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 뒤에 숨어 있는 것
우리 시대는 탈환상의 시대다.
의혹과 냉소주의가 널리 퍼져 있다.
비전은 날아가고 없다.
우리는 위대한 말들을 믿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에게 동경은 신기루Fata Morgana일 뿐이다.
포스트모던 시대에 사는 우리는 환상 없이 살고 있다.
그러나 인간은 탈환상의 시대에도
동경을 완전히 버릴 수는 없다.
그저 아무 데나 귀를 기울여 보아라.
사랑에 대한 동경을 노래하는 수많은 대중음악의 가사에서
사람들의 은밀한 동경을 엿볼 수
있다.
소비사회가 부추기는 욕망과
욕구에 담긴 은밀한 동경도 있다.
동경은 상품화되어 대체 만족물 뒤에 숨어 있다.
우리는 대중매체들을 통해서 배우와 스포츠 스타들,
또는 왕실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을 채울 수 있다.
그렇게 사람들은 그들 자신이 스타나
왕족이 되고 싶은 마음을 달래는 것이다.
오늘날 동경은 특히 중독 뒤에 숨어 있다.
이러한 동경은 항상 억압되어 있다.
중독 속에서 우리가 찾는 것은 본디
내 마음의 심연에서 갈망하는 어떤 것이다.
그러나 나는 동경을 인정하지 않는다.
나는 중독 안에서 동경을 무시하고,
내가 갈망하는 것을 즉각 충족시키려 한다.
중세 독일어 '중독'Sucht은
'허약함', '병들다'에서 파생되었고,
우리 시대에 이르러서야 지금과 같은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중독은 우리를
의존적으로 만들고 병들게 한다.
나는 더 이상 동경하지 않는다.
나는 갈망하는 것을
채워 주는 것처럼 보이는 의존성에 항복한다.
그러나 나는 갈망하는 것을 결코 얻지 못한다.
중독 속에서 우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어머니의 품과 같은 낙원이다.
우리는 낙원을 떠나는 것을 두려워하고
어머니의 품으로 되돌아가려 한다.
우리는 삶에 대해 책임지기를 거부하고
성장하려 하지 않는다.
우리는 어리광부리는 데 너무나 익숙해서,
도전적인 삶에 맞설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우리는 삶을 받아들이기 위해
자신을 여는 대신 소비 안에 머문다.
Buch der Lebenskunst 「삶의 기술」
안셀름 그륀 지음/ 안톤 리히테나우어 엮음/
이온화 옮김/ 분도출판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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