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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10-05-23 조회수742 추천수13 반대(0) 신고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10년 5월 23일 성령 강림 대축일
 
 
 
 
Receive the Holy Spirit.
Whose sins you forgive are forgiven them,
and whose sins you retain are retained.
(Jn.20.22-23)
 
 
제1독서 사도행전 2,1-11
제2독서 1코린토 12,3ㄴ-7.12-13
복음 요한 20,19-23
 
 
몇 년 전, 대만에 사는 한 젊은 기독교인이 동물원에 있는 사자 우리 안으로 들어가 큰소리로 외쳤습니다.

“사자여! 회개하고 네 죄를 뉘우쳐라.”

이 젊은 기독교인이 보기에 사자가 사자로 태어난 이유를 회개하고 죄를 뉘우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나 봅니다. 그래서 한 손에 성경책을 움켜쥐고 높은 사자 우리의 철장을 뛰어 넘었던 것이지요. 즉, 자신으로 인해 사자가 회개하고 예수님을 믿으면 천국으로 가리라는 확신을 갖고서 이런 행동을 했던 것입니다.

이렇게 사자에게 열심히 전도한 이 젊은 기독교인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때까지 우리 안에서 얌전히 잘 살던 사자를 화나게 만들었고, 결국 사제에게 물려 병원 신세를 지게 되었습니다.

세상 끝까지 가서 복음을 선포하라는 주님의 말씀을 생각할 때, 이 젊은 기독교인의 행동은 바른 것일까요? 그래서 동물에게 전교하려고 했던 이 젊은 기독교인에게 칭찬의 박수를 쳐 주어야 할까요?

우리가 예수님의 말씀 따라 세상 끝까지 복음을 전파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합니다. 하지만 그 대상은 동물이 아닌 사람인 것이지요. 동물은 창세기의 말씀 따라 보호하고 다스릴 대상일 뿐인 것입니다. 따라서 이 젊은이의 행동은 분명 주님께서 원하시는 모습이 아닙니다. 더군다나 주님의 뜻은 우리의 생각을 뛰어넘는다는 것을 기억할 때, 편협되고 잘못된 생각을 고집하는 어리석음은 당장 버려야 하는 것입니다.

오늘은 성령께서 이 땅에 오셨음을 기억하는 성령 강림 대축일입니다. 이 성령을 받은 제자들은 두려움에서 벗어나 용감하게 세상에 기쁜 소식을 전합니다. 또한 자신의 뜻만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뜨거운 열정을 갖고 주님의 뜻을 전하는 지혜로움도 얻게 되었습니다. 제자들의 이 모습을 우리도 간직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바로 오늘 예수님의 말씀처럼 성령을 받으면 됩니다. 즉, 우리 모두가 마음을 활짝 열고 주님의 뜻에 맞게 살기 위해 철저하게 노력해야 합니다.

제가 갑곶성지에서 생활할 때였습니다. 제가 밖에서 일하는 모습을 본 어떤 형제님께서 저를 불러 세워놓고서는 이렇게 말씀하세요.

“신부님께서 열심히 일하시는 모습이 너무 좋아 보여서 제가 선물 하나 하고 싶습니다. 신부님, 뭐가 필요합니까?”

사실 그 당시는 경제적으로 상당히 어려웠기 때문에, 경제적인 도움을 청하고는 싶었지요. 하지만 차마 꼭 찍어 말은 못하고 “괜찮아요. 정 주시고 싶다면 알아서 주세요. 뭐든 기쁘게 받겠습니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이 형제님께서 쇼핑백 하나를 들고 오셨습니다. 그리고는 “신부님, 밤에 적적하실까봐 양주 한 병 들고 왔습니다.”라면서 술이 들은 쇼핑백을 내미시는 것이었어요. 솔직히 좀 서운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술을 잘 마시지 않거든요.

저는 술 마실 일이 없어 그 쇼핑백을 방구석에 놓고는 한동안 꺼내지 않았지요. 그러다가 제가 아는 청년들이 놀러와 그 술병을 드디어 깨내게 되었지요. 그런데 그 술병 밑에 봉투 하나가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봉투에는 생각보다 많은 액수의 금액이 ‘갑곶성지 계발에 써주길 바란다.’는 편지와 함께 들어 있었습니다.

이 분의 생각은 저의 차원을 뛰어넘었던 것이지요. 이렇게 나의 생각을 뛰어넘는 경우를 우리는 이 세상에서 많이 접하게 됩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이 정도인데, 그렇다면 전지전능하시는 주님은 어떠할까요?

우리의 생각과 뜻을 항상 뛰어 넘는 주님을 기억하면서, 그분께서 보내신 성령을 받는데 최선을 다해야 하겠습니다. 그래야 우리 역시 주님을 따라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는 귀한 존재가 될 수 있습니다.



소중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1분이 걸리고, 그와 사귀는 것은 1시간이 걸리고, 그를 사랑하게 되는 것은 하루가 걸리지만, 그를 잊어버리는 것은 일생이 걸린다(장영희).



 

할머니의 리어커(이철환, ‘곰보빵’ 중에서)

뜻하지 않은 곳에서 차들이 정체되었다. “신호가 바뀌었는데 차들이 꿈쩍을 않네요.” 푼더분하게 생긴 택시 기사는 차창 밖으로 고개를 빼고 앞쪽을 살폈다. 차에서 내려 고드름장아찌 같은 얼굴로 전방을 살피는 사람도 있었다.

“틀림없이 사고가 난 거예요. 이 시간에 막힐 리 없거든요.” 택시 기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방송 시간에 늦을지 모른다는 초조함 때문에 나도 따라 내렸다.

“그럼 그렇지. 대형 사고가 났네요. 저기 보세요.”

리어카가 가파른 언덕을 곰실곰실 오르고 있었다. 리어커에는 펼쳐진 종이 상자가 산처럼 높이 쌓였다. 휘청휘청 리어카를 끌며 언덕을 오르는 사람은 깡마른 백발 할머니였다. 다행히 할머니는 혼자가 아니었다. 있는 힘을 다해 뒤에서 리어카를 밀어 주는 사람이 있었다. 개나리색 상의를 입은 모범택시 기사였다.

그는 자신의 차를 차도 한가운데 세워 두고 할머니의 리어카를 밀고 있었다. 그의 등 뒤에 햇살이 너울너울 내려앉았다. 그 광경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싱겁게 미소 지었다. 그를 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할머니의 무거운 삶을 밀어 주는 택시 기사를 바라보다 오래전, 선생님이 해 주신 말이 생각났다. 사랑은 말로 하는 게 아니라고, 사랑은 머리로 하는 게 아니라고, 사랑은 가슴으로... 가슴으로 하는 거라고 선생님은 말하셨다.

 
 
 
 
 Hasta Mi Final - Il di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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