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열매 맺지 못하는 전례
작성자김현아 쪽지 캡슐 작성일2010-05-28 조회수1,180 추천수15 반대(0) 신고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연중 8주간 금요일 - 열매 맺지 못하는 전례

 


 

수원교구 로마 사제단 소유로 10년 넘은 고물차가 한 대 있습니다. 작년에 폐차 직전까지 간 것을 버리기가 아까워 엔진도 갈고 다른 부품들도 갈면서 살려냈습니다. 물론 그 이후에도 차는 계속 돈을 요구하였습니다. 여기를 고치면 저기가 고장 났습니다. 그러다가 얼마 전에는 차가 길에서 시동이 꺼지더니 다시 걸리지 않는 것입니다. 차 고치는 곳에서 이것저것 해 보더니 돈이 더 들 것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차를 고이 보내주기로 했습니다. 물론 그동안 쏟아 부은 돈이 아깝기는 하였지만 이것을 계속 살려서 쓰면서 추가로 들어갈 돈이 더 아깝게 생각되었습니다. 정든 차를 폐차시킨다는 생각에 오래 사귄 사람과 헤어진다는 마음도 들긴 했지만, 어쨌건 밑 빠진 독은 과감히 버리는 것이 상책입니다.

 

하느님도 더 이상 희망할 수 없는 것들이 존재합니다. 예를 들면 유다에게 “어서 네 할 일을 하여라.”하시며 그를 놓아줄 때입니다. 이는 “그렇게 원하면 네 좋을 대로 하여라. 그러나 너는 태어나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뻔하였다.”라고 하시는 말씀과 같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또 한 가지를 포기하십니다. 바로 무화과나무입니다. 무화과나무에 잎만 무성하고 열매가 열려있지 않자 과감히 “너는 앞으로 어떤 열매도 맺지 못하리라.”하시며 나무를 심판하십니다. 나무는 예수님과 제자들이 성전에 갔다가 돌아올 때 보니 정말로 뿌리까지 말라비틀어져 있었습니다.

다른 복음에서는 예수님께서 무화과나무를 저주하셨을 때는 열매가 열릴 철이 아니라고 쓰여 있습니다. 예수님은 때가 아니어서 열매가 없는 무화과나무를 저주해서 죽이신 것입니다. 어찌 보면 이상한 예수님의 이 행동은 오늘 복음의 전체적인 맥락에서 해석하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습니다.

 

예수님께서 무화과나무를 저주하실 때 예수님은 성전으로 향하고 계셨습니다. 성전은 하느님께 대한 예배가 행해지고 동물들을 잡아 바치고 하느님 말씀에 대해 배우고 또 기도하며 하느님을 만나는 장소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보신 성전은 장사꾼들로 가득한 도둑들의 소굴로 변해있었습니다. 예수님은 그들을 모두 몰아내십니다. 아버지 집에 대한 당신의 사랑으로 분노가 치밀어 오르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돌아가실 때 성전의 휘장이 찢어집니다. 휘장 안에는 하느님이 계시다고 믿었던 지성소가 있었습니다. 더 이상 예루살렘의 성전은 하느님이 사시는 곳이 아니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그 위엔 이슬람 사원이 서 있습니다.

예수님은 열매가 열리지 않는 무화과나무처럼 믿음이 존재하지 않는 유대의 예배와 성전을 영원히 저주하신 것입니다. 그리고 최후의 만찬 때 당신의 살과 피로 이루어지는 새로운 예배를 만드셨습니다.

 

제자들은 정말로 무화과나무가 시들어버린 것을 보고 놀랍니다. 예수님께서는 믿기만 하면 원하는 대로 다 이루어진다고 하시며 이것을 ‘믿음’과 연결시키십니다. 다시 말해 성전은 있었지만 믿음은 없었던 것입니다. 그런 돌덩이만 쌓여있는 예루살렘 성전은 그렇게 무화과나무처럼 영원히 열매를 맺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유다의 마음과 같습니다. 모든 사람의 마음은 하느님이 사시는 성전입니다. 그러나 유다는 믿음보다는 돈을 찾았습니다. 그렇게 유다도 무화과나무처럼 영원히 저주받게 된 것입니다.

우리 마음도 하느님이 사시는 성전입니다. 우리에게 자그마한 믿음만 있다면 열매를 맺게 되고 무화과나무의 꼴이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을 쏟아 부어도 밑 빠진 독처럼 변화가 없다면 언젠가는 폐차장으로 가는 것은 당연할 것입니다.

 

우리는 그리스도께서 세워주신 미사 전례에 참석하고 있습니다. 물론 믿음 없이 미사에 참례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당신의 살과 피, 즉 목숨을 우리에게 주시면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열매를 우리가 믿음으로 잘 맺고 있는지는 반성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수님은 지금도 당신 심장 살을 오려내 주시고 당신 심장에서 피를 짜내어 우리에게 주십니다. 그냥 주시는 것이 아니라 믿음의 열매를 맺으라고 주시는 것입니다. 당신이 하신 사랑을 똑같이 반복하라고 하시는 것입니다.

만약 그렇게 하시는데도 우리가 끝내 삶의 변화를 거부한다면 포도밭에 심어졌지만 열매를 맺지 못해 잘려나간 무화과나무의 비유처럼 우리를 더 살게 하셔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그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죄가 더 많아서 그렇게 죽은 것이 아니다.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그렇게 될 것이다.”

 

 

 

 
 
 
 
< 나의 하느님 > 
 
요셉 신부님 미니홈피: http://minihp.cyworld.com/30joseph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