨다는 것을 믿습니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대답하셨다.
“이제는 너희가 믿느냐? 그러나 너희가 나를 혼자 버려두고 저마다 제 갈 곳으로 흩어질 때가 온다. 아니, 이미 왔다. 그러나 나는 혼자가 아니다. 아버지께서 나와 함께 계시다.
내가 너희에게 이 말을 한 이유는, 너희가 내 안에서 평화를 얻게 하려는 것이다.
너희는 세상에서 고난을 겪을 것이다. 그러나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
(요한 16:29-33)
 
제자들이 주님을 제대로 알기를 바라신 것이 이 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그래서 주님께서 누차 제자들에게 이를 일깨워주시려고 하셨다. 그러나 제자들은 다 아는 것처럼 말했다.
베드로는 일찍이 스승님께서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라고 저희는 믿어 왔고 또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고 답했고(요한 6:69) 심지어는 주님을 위하여 목숨까지 내어 놓겠다고 말했다.(요한 13:37) 베드로가 이렇게 말한 것은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입으로만 주님을 믿는다고 외친 증거이기도 하다. 하지만 주님께서는 믿지 않으셨다.  
 
우리는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식자우환(識字憂患)이라는 말이다. 알려고 하지 않고 뻔뻔스럽고 무사안일주의로 나가겠다는 말이기도 하다. 자신에게 유리한(?) 것만 알려고 하고 들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하여 생긴 무지(無知)는 끝없는 논쟁과 갈등을 불러 일으키게 한다. 그리하여 마음의 평화를 누리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의 반감을 일으키게 만든다. 많이 배운 사람조차도 다 아는 것처럼 생각하여 어리석은 행동을 함으로써 마찰을 일으키고 더욱더 뻔뻔스럽게 되어버린다. 이런 사람들이 부모가 되어 “나는 바담 풍 하여도 너는 바람 풍 하라’고 가르치지만 자식들은 여전히 ‘바담 풍’ 한다. 무지와 편견의 씨앗이 끊임없이 전파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온 세상이 혼란스럽게 보인다. 본래 ‘하나’였던 세상을 어지럽게 만든 것은 바로 우리들이며 우리들 마음이 혼란스러운 것일 뿐이다.
 
가장 현명한 말은 “나는 아는 게 없습니다.”고 하는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아테네에서 누가 가장 현명한 사람인가를 알려고 했다.
그러자 아폴로 신전의 예언자(The Delphic Oracle)가 말했다.
“바로 당신이오!”
그러자 소크라테스가 답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요. 나는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소이다.”
예언자가 다시 말했다.
“바로 그 때문에 당신이 아테네에서 가장 현명한 사람이라고 한 것이오.”
 
비록 무지와 선입관이 있기는 하지만 사람을 오래 사귈수록 깊이 알수록 실망하는 경험을 많이 하게 된다. 제자들이 주님의 십자가의 의미를 알지 못하면서 그렇게 생각했던 것은 우리들과 마찬가지로 선입관이나 편견에 의한 확신에 차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심지어는 바오로 조차도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어리석음이다.”고 말했지만
이 어리석음이야말로 하느님의 지혜이다.
“지혜로운 자가 어디에 있습니까? 율법 학자가 어디에 있습니까? 이 세상의 논객이 어디에 있습니까? 하느님께서 세상의 지혜를 어리석은 것으로 만들어 버리지 않으셨습니까? 사실 세상은 하느님의 지혜를 보면서도 자기의 지혜로는 하느님을 알아보지 못하였습니다.
그래서 그분께서는 복음 선포의 어리석음을 통하여 믿는 이들을 구원하기로 작정하셨습니다. 유다인들은 표징을 요구하고 그리스인들은 지혜를 찾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십자가에 못박히신 그리스도를 선포합니다. 그리스도는 유다인들에게는 걸림돌이고 다른 민족에게는 어리석음입니다. 그렇지만 유다인이든 그리스인이든 부르심을 받은 이들에게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힘이시며 하느님의 지혜이십니다. 하느님의 어리석음이 사람보다 더 지혜롭고 하느님의 약함이 사람보다 더 강하기 때문입니다.”(1코린토 1:20-25)
 
예수님께서 십자가형을 받으시기 전에는 제자들은 자신의 무지(無知)의 틀에 예수님을 집어넣고는 예수님에 대하여 모든 것을 다 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오히려 제자들이 흩어질 것이라고 예견하셨다. 그들은 흩어졌다가 주님께서 부활하신 후에야 다시 모일 것이라는 것을 알고 계셨기 때문이었다.
 
현대인의 눈에는 성경은 온통 어리석은 말 투성이로 보이지만 이 어리석음이 사필귀정으로 끝나는 것을 많이 본다. 바보’가 되기를 바라는 성경 말씀을 부정하다가 결국은 ‘바보가 되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는 것을 깨닫기 때문이다.
 
아빌라의 데레사 성녀가 말했다.
하느님께서는 사람들이 섭리를 모르게 하셨으므로 아는 것만큼 마음을 움직이게 됩니다.”
우리는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것을 이루려 하기 때문에 비틀거리기 쉽습니다.
그러나 실패할 것이 두려워 출발하지 않거나 너무 작은 것을 희망하면 결코 그곳에 다다를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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