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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참 좋은 삶" - 6.1,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0-06-01 조회수342 추천수7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10.6.1 화요일 성 유스티노 순교자 기념일(약100-165)

2베드3,12-15ㄱ.17-18 마르12,13-17

 

 

 

 

 

"참 좋은 삶"

 

 

 

아침 성무일도 중 욥기 말씀 중

마지막 구절 욥의 진솔한 고백이 생각납니다.

 

“나는 이렇게 속을 모두 털었으니

  이제는 전능하신 분의 답변을 들어야겠다.

  나를 고소하는 자여, 고소장이라도 써 내려무나.

  나는 그것을 목에 걸든가 면류관인 양 머리에 두르고는

  살아온 나의 발걸음을 낱낱이 밝히며 귀족처럼 그의 앞에 나서리라.”

(욥31,36-37).

 

이건 교만이 아니라 한 평생 일편단심 주님을 섬겨온,

애오라지 하느님 중심의 삶만을 살아왔음에 대한 욥의 고백입니다.

얼마 전 외출 시 역 광장에서 무료급식을 받아 잡숫는 어른들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 적이 있습니다.

참 진실하고 정직해 보였습니다.

또 성체를 받아 모시듯 참 경건하고 거룩해 보였고

문득 김지하 시인의 ‘밥은 하늘입니다.’라는 시가 생각났습니다.

 

 

"밥이 하늘입니다

 하늘을 혼자 못 가지듯이

 밥은 서로 나눠 먹는 것

 밥이 하늘입니다

 하늘의 별을 함께 보듯이

 밥은 여럿이 같이 먹는 것

 밥이 입으로 들어갈 때에

 하늘을 몸속에 모시는 것

 밥이 하늘입니다

 아 아 밥은

 모두 서로 나눠 먹는 것"

 

 

참 좋은 정치는 별 것이 아니라

모두가 먹을 수 있게 해주고,

일할 수 있게 해주고,

잠잘 수 있게 해주는 지극히 평범한 일임을 깨달았습니다.

눈물로 빵을 먹어본 적이 없는 사람과는

인생을 논하지 말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하늘을 모시듯 정성스럽게 밥을 먹을 때의

진실하고 정직한 모습의 삶이 정말 좋은 삶입니다.

 

 

요즘 수도원 야콘 밭에

때 되어 어김없이 돋아나는 순명의 야콘 싹을 볼 때마다

참 고맙고, 착하고, 사랑스럽고, 진실하고, 정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역시 때 되면 꽃피고 열매 맺고 익은 열매를 내는 배나무들을 볼 때마다

역시 고맙고 진실하고 정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거짓이나 위선이라곤 추호도 발견할 수 없습니다.

하여 땅에서 농사를 짓는 이들이 착하고 진실하고 정직할 수뿐이 없습니다.

‘기도하고 일하라.’는 모토대로

하느님의 은총 안에 항구히 노력하며 살아가는 분도수도승들은

착하고 진실하고 정직할 수뿐이 없습니다.

 

참 좋은 삶은,

거짓이나 위선이 없는,

잔머리를 굴리는 일이 없는,

사악함이나 사특함이 끼어들 여지가 없는 진실하고 정직한 삶입니다.

이런 좋은 삶에서

좋은 마음, 좋은 생각, 좋은 지혜, 좋은 말, 좋은 글이 나옵니다.

삶이 좋아야 마음도, 생각도, 지혜도, 말도, 글도 좋다는 사실은

만고불변의 진리입니다.

법정 스님의 글이나, 이 해인 수녀님의 시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것도 삶이 받쳐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분들이 환속했더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분들의 글을 거들떠보지 않을 것입니다.

삶의 알맹이가 빠진 껍데기 글들이겠기 때문입니다.

저의 20년 전 여기 수도원에서 쓴 글 모음집인

‘둥근 삶, 둥근 마음’의 책을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까닭도

제가 여전히 여기 살고 있기 때문이지

만약 수도원을 떠났더라면 미묘한 배신감에 누구도 읽지 않을 것입니다.

 

 

참 좋은 삶은 지혜의 샘입니다.

참 좋은 삶에서 참 좋은 분별의 지혜도 나옵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이 그 생생한 증거입니다.

 

“황제에게 세금을 내는 것이 합당합니까, 합당하지 않습니까?

  바쳐야 합니까, 바치지 말아야 합니까?”

 

바치라 하면 민족반역자로 바치지 말라하면 국사범으로 몰리니,

어떻게 대답하든 적수의 올무에 걸릴 수뿐이 없습니다.

악마의 올무는 이렇듯 간교합니다.

예수님은 이분법적 판단의 답을 넘어 천상적 지혜로 답하십니다.

하느님 중심의 삶에 항구했던 내공의 열매입니다.

우선 데나리온 한 닢을 가져오게 한 후

초상과 글자가 황제의 것임을 확인한 후 답하십니다.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드려라.”

 

악마의 간지(奸智)를 벗어나는 길은 천상적 지혜뿐임을 깨닫습니다.

세금을 내라는 것도 내지 말라는 말씀도 아니며,

정교분리를 뜻하는 말씀도 아닙니다.

세상에 하느님의 것 아닌 것이 어디 있습니까?

모두가 심지어는 황제도 하느님의 것입니다.

철저히 하느님 중심에 자리 잡는 삶이 우선이라는 것입니다.

세금을 바치고 안 바치고는

하느님 중심에 자리 잡은 후 각자 스스로 알아서 판단하라는 것입니다.

하느님 중심의 참 좋은 삶에서 저절로 샘솟는 분별의 지혜이기 때문입니다.

 이래서 ‘하느님은 모든 일에 영광 받으소서.’라는 분도회의 모토이며,

‘이제와 영원히 그 뿐께 영광이 있기를 빕니다. 아멘’ 이라는

1독서 베드로의 기도입니다.

 

 

하느님의 영광을 삶의 목표로 삼는

참 좋은 삶에서

저절로 샘솟는 천상적 지혜입니다.

 1독서에서 사도 베드로

하느님 중심의 참 좋은 삶의 구체적 처방을 주십니다.

그대로 인용합니다.

 

“우리는 그분의 언약에 따라,

  의로움이 깃든 새 하늘과 새 땅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니 티 없고 흠 없는 사람으로

  평화로이 그분 앞에 나설 수 있도록 애쓰십시오.

  그리고 우리 주님께서 참고 기다리는 것을 구원의 기회로 생각하십시오.

  그러므로 사랑하는 여러분,

  무법한 자들의 오류에 휩쓸려 확신을 잃는 일이 없도록 주의 하십시오.

  그리고 우리의 주님이시며 구원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받은 은총과 그분에 대한 앎을

  더욱 키워나아 가십시오.”

 

이런 주님 중심의 참 좋은 삶에서

좋은 지혜, 좋은 생각, 좋은 마음, 좋은 말, 좋은 글입니다.

참 좋은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당신 말씀과 성체의 은총으로 우리를 변화시켜 주시어

당신 중심의 참 좋은 삶을 살게 하십니다.

 

“주님, 당신은 대대로 저희 안식처가 되셨나이다.”(시편90,1).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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