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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옥탑방 아이들 [허윤석신부님]
작성자이순정 쪽지 캡슐 작성일2010-05-24 조회수402 추천수10 반대(0) 신고
 
 
 

저는 통일교 재단의 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입학식하고 첫 등교 하는 날까지 싫었습니다. 

 

우리 동네에는 개신교 학교와 통일교 학교가 있었습니다.

 

왜 우리동네에는 천주교 고등학교는 없는 것일까?

 

 하지만 통일교 보다는 개신교 학교가 더 나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제바램과 반대로 통일교 재단의 학교에 입학하였습니다.

  

학교에 가서  전교생이 학교 운동장에서 첫 조회를 하면서

 신입생과 재학생이 상견례를 하는 날이었습니다.

 

조회때 제일 싫어하는 주머니 검사 시간이었습니다.

 

주머니 속에 있는 소지품을 모두 자신의 발앞에 놓았습니다.

 

저는 손수건을 깔고 묵주를 올려놓았습니다.

 

긴장이 되었습니다.

 

"혹시 내가 천주교 신자인것을 알면 어떻할까?

 

통일교 재단이라 불이익을 당하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긴장하고 있을 때 선생님께서 저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천주교 신자인가봐? 묵주를 바닥에 놓으면 어떻게 해?"

 

나는 묵주를 얼른 다시 바지주머니에 넣었습니다.

 

등교 첫날 점심 시간이 되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매점을 가보았습니다

 

 

우리학교는 무척 컸습니다.

 여중, 여상, 남녀공학 이렇게 3학교가 함께 있는 커다란 학교였습니다.

왠만한 대학교의 크기였습니다.

 

 

남자 중학교를 졸업한 저는 한동안 여학생을 보면 쑥스러워했습니다.

 

매점에 가면 남자대 여자 비율이 1대 7정도로 단연 여학생이 많았습니다.

 

매점에 가서 친구들과 햄버거를 먹고 있는데 

 예쁜 여학생이 저쪽으로 당당하게 걸어왔습니다.

 

그리고 저앞에 와서 서서 미소를 지었습니다.

 

저는 뒤를 돌아보았죠!  혹시 내뒤에 누가 있는가?하고요

 

"너 신입생이지? 세례명이 무엇이니?"

 

갑자기 다가와 웃으며 여학생이 말을 걸자 무척 당황해습니다.

 

"제가 천주교 신자인줄 어떻게 아셔요?"

 

속으로 "뭐야 이거? 왜 반말이지? 처음보는데?

그런데 어떻게 내가 성당다니는 것은 알지?"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응 조회때 봤어! 너 묵주 꺼내는 것을........."

  

"난 2학년 --- 마리아야! 내일 옥탑방으로 와! 점심시간 때에 !"

 

" 거기서 뭐하는데요?"

 

"응 묵주기도! 우리는 로사리오회라고 해!"

 

 점심시간 끝종이 울리자 우린 헤어졌습니다.

 

다음날 나는 학교의 옥탑방을 찾아갔습니다.

 

그날 매점에서 같이 빵 먹던 우리 삼총사 2명이 그 여학생에게 호감이 갔는지

 

 "윤석아! 로사리오가 뭐야?

 

 아무튼 우리도 같이 가서 하면 안되냐? "하고 졸라대길래!

 

" 로사리오는 신자들만 하는겨!"하고 그들을 뿌리쳤습니다.

 

로사리오회라는 예쁜 명태가 붙어 있는 옥탑방이 학교 옥상에 있었습니다.

 

작은 옥탑방은 다락방이었고 작은 기도제대에 성모상과 초 그리고 꽃병과 꽃이 있었고

 

9명의 남녀 학생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그곳에 들어가기가 쑥스러웠습니다.

 

"왔구나!" 매점에서 만나 그 여학생이었습니다.

 

그 여학생은 나의 손을 잡고 옥탑방으로 끌었습니다.

 

"그래 신입생이구나! 마리아가 말한 ........ 세례명이 뭐야? 어디 성당이야?"

 

잘생기고 똑똑한 이미지를 풍기는 선배가 말했습니다..

보지 않아도 고3인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훨씬한 형은 나를 보며 여드름이 많다고 웃었습니다.

 

그렇게 난 옥탑방의 아이들에 속하게 되었습니다.

 

 

내 자리를 미리 마련되어있었고

그곳에는 장미꽃이 하나 놓여 있고 작은 상자가 있었다.

 

로사리오회는

 선배들이 만들어준 모두 같은 색과 형태의 묵주로 기도하는 전통이 있었고

 

마리아가 그 묵주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나의 자리는 마리아의 옆자리였습니다. 

  

검은 뿔테 안경에 여드름난 말라갱이 사춘기 소년은

학교가는 것을 좋아하기 시작했습니다.

 

 

통일교 학교에서 소수였던 천주교 학생들이 힘을 모아 자신의 종교활동을 확보하고

성서를 올바로 이해하기 위한 아이들의 종교의 감수성이 발휘되어

 학교측의 허락을 받아

 옥탑방을 동아리 방으로 사용하며 그곳에서 묵주기도를 하면서 돌아가며

성서를 읽고 묵상한것을 나누었습니다.

 

우린 중간고사나 기말 고사가 있어 일찍 시험이 끝나면

모두 모여 로사리오 기도를 바쳤습니다.

 

이 로사리오회에서 사제가 2분이 나셨습니다.

 

수녀도 2분!

 

나는 내가 통일교 재단의 학교에 간 것을 몹시 두려워 했지만 ...

오히려 새옹지마가 된 셈이었습니다.

 

가을 10월 로사리오 성월이면 우리 학교는 축제를 열었다.

각 동아리의 문학작품을 전시하고 발표하였습니다.

 

우리 로사리오회는 가을에 성모님께 드리는 글과 그림을 ....

그리고 묵주를 만들어 전시하였습니다.

 

나의 인생에 있어 그 옥탑방의 시절은 참으로 소중한 시간들이었습니다.

  

10대들의 로사리오 소리는 참 아름다웠고...

 그 때 나눈 신앙과 기도의 열매는 지금도 우리의 가슴속에 살아있습니다.

 

 

 

허윤석신부님까페 http://cafe.daum.net/credohur1004

 

 

  허윤석신부님 홈페이지  www.credohu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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