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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를 따라라" - 5.21,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0-05-22 조회수341 추천수4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10.5.21 부활 제7주간 금요일

사도25,13ㄱ-21 요한21,15-19

 

 

 

 

 

"나를 따라라"

-연꽃과 십자가-

 

 

 

어제 12년 만에 수도원을 찾아 피정 중인 어느 수녀님이 절에 다녀 온 후,

조화(造花) 연꽃 한 송이를 선물했습니다.

석가탄일인 오늘 전국의 모든 절들은 조화 연꽃들로 가득할 것입니다.

즉시 연상되는 게 부처님의 연꽃에 그리스도님의 십자가였습니다.

불교를 상징하는 연꽃에 그리스도교를 상징하는 십자가입니다.

과연 연꽃과 십자가는 무슨 연관이 있을까 곰곰이 생각합니다.

신록 화창한 5월에 맞는 석가탄일에 대해

엄동설한 12월에 맞는 예수탄일의 대조가 의미심장합니다.

이어 수녀님의 다음 말씀과 일치된,

역시 12년 전 아랫집 수녀원에 살다가

다시 살러 오신 어느 수녀님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여기 수도원에 오니 시간이 멈춰진 것 같습니다.”

 

정주 영성에 대해 이보다 더 좋은 찬사는 없습니다.

바로 이게 정주생활을 하는 우리의 본질적 선교입니다.

‘시간이 멈춰진 것 같다.’

언제나 그 자리에 그 모습으로

기도와 일에 충실한 수사님들의 모습에서

직감적으로 나온 말임에 분명합니다.

언젠가 ‘위대한 침묵’이란 영화를 본 어느 분도

‘시간이 멈춰진 것 같았다’는 느낌과 더불어

여기 요셉수도원이 생각났다고 말했습니다.

‘시간이 멈춰진 것 같았다.’

바로 이게 영원의 신비체험이며 하느님 체험입니다.

환상은 말끔히 걷히고

지금 여기서 ‘있는 그대로’의 실재에 대한 체험,

이게 바로 정주영성이 목표하는 바입니다.

 

오늘 복음의 마지막 주님의 말씀도 계속 마음을 맴돕니다.

 

“나를 따라라.”

 

우리 믿는 모든 이들의 삶은

십자가의 도상에서 그리스도를 따르는 역동적 삶입니다.

더불어 생각나는 게,

23년 전 사제 수품 미사 입당 성가(445장)를 들으며 입장 시

저절로 흘렀던 눈물입니다.

 

“내 한 평생을 예수님 안에 내 온전하게 그 말씀 안에

  내 결코 뒤를 바라봄 없이 그분만을 따릅니다.”

 

언제 불러도 감동적입니다.

계속 반복됐던 ‘그분만을 따릅니다.’라는 후렴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우리 모두 언제나 그리스도 예수님만을 따라 살아갑니다.

언제 어디서나 그분만을 향해, 그분만을 따라 살 때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영원의 체험이며

바로 이게 정주생활의 열매입니다.

밖에서 볼 때는 늘 그 자리의 산 같은 정주의 삶이지만,

안으로는 끊임없이 십자가의 길을 가는,

강 같이 흐르는 ‘수도승다운 생활’ 서원의 삶입니다.

외적으로는 평화의 산 같은 정주이지만

안으로는 영적전투 치열한 최전방입니다.

밖으로는 연꽃 같은 정주이지만

안으로는 끊임없이 자기와 싸워 이기며

십자가의 길을 가야하는 역동적 삶입니다.

말 그대로 정중동(靜中動)의 삶입니다.

뿌리 없이는 꽃도 없습니다.

십자가 삶의 내적 뿌리(수도승다운 생활)에서

연꽃처럼 피어나는 정주의 삶임을 깨닫습니다.

이래서 연꽃과 십자가는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문제는 주님 향한 열렬한 사랑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당신 향한 사랑을 확인하십니다.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베드로의 사랑을 확인하신 예수님은

“내 양들을 돌보아라.”명령하신 후 곧 “나를 따라라.”명령하십니다.

우리의 모든 수행은 주님 사랑의 표현이며

주님 사랑의 표현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양들을 돌보는 선교활동에 전념하며

예수님을 따라 산전수전 다 겪으며 살다가

순교의 면류관을 받은 사도행전의 사도 바오로와 복음의 사도 베드로입니다.

 우리 수도승들은 수도원 안에서

정주와 수도승다운 생활, 순종, 형제애, 환대의 사랑을 실천하며

주님을 따릅니다.

믿는 이들 모두가 주님을 사랑하며 다 다른 양상으로 주님을 따릅니다.

문제는 따라야할 주님을 잊을 때,

또 주님 사랑의 열정이 식을 때 발생합니다.

석가탄일인 오늘 부활하신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당신 향한 열렬한 사랑을 우리 마음 안에 부어 주시어

당신을 항구히 따라 살 수 있게 하십니다.

 

“예수 마음 겸손하신자여,

  내 마음을 열절하게하사, 네 성심과 같게 하소서”(성가199).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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