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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진묵상 - 살아있는 사람의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10-05-24 조회수419 추천수19 반대(0) 신고
사진묵상 - 살아있는 사람의
                                                      이순의
 
 
 
장비 하나가 고장이 나서 먼 곳으로 고치러 가야한다.
1톤 봉순이에 싣고 홀로 길을 떠났다.
고속도로를 얼마나 달렸을까?
덜커덩! 훙청!
거울에 비친 도로는 별 탈이 없다.
이내 버스가 추월을 한다.
그래도 이상하다. 소리가 너무 크다.
갓길에 봉순이를 세웠다.
점검을 하지 않아도 아찔하다.
그 장비를 묶은 깔깔이바가 두 동강이 나고 
잠금장치의 쇠뭉치는 어디로 날아가버렸다.
성격적으로 나와 반대인 짝꿍이 꼼꼼하지 못한 탔이었다.
깔깔이 바를 채우고 남은 줄을 고정을 했어야 하는데
대충 올려 놓았으니
그만 그 줄이 풀어져 펄럭였고
속도가 빠른 고속버스의 추월로 살짝 스쳤을 뿐인데
그렇게 단단한 깔깔이바가 두 동강이 나서 날아가버렸다.
남은 줄로 장비를 고정할 수가 없다.
억센 깔깔이 바가 여린 내 손 안에서 휘어져 묶어질 리가 없는 것이다.
오던 길을 돌아서 한참을 뛰어 갔다.
고속도로의 중앙에 떨어진 잠금장치를
차들이 피해서 달리고 있었다.
그 순간! <하느님 감사합니다.>
저 쇠뭉치가 날아가던 순간과 같은 시점에 다른 차가 오고 있었다면?!
<아이구, 아버지 하느님 감사합니다.>
대형사고는 필수였을 것이고.........
 
피해가던 차들이 잠깐 뜸할 때
그 쇠뭉치에 붙은 남은 줄을 당겨서 주웠다.
그리고 살펴보니 차들이 밟지 않고 피해 간 탓인지
온전하다.
달린 줄을 풀고 원래 줄에 끼워서 임시방편이라도 고정을 하였다.
그리고 살살살 다음 휴게소까지 가서
새깔깔이 바를 사서 채웠다.
무사히 공장에 장비를 내려 놓고 돌아 오는데 비가 오신다.
그리고
<비가 오면 일을 못하니까 이리 오지 말고 바로 서울 집으로 가소.>
짝꿍의 전화를 받고 서울로 가는데
에휴~!
석가께서 탄생하신 다음 날의 상행선 고속도로는
아예 거북이 등껍질이다.
봉순이는 자동이 아닌 수동 자동차다.
집에 도착하여 쇼파에 앉으니 갈비뼈가 저린다.
숨이라도 돌릴겸 베란다에 섰다. 
 
 
 
 
 
 
이야!
저기  저 빨강불들을 못 볼 뻔 했구나!
그런데 억수로 내리는 빗줄기 속에서
가신 분의 1주기를 알리는 뉴스가 아주 잠깐 보도되고 있었다.
벌써!
 
 
 
 
 
 
 
 
 
그 깔깔이바가 두 동강 나지 않고 버스에 끌려갔다면
갓길에 차를 세우고 잘려나간 고리 쇠뭉치를 줍겠다고 달리지 않았겠지?!
순간의 두려움 속에서도 짝꿍이 걱정할까봐 전화도 하지 못하고
휴게소까지 눈물 흐르며 가지 못했겠지?!
살았으니 다음을 기약하느라고
새 깔깔이바를 사서 채우고,
점검하고,
출발하고!
이런 내 모습이 왜 그렇게 안스럽게 느껴지던지!
바로 얼마 전에는 이 나라의 대통령이셨는데
저분은 가시고
나는 이렇게 살아서
곡예같은 세상에 연연하며 살고 있다.
죽지 않고 살아있으니
성령께서 강림하신 대축일 미사에도 다녀오고
밀린 집안 일도 엄청나게 하고
그리고 오늘은
새벽같이 그 먼 공장에 가서 그 무거운 장비를 싣고 왔다.
<나 좀 쉬고 일어날테니까 깨우지 마. 당신!>
그런데 쉬지 않고 이렇게
살아있는 사람의 도리로 가신 분을 기억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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